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은 시대정신"..김희애 '윤희에게'가 풀어낸 여성 서사(종합)[현장의 재구성]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9.11.05 19: 12

 “이 영화를 만들면서 저 스스로 ‘사랑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답하고 싶었다. 사랑의 힘이 국경, 인종, 성별 같은 벽을 깰 수 있다고 믿었다.”
임대형 감독이 5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영화 ‘윤희에게’(제공배급 리틀빅픽처스, 제작 영화사 달리기)에서 “남성으로서 여성 서사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고민을 했다. 제가 대리 경험할 수 있는 존재, 엄마와 동생이 곁에 있기에 그들의 시각을 갖고 풀어내려고 했다. 여성의 시각으로 보기 위해 저를 의심하고 스스로 질문도 많이 한 거 같다”라며 이 같이 말했다.
임대형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윤희에게’는 우연히 한 통의 편지를 받은 여자 윤희(김희애 분)가 잊고 살았던 첫사랑의 기억을 찾아 딸 새봄(김소혜 분)과 함께 설원이 펼쳐진 일본 오타루로 떠난 여정을 담았다.

5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윤희에게’ (감독 임대형)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배우 김희애가 참석해 포토타임을 하고 있다. /dreamer@osen.co.kr

5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윤희에게’ (감독 임대형)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배우 김희애가 참석해 포토타임을 하고 있다. /dreamer@osen.co.kr
올 10월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으로 선정돼 정식 개봉 전부터 관객들 및 평단에 호평을 받았다. 앞서 임 감독의 첫 번째 장편영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2017)를 통해 신인감독의 작품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만듦새가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바. 임 감독만의 담백하고 깔끔한 스토리텔링이 디지털 세대인 현재의 관객들에게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연민과 노스탤지어를 선사해서다.
이번 영화는 여자가 주인공이다. 딸을 홀로 키우는 윤희의 시선에서 삶을 반추하고 풀어낸 서사가 작품의 중심을 관통하는데, 이는 대중문화 전반을 휩쓸고 있는 새로운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를 단순히 성 대결로 볼 것이 아니라, 여성의 삶을 잘 다룬 작품이 콘텐츠의 변화를 이루고 있다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
김희애가 맡은 윤희는 첫사랑을 찾아가면서 잊으려고 했던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확립한다. 임대형 감독은 윤희의 여정에서 사랑의 대상과 가족 구성원은 범주화된 하나의 모양이 있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국경이든, 성별이든, 사랑에 대한 잣대는 없다고 부드럽게 역설한다. 다른 주장을 펼치는 진영에 강요와 압박을 벌이는 게 아니라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응원, 이해를 녹아냈다.
5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윤희에게’ (감독 임대형)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배우 김희애가 참석해 포토타임을 하고 있다. /dreamer@osen.co.kr
임 감독은 “한국과 일본은 다르지만 남성 중심적인 사회질서가 성립된 나라라는 점에서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소설이 한국을 넘어 일본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페미니즘은 시대정신이 됐다. ‘윤희에게’를 통해 동아시아의 여성들이 연대하고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감독으로서의 연출 방향을 전했다.
페미니즘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던 남성 중심의 이데올로기에 맞서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의 권리와 주체성을 확장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현재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 다양한 집단과 계층, 영역으로 확대됐으며 성소수자들의 권리운동도 함께 일어나고 있다.
윤희를 연기한 배우 김희애는 “감독님이 깨끗하게 작품을 쓰셨는데 (임대형이라는)인간 자체도 순수 그 자체다. 작품을 찍으면서 너무 좋았다”는 소감을 전했다.
5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윤희에게’ (감독 임대형)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배우 성유빈, 김희애, 김소혜, 임대형 감독(왼쪽부터)이 참석해 포토타임을 하고 있다. /dreamer@osen.co.kr
이어 김희애는 “시나리오가 한 번에 후루룩 읽혔다. 제게 어느 캐릭터를 맡기든 하고 싶었다. 물론 윤희 역이라곤 생각했지만 제게 맡겨주셔서 좋았다”며 “어떻게 하면 윤희의 감정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지 걱정했다. 다행히 현장에서 (그 장면을 찍을 때 윤희의)감정을 최대한 잘 뽑아냈다”고 감독의 연출에 공을 돌렸다.
그러면서 “저로서는 소재가 주는 압박이 크지 않았다. 한 장면에서 감정을 어떻게 폭발해야 하나 걱정하긴 했지만 그 밖에 다른 것에 대해서는 걱정하진 않았다”고 전했다.
김희애는 “제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재미있는 시나리오다. 제게 주어질 배역의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제가 재미있게 읽었으면 하고 싶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제 나이에 메인(주인공)으로 하는 게 쉽지 않는데 일단 제게 같이 하자고 해주면 너무 감사하고 좋다. 그래서 이번 영화도 하게 됐다. 여성 캐릭터가 전면에 나서도 잘 될 수 있다는 선입견을 깰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
‘윤희에게’의 개봉은 이달 14일. / watch@osen.co.kr
5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윤희에게’ (감독 임대형)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배우 성유빈이 참석해 포토타임을 하고 있다.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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