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희애와 걸그룹 아이오아이 출신 김소혜가 영화 ‘윤희에게’를 통해 모녀로서 연기 호흡을 맞췄다. 처음 만난 두 사람이 마치 실제 엄마와 딸처럼 애틋하면서도 티격태격한 분위기를 완성해 입가에 따뜻한 미소를 짓게 한다. 무엇보다 김소혜는 데뷔작 영화에서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며 배우로서 첫 걸음을 뗐다.
5일 오후 서울 자양동 건대입구에서 이달 14일 개봉하는 한국영화 ‘윤희에게’(감독 임대형, 제공배급 리틀빅픽처스, 제작 영화사 달리기)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임대형 감독, 김희애, 김소혜, 성유빈 등의 배우들이 참석했다.
‘윤희에게’는 우연히 한 통의 편지를 받은 여자 윤희가 잊고 살았던 첫사랑의 비밀스러운 기억을 찾아 설원이 펼쳐진 여행지로 떠난 감성 멜로. 올해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으로 선정돼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엄마와 딸의 여행을 중심 서사로 삼아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따뜻한 감동을 선사한다.

김희애가 윤희 역을 맡아 캐릭터의 외면부터 내면까지 세밀하게 완성했다. 윤희의 딸 새봄 역할은 걸그룹 아이오아이 출신 김소혜가, 새봄의 남자친구 경수 역은 배우 성유빈이 맡아 극에 활력을 더했다.
김희애는 작품의 출연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재미있는 시나리오”라고 답했다. “시나리오가 한 번에 후루룩 읽혔다. 어느 캐릭터를 맡기든 저는 이 영화를 하고 싶었다. 물론 윤희 역이라곤 생각했지만 제게 맡겨주셔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들은 경험이나 상상으로 연기를 하는데 저는 이번 역할이 많이 힘들었다. 어떻게 하면 윤희의 감정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지 걱정했다. 다행히 현장에서 그 장면에 대한 감정을 최대한으로 뽑아냈다”고 캐릭터를 소화한 과정을 전했다.

윤희의 친구로 출연한 일본 배우 나카무라 유코에 대해 김희애는 “외국 배우라서 얘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지만 서로의 눈을 보며 연기했다”고 밝혔다. 딸 역할을 맡은 김소혜에 대해김희애는 “평상시에는 수줍고 부끄러움 많은 친구인데 촬영에 들어가면 어찌나 잘하던지 제가 같이 하면서 너무 행복했다. 너무 프로페셔널하게 해줬다”고 칭찬했다.
김희애는 ‘윤희에게’의 장르에 대해 로맨스라기보다 ‘로드 무비’에 가까운 것 같다고 정의했다. “저는 딸과 여행을 떠나는 로드무비 같았다. 어떤 분들은 ‘로맨스’라고 하더라. 저는 딸과 함께 추억을 찾아 떠나는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라고 봤다. 소재의 압박은 그리 크지 않았는데 한 장면에서 감정을 어떻게 폭발해야 하나 걱정했었다. 그 밖에 다른 것에 대해서는 걱정하진 않았다”고 작품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김희애는 ‘오랜 시간 일하며 작품을 결정하는 기준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시나리오”라며 “(제게 맡겨질)배역의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제가 재미있게 읽었으면 하고 싶다. 제 나이에 메인으로 하는 게 쉽지 않는데 제게 같이 하자고 하면 너무 감사하고 좋다. 이번 영화도 그래서 하게 됐다. 여성 캐릭터가 전면에 나서도 될 수 있다는 선입견을 깰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또한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비법에 대해 “유지하는 것에는 너무 여러 가지 방법이 있어서 말씀드리긴 좀 그런데, 일을 계속 놓지 않고 하니까 뷰티도 계속 하게 된다. 하다 보니 건강해지는 거 같다”고 답했다. 이어 “단순하게 살아서 지루하다. '왜 저러나?' 싶을 정도로 하루하루 살아간다. 그런 게 모아져서 건강하게 일 할 수 있는 기반이 저축되는 거 같다. 근데 지루할 정도로 단순한 삶을 살고 있다. 그게 제게는 힘이 되는 거 같다”는 답변을 덧붙였다.
‘윤희에게’는 윤희가 일본에 사는 과거의 친구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으면서 시작한다. 먹고 사는 데 지친 윤희는 공교롭게도 해외여행을 가보자는 딸 새봄의 채근에 함께 떠밀려 일본으로 여행을 떠난다. 새봄은 절친한 남자친구 경수와 함께 모든 상황을 계획하며 엄마가 그 친구를 만날 수 있게 돕는다.
김희애는 “제가 실제로 아들만 둘 있어서 그런 경험을 못했는데 새봄이가 엄마를 위해 일본에 가서 작전을 짜는 걸 보면서 너무 따뜻한 행복을 느꼈다. 이 가정이 겉으로 보면 불안정하지만 완벽하다. (엄마와 딸이)서로 배려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완벽한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완벽하진 않아도 이런 가족의 형태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실 거다. 가족의 따뜻한 배려와 사랑을 느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딸 역을 맡은 김소혜는 “김희애 선배님과 연기한다고 해서 긴장을 많이 했는데 하면서 많이 배웠다. 굉장히 따뜻하신 분이었다”며 “선배님처럼 사람을 대하면서 연기를 대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성유빈과도 장난을 많이 치면서 재미있게 촬영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윤희가 외면하고 살아온 자신의 과거를 정면으로 봄으로써 궁극적으로 앞으로 나가게 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임대형 감독은 윤희라는 캐릭터를 통해 과거의 선택을 지지하고, 현재와 미래를 응원한다는 이야기를 여성 서사로 완성했다. 사랑의 상실과 복원, 두려움과 용기, 화해와 성장 드라마를 한 번에 녹여낸 것이다.

각본 및 연출을 맡은 임대형 감독은 “저 스스로 ‘사랑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했다. 그것에 대답할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었다. 국경, 인종, 성별의 벽을 사랑의 힘이 깰 수 있다고 믿었다”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어떤 관객이 ‘눈을 치워도 치워도 계속 쌓이는 것을 보고 그리움이 계속 쌓이는 거 같다’고 하시더라. 눈이 올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런 말을 계속 하면서 살아가는 건, 어떻게 보면 체념의 정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대사를 통해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연출 방향을 전했다.
이어 여성 서사를 축으로 한 것에 대해 “제가 남성으로서 여성 서사를 풀어나가는 것에 고민했다. 근데 저와 가까이 있는 엄마, 동생을 통해 대리 경험을 했다. 가족들이 곁에 있어서 여성의 시각을 갖고 풀어내려 했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김희애 선배는 한국영화계에서 아이콘 같은 존재다. 저 같은 신인 감독이 같이 작업하리라곤 생각하지도 못했다. 존재만으로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배우였다”고 작품에 임해준 감사의 뜻을 전했다. 개봉은 11월 14일./ watc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