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에서나 보던 블록버스터 트레이드가 어떻게 KBL에서 나온 것일까.
전주 KCC는 11일 박지훈, 김세창, 김국찬 리온 윌리엄스를 현대모비스로 보내고 이대성과 라건아를 받는 대형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현대모비스에 여러 차례 우승을 안긴 MVP이자 국가대표 원투펀치인 이대성과 라건아가 한꺼번에 팀을 옮겼다.
프로농구 역사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형 트레이드다. KBL은 구조적으로 대형트레이드가 성사되기 어렵다. 핵심은 FA선수의 보상제도에 있다. 전년도 연봉 30위 안에 드는 FA선수를 영입할 경우 원소속구단에 연봉 200% 또는 연봉 100%와 보호선수 제외 선수 1명을 양도해야 한다. 이 조항이 트레이드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대성은 이 조항에서 자유로웠다. 현대모비스는 챔프전 MVP 이대성에게 연봉 3억원을 제시했지만, 이대성이 1억 9500만원에 계약했다. 연봉 30위 안에 드는 것을 피해 보상제도에 묶이길 원치 않은 것. 이럴 경우 이대성이 당장은 적은 연봉을 받지만 비시즌 FA최대어가 된다면 그의 가치는 더욱 폭등할 수 있다.
이대성은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이것이 꼭 현대모비스를 떠나겠다는 의도는 아니었다. 현대모비스 입장에서는 보상제도에 묶이지 않은 이대성을 FA로 놔두는 것은 모험이다. 이대성을 잡지 못하면 보강전력을 전혀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FA 보상제도가 없는 NBA에서는 계약기간 1년이 남은 선수를 활발하게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한다. 계약기간이 만료되기 전 선수와 연장계약을 맺는 것도 가능하다. 애초에 잡을 의지가 없는 선수는 FA로 풀리기 전에 트레이드 카드로 쓰는 것이 정석이다.
이대성은 보상조건이 없는 FA신분 획득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 역시 NBA식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었던 셈이다. 특별귀화를 한 라건아 역시 KBL에서 3년 마다 입찰팀을 정하는 특수한 제도하에 있다. 현대모비스는 라건아의 반대급부도 고려를 해야했다.
이대성 트레이드가 터진 뒤 현대모비스 팬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양동근과 함지훈의 대를 이어 프렌차이즈 스타로 커줄 것으로 보였던 선수가 팀을 옮기게 됐기 때문. 트레이드의 주체는 현대모비스지만, 더 높은 연봉을 거부해 보상제도에 묶이지 않은 이대성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FA선수가 최고의 대우를 해주는 팀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행사다.
이대성은 “현대모비스에 감사한 마음이다. 다만 연봉이 3억 원까지 올랐다면 과연 현대모비스가 나를 보냈을까. 돈이 좋아 (KCC로) 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대형트레이드가 터지지 않아 답답했던 KBL에서 오랜만에 흥행요소가 등장했다’며 반기는 팬들도 많다. 보상제도에 묶여 선수이적이 활발하지 않았던 KBL FA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 이대성의 트레이드는 FA 보상제도의 부작용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