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머니' 정지영 "'남영동1985' 이후 블랙리스트 1호, 어처구니 없었다" [인터뷰①]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19.11.06 11: 45

정지영 감독이 과거 '블랙리스트 1호'에 올랐던 사연과 신작이 늦게 나온 이유 등을 고백했다.
6일 오전 종로구 삼청로 카페 브리진에서는 영화 '블랙머니'의 정지영 감독 인터뷰가 진행됐다. 
'블랙머니'(감독 정지영, 제공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작 질라라비・아우라픽처스)는 수사를 위해서라면 거침없이 막 가는 '막프로' 양민혁 검사(조진웅 분)가 자신이 조사를 담당한 피의자의 자살로 인해 곤경에 처하게 되고, 누명을 벗기 위해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다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금융범죄 실화극이다.

조진웅, 이하늬 주연의 '블랙머니'는 1983년 '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로 데뷔해 '남부군'(1990), '하얀 전쟁'(1992), '부러진 화살'(2012), '남영동1985'(2012) 등을 연출한 한국 영화계 거장 정지영 감독의 신작이다.
정지영 감독은 "이 이야기를 영화 제작자한테 처음 제안 받았는데, 그 제작자가 은행 노조 쪽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다가 '영화화 했으면 좋겠다'고 느낀 것 같더라. '감독은 누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나랑 친하니까 생각한 것 같다. 대략 이야기를 들어보고, 사건도 알고 있었다. 어렵긴 하지만, 잘 만들면 영화가 될 것 같았다. 그런데 6년 전부터 시작했으니, 완성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사실 경제 이야기를 일반인들은 잘 모른다. 나도 일반인이었다. 시나리오 과정부터 힘들었다"고 밝혔다.
경제를 잘 모르는데도 '블랙머니' 연출을 결심한 정지영 감독은 "나도 모르고, 사람들도 잘 모르는데, 우리는 지금 금융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럼 그게 도대체 뭔가?' 싶더라. 이 영화는 그 실체를 알려주는 영화다. 우리 모두 고민하고 드러내놓고, 토론해 보면 좋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정지영 감독은 비슷한 장르의 할리우드 작품 '빅쇼트', '마진 콜'도 접했다면, "'빅쇼트'처럼 저렇게는 만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상당히 훌륭한 영화지만, 일반 대중이 이해하긴 어렵다. '저렇게 만들면 실패'라고 느꼈다. 난 대단한 목적이 아니고, 일반 대중과 함께 공유하고 깨달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빅쇼트', '마진 콜'처럼 만들면, 관객들이 이해를 못할 거라고 봤다. 최근에 한국 영화 '국가부도의 날'도 봤는데, 관객이 380만 명이나 들어서 살짝 놀랐다. '저 영화를 많은 관객들이 보는 구나, 내가 '블랙머니'를 만들어도 실망하진 않겠다' 하면서 더 용기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남영동1985' 이후 작품 활동이 뜸했던 정지영 감독은 "사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에 마음대로 활동할 수 없었다.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멜로 영화도 제작하려고 했는데, 마음대로 안 되더라. 그땐 잘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정지영이 블랙리스트 1호였다'고 하더라. 그래서 투자자들이 꺼릴 수밖에 없었구나 싶었다. 그 내용을 나중에 알았고, 실제로 내가 확인했다. 그래서 '남영동1985'를 찍고 다른 작품과 멜로 드라마 등을 준비했는데, 안 된 이유를 깨달랐다"고 털어놨다.
"화가 나거나, 분노하지 않았느냐?"라는 질문에 그는 "화는 좀 났겠지만, 우선 어처구니가 없었다. '내가 2000년대에, 이런 시대에 살고 있나?' 그런 생각을 했다. 몇년 간 생존권을 발탁 당한 것"이라며 "'블랙머니'도 (지난 정권에서 일어난 일이라서) 투자자들이 투자를 안 할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소위 제작위원회를 만들어서 국민들에게 펀딩을 받았다. 시작은 그렇게 했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었는지 투자자가 나타나서 다행히 만들어졌다"며 미소를 보였다.
한편, '블랙머니'는 오는 1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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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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