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코 "첫 정규앨범, 잘 키운 아이 세상 밖으로 외출시키는 부모의 마음"[인터뷰①]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19.11.08 08: 02

그룹 블락비 멤버이자 솔로 뮤지션인 지코는 전천후 아티스트다. 곡 작업과 작사, 프로듀싱은 물론 랩부터 노래까지 음악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존재감이 있다. 지코의 음악은 가장 트렌디하다고 평가받는 것고 대중적으로도 히트할 정도로 공감대도 크다.
그래서 지코의 솔로앨범 기대가 쏠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블락비에서 홀로서기를 한 이후 처음으로 발표하는 작업물, 데뷔 8년 만에 솔로로는 처음 내놓는 정규앨범이기 때문에 더 큰 기대다. 지코 역시 첫 정규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고, “의미가 남다른” 앨범을 완성했다. 
지코는 지난 9월 30일 ‘THINKING’ 파트1을 공개했고, 8일에는 파트2를 발표하면서 첫 정규앨범을 완성한다. 솔로 아티스트 지코이자 인간 우지호로서의 생각과 고민을 담은 만큼 더 깊어진 그의 이야기가 담겨진 앨범이다. 또 KOZ엔터테인먼트 설립 후 처음 내는 작업물이기도 해 의미가 크다.

이번 파트2는 타이틀곡 ‘남겨짐에 대해’를 포함해 5곡이 수록됐다. 완성도를 신경 썼고, 기존에 지코가 들려주던 곡과는 다른 분위기이지만 새로운 도전에 나서며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했다. 지코보다는 우지호의 이야기들이 펼쳐지지만, 그래서 더 공감된다는 반응이다.
솔로 첫 정규앨범 발표를 앞두고 설렘과 긴장, 기쁨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코를 직접 만나서 ‘THIKING’ 앨범에 대해서 들어봤다. 
다음은 지코와의 일문일답
Q. 데뷔 8년 만에 솔로 정규앨범을 발매하는 소감이 어떤가?
KOZ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이후에 처음 내는 작업물이기 때문에 의미가 남다르다. 기대가 되는 만큼 걱정되는 부분도 있고 여러가지 복합적인 감정들이 오고 가고 있다. 구체적인 걱정은 모르겠지만 앨범 발표를 앞둔 사람들이라면 공통적으로 갖는 걱정인 것 같다. 잘 키운 아이를 처음으로 세상 밖으로 외출을 시켜주는 부모의 마음이라고 할까.
Q. 앨범 제목이 ‘THINKING’다. 생각을 화두로 내세운 이유가 있나?
올해 1월부터인가 앨범 초안을 구상할 때부터 약간 나의 생각의 결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늘 음악적인 접근을 사운드적인 부분과 분위기적으로 해석을 많이 했었는데, 이번에는 무심코 건드리지 않았던 내 안에 깃든 또 다른 생각들을 꺼내보려고 했다. 
Q. 대부분의 곡들이 어두운 분위기다.
사실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여러 가지 성향 중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부분 중에 하나다. 크고 작은 나의 쓸쓸함들, 권태, 더 나아가서 무력감들. 내가 인정하기 시작하면 나를 헤칠 수도 있는 사사로운 감정에 대해서 꺼내놔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서 작업하게 됐다. 어둡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나에게는 진솔된 순간들이다. 잘 받아들여주셨으면 한다.
Q. 생각의 결이 달라진 이유가 있을까?
내가 어떻게 하면 개인적으로 무얼 해야지 안정감을 느끼게 되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았던 것 같다. 직업군에 있을 때는 목표의식이 뚜렷했지만, 우지호 개인으로 돌아왔을 때는 나를 다루고 보살피는 방법을 하나도 몰랐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부터 생각의 결이 달라진 것 같다.
Q. 왜 지코가 아닌 우지호에 대해 집중하게 됐나?
어느 정도 나이가 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지코로서 내가 죽을 때까지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다. 죽을 때까지 우지호로 살아가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인생 우지호가 더 많다. 지코에 우지호라는 내 본연의 모습을 녹여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코이지만 우지호로 활동할 날이 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Q. 사운드적인 부분으로도 변화가 많은 것 같다. 아날로그적인 사운드를 추구하는 것인가?
앞으로 나의 음악적인 방향성 자체를 설정하고 싶지는 않다. 이번 앨범 주제를 최대한 돋보이게 하려면 사운드적인 부분에서 다듬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생각을 옮겨 담았고 세상에 공개했다. 내 이야기를 했다고 본다. 다음에는 이와 같은 작업 방식과는 조금 더 다르게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지코의 첫 정규앨범을 작업하면서 특별히 고민스러웠던 부분이 있나?
타이틀을 뭘로 해야 할까?(웃음) 다 마음에 들어서 모든 트랙에 공을 들였고 주는 메시지도 확실하다. 어디 하나 주력해서 이 곡만 특별하게 완성도 있게 염두에 두고 만든 것도 아니다. 다 만들고 정했다. 끝까지 3~4개월을 뭘로 할지 고민했다. 과반수 이상의 트랙들은 올해 중반에 이미 완성이 돼 있었다. 
Q. 그렇다면 ‘남겨짐에 대해’를 파트2 타이틀로 선정한 이유가 있나?
일단 계절감에 가장 맞는 것 같다. 좀 더 쌀쌀해질텐데, 쌀쌀해졌을 때 추위를 느끼면서 따뜻해질 수 있는 곡을 만들고 싶었다. 사운드는 따뜻하고 가사는 차갑고 그런 언밸런스가 주는 매력이 있지 않나.
Q. 페노메코, 다운 등 다른 뮤지션들과의 작업은 어땠나?
페노메코는 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친구 중 한 명이다. 이 친구의 음악적 역량은 아직 많은 분들이 눈치채지 못해서 아쉽다. 앞으로 내 음악을 통해서 이 친구를 많이 알리고 싶다. 학창시절부터 오랜 친구이기도 했다. 내 음악을 통해서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 랩을 굉장히 잘한다. 그걸 넘어서 노래도 수준급 이상의 보컬 실력을 가지고 있다. 웬만한 알앤비 싱어만큼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유입되는 층이 한정적이다 보니까 그런 부분이 아쉬운 점이다. 
다운은 알앤비, 힙합, 포크, 발라드 어느 장르할 것 없이 여러 가지 음악적 장르가 해석이 가능한 친구다. 몇 년 전부터 사운드 클라우드를 통해서 접하게 됐다. 이후로 함께 작업하기로 생각했고 트랙이 완성되고 이 친구가 바로 떠올라서 함께 하게 됐다.
Q. ‘남겨짐에 대해’ 뮤직비디오에 배우 배종옥 씨가 출연했는데, 어떻게 성사됐나?
‘남겨짐에 대해’라는 곡이 완성되고 뮤직비디오에 대해서 여러 가지 안을 생각하게 됐다. 내용을 이미지화시키는 것은 진부할 수 있다고 느꼈다. 배종옥 선배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분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디테일이 남겨짐이라는 것에 대한 서사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마음을 비우고 제안드렸는데 흔쾌히 수락해주셨다. 정말 기뻤다.
Q. 팬들이 지코의 음악에서 세월호 추모 메시지를 많이 찾는다. ‘사람’ 뮤직비디오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실 뮤직비디오나 작품에서 내가 심어 놓은 메시지를 가급적이면 이건 이렇다 저건 저렇다라고 결정해서 설명드리고 싶지 않더라. 해석의 자유를 드리고 싶다.
Q. 프로듀서로서 창작의 고통도 클 것 같다.
그냥 막연히 신나게 음악을 했던지가 오래 됐다. 경험도 많이 쌓이다 보니까 무지할 때 가장 창조적이었다. 연배도 쌓이고 어떻게 하면 좋은 음악이 나올지에 대해서 이상한 요령도 터득했다. 기술적인 부분. 순수하게 창작할 수만은 없는 것 같지만 그러려고 노력한다. 이번에도 인위적이나 가공됐다고 느껴지는 표현들은 계속 지우고 썼다. 계속 검열했다. 
Q. 좋은 음악에 대한 요령을 알고도 피하는 것은 어떤 마음이었나?
나 자신을 잘 알고 있어서 파악하기 때문에 오히려 벗어나려고 하는 것 같다. 고질적인 습관이라던지, 의도적으로 벗어나려고 했다. 쉽게 추측할 수 있는 전개들이라던지 지코로서의 캐릭터들. 그런 과정에서 힘든 부분도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조금 안에 마찰들이 생겨났지만 내가 또 새로운 챌린지를 하려면 계속 이렇게 도전하고 상식을 깨트려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Q. 창작의 고통을 잊게 해줄 정도로 기뻤던 순간이 있다면?
앞서 ‘사람’ 앨범이 나오고 나서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셨다. SNS 메시지나 리뷰 창에 인상 깊게 들었던 가사를 적고 왜 공감했는지 자세히 설명해주더라. 그런 부분에 대해서 기쁨을 느꼈다. 내가 쓰고 듣고 그 행위 자체만으로도 대화가 성립되는 구나라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됐다. 
Q. 앞으로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가?
좋은 음악과 듣고 싶은 음악 그런 모든 음악들을 다 아우를 수 있는 그런 뮤지션이 되고 싶다. 어떤 한 가지 장르로 규정되지 않고 싶다. 지코 하면 래퍼로서 많이 알고 있는데, 래퍼를 부정하기보다는 래퍼이기도 하면서 음악 전체를 지휘할 수 있는 뮤지션으로서 다들 인지해주셨으면 한다. 계속 폭넓은 음악을 하기 위해서 활동 영역을 넓혀 나갈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에 들려준 노래를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들도 하면서 다양성을 챙기려고 한다. /seon@osen.co.kr
[사진]KOZ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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