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 의장-하송 대표의 해명, 3가지 의문은 명쾌하지 않다 [오!쎈 이슈]
OSEN 길준영 기자
발행 2019.11.08 05: 19

KBO리그 2019시즌이 끝났지만 키움 히어로즈의 옥중경영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이장석 전 대표가 키움을 옥중경영하고 있다는 의혹은 새삼 새로운 논란은 아니다. 실형을 선고받은 이장석 전 대표가 2018년 10월 KBO로부터 영구실격 징계를 받은 이후에도 키움의 경영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최근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경영을 시사하는 녹취록이 언급되면서 논란은 다시 한 번 수면에 떠올랐다. 여기에 장정석 전 감독의 재계약을 둘러싼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키움 히어로즈 장정석 전 감독. /jpnews@osen.co.kr

장정석 전 감독은 2017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3시즌 동안 키움 지휘봉을 잡았다. 두 차례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고 올해는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거뒀다. 좋은 성적으로 팀을 이끌었기에 장정석 전 감독의 재계약을 당연하게 여겨졌다. 키움 역시 한국시리즈가 끝날 때까지만해도 장정석 전 감독과 재계약 방향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10월말 허민 이사회 의장-하송 대표이사 체제로 바뀐 키움은 지난 4일 손혁 신임 감독을 전격 선임하며 장정석 전 감독과 결별을 선택했다. 키움은 감독교체에 대해 특별히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논란이 계속되자 결국 6일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새 체제의 키움 구단은 “장정석 전 감독이 이장석 전 대표를 접견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이장석 전 대표가 장정석 전 감독의 재계약을 지시했다는 것(옥중경영)을 언급한 경영진의 녹취록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고심 끝에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 옥중경영일까? 안부와 덕담일까?
키움의 해명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여전히 남아있다. 먼저, 장정석 전 감독의 옥중경영 연루 의혹이 명백한 사실인지 여부다.
이장석 전 대표를 접견했던 사실에 대해 장정석 전 감독은 7일 “올해 여름 이감된 이장석 전 대표를 접견했다. 하지만 변호사, 다른 직원과 함께 짧게 인사와 안부를 묻는 것이 전부였다. 이장석 전 대표가 ‘계속 좋은 경기 부탁한다. 재계약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했지만 응원과 덕담으로 여겼다”고 설명했다.
장정석 전 감독은 이장석 전 대표가 구단주로 있던 시기에 감독직을 맡아 인간적인 친분 관계가 있고, 키움 사외이사로 등록된 적도 있다. 하지만 장정석 전 감독이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경영에 직접 연관됐다는 물증은 나오지 않았다. 접견에서 이장석 전 대표가 재계약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이정도 발언을 옥중경영의 증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 장정석 감독 재계약 녹취록이 있다? 없다?
키움이 밝힌 이장석 전 대표가 장정석 전 감독의 재계약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실제 존재하는 지 여부다. 키움 관계자는 “해당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확보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내용의 녹취록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구단으로서는 이러한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되거나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구단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의 녹취록을 언급하며 처음 의혹을 제기한 사람은 키움 임은주 부사장이다. 임은주 부사장은 “이장석 전 대표가 구단 경영에 계속 개입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이에 녹취록을 포함한 자료들을 9월 당시 감사위원장이었던 하송 대표에게 모두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장정석 전 감독의 재계약과 관련된 녹취록에 대해서 키움 구단과 임은주 부사장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키움은 “임은주 부사장이 먼저 관련 녹취록이 있다며 옥중경영 의혹을 제기에 9월에 감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자료 제출 요구에도 해당 녹취록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임은주 부사장은 “10월 17일 하송 대표에게 녹취록을 직접 들려줬다. 공증받은 녹취록도 있다. 자료는 완벽하게 준비돼 길어야 3~4일이면 끝낼 수 있는 감사가 2달 동안 지지부진했다. 녹취록 중 장정석 전 감독의 재계약과 관련된 내용은 없다”고 맞섰다.
[사진] 키움 히어로즈 손혁 신임 감독 / 키움 제공
# 사실 확인 없이 장정석 감독 교체→ 손혁 감독 임명 
키움은 감독 교체를 결정하면서 이러한 의혹에 대해 장정석 전 감독에게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았다. 지난주까지 허민 이사회 의장과 수석코치 인선을 두고 이야기를 나눴던 장정석 전 감독은 하루이틀 후 아무런 언질과 소명 기회 없이 갑작스럽게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이에 대해 키움 관계자는 “장정석 전 감독에게 직접 확인을 하더라도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교체를 결정했다. 장정석 전 감독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허민 의장은 장 전 감독에게 수석코치로 손혁 코치를 제안했는데, 장 전 감독은 내부승격을 생각해 이를 거절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키움 구단은 곧장 감독 후보들의 면접을 보고 손혁 신임 감독을 발표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 KBO, 명쾌하게 수습할 수 있을까
논란이 계속되자 결국 KBO는 키움에 8일까지 경위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키움은 “경위서와 감사보고서를 KBO에 제출할 예정이다. 구단에서도 KBO의 조사를 통해 이번 사태가 깔끔하게 정리되기를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처음 의혹을 제기했던 임은주 부사장도 “키움 감사위원회를 믿고 자료를 제출했지만 2달 동안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KBO가 나서서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KBO가 상황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요청하면 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며 KBO가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장석 감독의 옥중경영 관련 녹취록은 있다고 하는데, 장정석 감독 재계약 관련 녹취록은 없다고 한다. KBO는 제한된 자료만을 받아서 판단해야 한다. 경위서와 보고서가 없이 이미 장 전 감독은 재계약이 무산되고, 손혁 감독이 임명됐다.
키움 수뇌부는 서로 엇갈리는 주장으로 진실공방에 휘말렸다. 논란이 계속될수록 힘들어지는 쪽은 선수단과 키움을 응원하는 팬들이다. KBO가 이번 사태를 명쾌하게 수습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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