장정석 키움 감독은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팀을 이끌었지만, 재계약에 실패했다. 2000년대 들어 한국시리즈 준우승 사령탑이 다음 해 팀을 이끌지 못한 4번째 사례가 됐다.
키움은 4일 사령탑 교체를 발표했다. 계약기간이 끝난 장정석 전 감독과는 재계약 하지 않고, 손혁 SK 투수코치를 새 감독으로 임명했다. 계약기간 2년에 계약금 2억원, 연봉 2억원 등 총액 6억원에 감독 계약을 체결했다.
장정석 감독은 올 시즌 86승 1무 57패로 승률 6할1리를 기록하며 3위로 이끌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LG를 3승 1패로 꺾고, 플레이오프에선 지난해 우승팀 SK를 3연승으로 따돌렸다. 두산과 한국시리즈에서 1~2차전 모두 끝내기 안타를 맞고 패하면서 4패로 준우승 팀이 됐다.

준우승 팀 감독이 바뀐 적이 없지는 않았다. 2002년 김성근 LG 감독은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 2승 4패로 패한 뒤 경질됐다. 2010년에는 선동열 삼성 감독이 한국시리즈에서 SK에 4패로 패한 뒤 연말에 경질됐다. 2013년 김진욱 두산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 3승 4패로 패배하고 경질됐다.
김성근 감독은 당시 시즌 4위로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성적은 괜찮았지만, 프런트와의 갈등이 심했다. LG는 김 감독과 작별하고 이광환 감독을 선임했다.
삼성은 2010시즌이 끝나고 사장, 단장, 감독을 동시에 교체했다. 김진욱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3승 1패로 앞서다 내리 3연패하며 우승에 실패했고, 두산은 한국시리즈 우승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경질했다.
장정석 감독의 재계약 실패는 조금 다르게 해석된다. 키움은 올 시즌 팀 역대 최다승(86승) 기록을 세웠다. 포스트시즌에서 '벌떼 불펜'으로 LG, SK를 연파하고 두산과도 매 경기 접전을 벌였다. 성적과 팀 운영만을 놓고 보면 재계약이 무난해 보였다.
그러나 최근 키움은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 경영' 논란이 불거졌고, 구단 내 헤게모니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박준상 전 대표이사가 물러나고, 하송 신임 대표이사 체제가 됐다. 장정석 감독은 이장석 전 대표 시절에 임명됐다. 현 키움 프런트가 새로운 감독으로 변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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