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은 끝까지 싸워서 이기고 싶은데 수장이 싸움을 미리 포기하려했다.
이문규 감독이 이끄는 여자농구대표팀은 14일 오후 뉴질랜드 오클랜드 트러스츠 아레나에서 개최된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지역 프리퀄리파잉 1차전’에서 박혜진의 결승 레이업슛이 터져 중국을 81-80으로 눌렀다. 한국은 가장 큰 난적 중국을 잡아 올림픽 최종예선 진출에 중요한 고비를 넘었다.
중국, 뉴질랜드, 필리핀, 한국 4개국이 출전한 이번 대회서 상위 2팀이 내년 올림픽 최종예선에 진출하게 된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중국이 가장 앞서고, 한국과 뉴질랜드가 2위를 다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전을 앞둔 이문규 감독은 “이번 대회는 중국과의 승부에 초점을 두기 보다 올림픽 최종예선 출전권을 얻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뉴질랜드와의 승부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전략적으로 무게중심을 중국전이 아닌 뉴질랜드전에 두겠다는 것. 이 감독은 "다른 단일 대회에서 중국과의 경기라면 신경을 쓰는 것이 맞겠지만 이번 대회는 무조건 올림픽 최종예선 출전을 위한 전략으로 임할 생각”이라 덧붙였다.
그러나 한국이 중국과 해보기도 전에 ‘진다’고 가정하는 것은 수장으로서 언론에 공개적으로 할말은 아니다. 설령 그런 계획을 갖고 있더라도 일단 중국과 붙어본 뒤 경기 중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 중국과 붙어보기도 전에 진다는 감독의 말은 자칫 선수들의 투쟁심을 빠지게 할 수 있다.
이번 대회를 위해 여자프로농구는 리그를 통째로 2주나 쉬었다. 한국은 16일 필리핀과 대결하고, 17일 뉴질랜드와 붙는다. 필리핀은 2진이 나서도 쉽게 이기는 상대다. 중국전에서 전력을 다하더라도 뉴질랜드전까지 체력을 회복할 시간도 충분하다.
중국전을 이긴 이문규 감독은 "사실은 (중국전에서) 결정을 보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선수들이 더 승부를 걸어봤으면 하는 생각을 은연중에 나에게 비췄다. 그래서 상당히 곤혹스럽기도 했다. 마지막 경기인 뉴질랜드와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선수들이 단합하여 만든 승리로 본다”고 말했다.

다행히 ‘여랑이’ 한국선수들은 이문규 감독보다 정신력이 강했다. 중국을 잡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21점을 폭격한 김정은은 “중국을 이겨 너무 좋았다. 대표팀 생활하면서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마지막으로 이겼던 것 같다. 당시에는 선배 언니들도 있었고 중국도 1.5군이었는데 5년 만에 제대로 된 경기에서 이긴 것 같다”며 중국전 복수의지가 동기부여가 됐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김정은은 “개인적으로 많은 팬들이 한국 여자농구 수준이 떨어졌다 거나 예전 같지 않다고 하시는데, 여자농구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보답을 하는 경기가 아니었나 싶고, 이런 부분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여자농구의 인기를 살리는 길은 국제무대에서 성적을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림픽에 다시 나가는데 일조하고 싶다”는 굳은 각오를 드러냈다.
그렇다. 이문규 감독의 말대로 중국전 승리는 감독이 아닌 선수들끼리 단합하여 만든 승리다. 이문규 감독의 생각보다 선수들의 정신력이 훨씬 강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