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진실공방’ 키움, 막장으로 가는 '옥중경영' 논란 [오!쎈 이슈]
OSEN 길준영 기자
발행 2019.11.07 05: 21

키움 히어로즈의 내홍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장정석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은 이유로 꼽은 '옥중경영'의 녹취록을 두고 구단 고위층 사이에 진실공방까지 이어지고 있다.
키움은 지난 4일 장정석 전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고 손혁 신임 감독을 선임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선수들은 물론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한 발표였다.
장정석 전 감독은 2016년 10월 사령탑에 올라 2017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3년 동안 좋은 성적을 거뒀다. 통산 230승 3무 199패 승률 0.536을 기록했고 두 차례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올해는 팀을 5년 만에 한국시리즈로 이끌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재계약은 당연하게 여겨졌다.

키움 히어로즈 장정석 전 감독. /jpnews@osen.co.kr

하지만 키움이 이런 성과를 거둔 장정석 전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됐다. 키움이 이장석 전대표의 ‘옥중경영’ 논란에 휩싸이면서 ‘이장석 색깔 지우기’의 일환으로 감독을 교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장정석 전 감독은 이장석 전 대표가 구단주로 있던 시기에 감독으로 선임됐고 키움의 사외이사로도 등록 된 적도 있었다.
키움은 현재 경영진의 대대적인 개편이 진행중이다. 이장석 전 대표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고, 다수의 트레이드로 미신고 현금을 챙긴 점까지 드러나면서 KBO로부터 영구실격 징계를 받았다. 이에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가 키움 이사회 의장으로 취임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지난달 28일에는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경영 논란에 연루된 박준상 전 대표가 사임하고 하송 신임 대표가 취임했다. 하송 대표는 과거 허민 의장이 소유했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단장을 역임했고, 허민 의장이 취임한 이후에는 키움 감사위원장과 부사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당초 키움은 “감독 교체를 결정하면서 옥중경영 논란을 고려하지는 않았다. 팀에 큰 틀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감독을 교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렇지만 논란이 계속되자 키움은 지난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장정석 전 감독이 이장석 전 대표를 직접 접견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이장석 전 대표가 장정석 전 감독과의 재계약을 지시했다는 것이 언급된 경영진 간 대화 녹취록이 있다는 제보가 있었다. 만약 이러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중도사임 가능성까지 있는 이슈였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장정석 전 감독이 옥중경영에 연루되어 있어 결별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키움의 해명에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키움 임은주 부사장이 키움의 보도자료에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임은주 부사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경영 논란을 제보한 당사자다. 문제가 심각해 보였기 때문에 대화를 녹취해 당시 감사위원장으로 있던 하송 대표에게 직접 속기록을 보여주고 녹취 내용을 공유했다. 그런데 오히려 내가 옥중경영에 연루됐다고 하더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서 “당시 공개한 녹취록에는 감독 재계약 관련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장정석 전 감독이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경영에 연루되어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키움이 임은주 부사장의 의혹 제기로 감사를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언론에서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경영 의혹을 제기하자 키움은 지난달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임은주 부사장이 감사위원회에 9월말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하송 감사위원장은 임은주 부사장의 제보를 듣고 감사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임은주 부사장에게 본인이 녹취해 갖고 있다고 한 녹음파일 등 증거자료 제출을 수 차례 요청했지만 제출하지 않았다. 오히려 감사과정에서 임은주 부사장도 옥중경영에 참여했다는 제보를 받고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녹취록을 하송 대표에게 공개했다고 말한 임은주 부사장의 주장과 충돌하는 부분이다.
키움 구단과 임은주 부사장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 부분에서 맞서고 있다. 첫 번째는 녹취록의 제출 및 공개 여부, 두 번째는 녹취록의 내용이다. 
키움은 녹취록을 확보하지는 못했다고 하면서, 그 내용 중 이장석 전 대표가 장정석 전 감독의 재계약을 지시하는 내용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임은주 부사장의 주장은 이미 녹취록을 당시 감사위원장이던 하송 대표에게 공개했고, 그 내용 중 감독 계약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는 것이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당분간 진실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간에 낀 장정석 감독은 증거물(녹취록)이 없는 가운데 재계약을 앞두고 갑자기 계약이 무산된 셈이다. 
올해 키움은 인상적인 성적을 거두며 5년 만에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일궈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나고 찾아온 것은 끝없는 진실공방과 의혹이다.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선수단은 물론 지켜보는 팬들의 마음만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fpdlsl72556@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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