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우롱, 짚고 가야할 문제" 조진웅, '블랙머니'를 택한 이유[인터뷰 종합]
OSEN 김은애 기자
발행 2019.11.11 17: 45

배우 조진웅은 거침이 없었다. 그는 경제 영화 '블랙머니'에 대한 애정도, 누군가는 말하기 어려워할 정치적 소신도 당당히 드러내며, 솔직한 매력을 뽐냈다.
'블랙머니' 개봉을 앞둔 조진웅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속 실제 사건은 국민들이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다"라고 밝혔다.
'블랙머니'(감독 정지영)는 양민혁 검사(조진웅 분)가 자신이 조사를 맡았던 피의자의 자살로 인해 곤경에 처하게 되고, 누명을 벗기 위해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다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특히 '블랙머니'는 IMF 이후 외국자본이 한 은행을 헐값에 인수한 후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떠난 실제 사건을 토대로 극화한 작품이다. 
조진웅은 "내가 그때 대학생이었다. IMF 시절 우리집이 완전히 몰락했다. 우리집이 못사는 집이 아니었는데도 힘들어졌다. 등록금이 없어서 학자금 융자를 받았다. 돈을 처음 빌려봤다"라며 "그런데 론스타 사건이 발생했던 것이 아니냐. 머리들이 엄청 좋았던 것 같다. 자신들이 가진 권력으로 정치를 잘한 것 같다. 이렇게 모르게 할 수 있나 싶더라"고 분노했다.
이어 조진웅은 "시나리오를 들여다보니까 '눈뜨고 코베였다' 싶더라. 잘못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도 안오고 열받기도 하더라. 그래서 짚고는 넘어가야할 문제라고 생각했다"라며 "소수가 잘먹고 잘사는 이야기다. 결국 대한민국 국민들을 우롱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당할 이유가 없는 것인데"라며 "너무 화가 나더라. 단지 세금을 얼마 떼서 문제가 아니라 그 돈으로 독거노인, 결식아동 등을 도울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진웅은 '이번 영화로 사회적 반향, 운동을 기대하나'라는 질문에 "그렇게 되면 정말 좋을 것 같다. 그런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미 촛불시위도 그렇고 어떤 쟁점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토론하고 있지 않나"고 답했다.
'블랙머니'는 '부러진 화살'로 340만 관객을 동원하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보증하는 정지영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여기에다 믿고 보는 배우 조진웅, 올해 대세 배우 이하늬가 의기투합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조진웅은 "정지영 감독님의 열정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고발르포가 될 수 있었다. 가슴속으로 박수를 많이 쳤다. 완성형 감독이다"라며 "내가 그동안 여러 감독님을 많이 뵜다. 어린 감독분도 뵈고 나이 많은 감독님도 뵜다. 정지영 감독님은 저희 아버지와 동갑이다. 그런데도 센스가 너무 좋다"고 밝혔다.
이어 조진웅은 "열정도 대단하시다. 감독님은 현장에서 모니터할 때 무전으로 할수 있는데도 직접 현장까지 간다. 계속 뛰어다니신다"라며 "그러면서도 캐주얼 관계다. 감독님께 의견을 주저하지 않고 말할 수 있다. 많은 파트의 사람과 교감하는 것에 대해 불편해하지 않는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정지영 감독을 치켜세웠다.
뿐만 아니라 조진웅은 그동안 작품 등을 통해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져왔다. 조진웅은 "어떤 기자가 내게 '맨날 이런 영화를 하는 것 같다'라는 질문을 했다. 막상 그렇지는 않은데 의뢰가 늘 오더라. 제가 방어막을 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내 전공이긴 하다"고 밝혔다.
또 조진웅은 정치적 성향이 드러나는 작품에 대해 "철저하게 치우쳐 있어야한다고 생각했다. 영화지 않나. '블랙머니' 같은 영화도 있어야 한다"라며 "색깔이 있는게 확실하다면 오히려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조진웅이라는 악기를 이용해 그런 메시지를 할 수 있다면 난 작품에 임할 수 있다"고 소신을 전했다.
그렇다면 조진웅은 자신의 영화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조진웅은 "정말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생각한다. 이백만년 건들이면 홈은 파지지 않을까. 모 감독님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데 광속을 견딜 수 있는 계란을 개발하면 그 광속으로 바위를 뚫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런 말을 하고 시도하는 자체가, 견고한 권력을 흠집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털어놨다.
더불어 그는 "나는 뒤로 갈데가 없어서 이런 영화를 찍는다. 사실이지 않나. 가감할게 없지 않나"라며 "'블랙머니'는 오락성이 짙은 극영화로도 활용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금융범죄실화극이라고 하는 맹점이 있다. 진짜 금융범죄 실화극이다. 그것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조진웅은 '블랙머니'가 가진 힘에 대해 피력했다. 조진웅은 "사회를 명랑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경제활동의 지배층이 있지 않나. 경제활동에 순수하게 이바지 하고 있는 분들이 있기때문에 그분들과 소통하고 싶다"라며 "외국자본으로 당하는 것은 억울하다. 왜 우리 것을 가지고 먹튀를 하냐. 우리가 우리 스스로 반성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정치하시는 분들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정치상황에만 접목을 시켜서 지지층을 확보하려고하는 행보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것들을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한다.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이 봐야한다"고 힘을 줬다.
여기에 조진웅은 자신이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도 꼽았다. 조진웅은 "나는 사람들이 좋으면 한다. 일단은 스크립트를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에 있는 것인지 대충 추려서 주신다. 범주는 어느 정도 맞다. 하지만 난 더 잘 맞는 배우가 있으면 추천을 해준다"라며 "난 몸값을 비싸게 부르지는 않는다. 충무로 가성비 최고 갑이다. 아무도 그 작품을 하지 않으면 내가 해야겠다고 뛰어든다. 난 불나방 같은 사람인 것 같다"라고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한편 '블랙머니'는 오는 13일 개봉한다./misskim321@osen.co.kr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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