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의 행보가 어색하다.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모습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4일(이하 한국시간) 밤 레바논 베이루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서 열린 레바논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4차전 원정 경기서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한국은 베이루트 잔혹사에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레바논과 역대 A매치 전적에선 9승 3무 1패로 압도했지만 베이루트서 치른 5경기선 1승 3무 1패로 균형을 깨지 못했다. 26년 전 1993년 미국월드컵 1차예선(1-0)이 유일한 승리로 남아있다.
벤투호는 2차예선 4경기서 2승 2무(승점 8)로 북한과 레바논(이상 승점 7)을 따돌리고 간신히 선두 자리를 유지했다. 2위 북한이 이날 투르크메니스탄에 패하면서 가까스로 최상단 자리를 지켰다.
경기를 앞두고 벤투 감독은 좌우 측면에서 문전으로 크로스를 전달하는 훈련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적극적으로 공격을 펼치겠다는 의지였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경기장에서 훈련도 해보지 않은 벤투 감독은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들을 투입했다. 황의조(보르도)를 최전방에 배치하고 손흥민(토트넘)과 이재성(홀슈타인 킬), 남태희(알사드)를 2선에 뒀다. 그리고 정우영(알사드)와 황인범(밴쿠버)을 중원에 배치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의 기대와는 다르게 레바논을 위협하지 못했다. 황의조가 기술로 만든 슈팅을 제외하고는 좀처럼 공격이 이뤄지지 않았다. 상대가 밀집수비를 펼쳤고 공격은 효과가 없었다.
아시아권에서 위협적인 김신욱은 후반 18분 남태희 대신 투입됐다. 그러나 이미 한국 전술에 대해 완벽하게 적응한 레바논은 측면을 틀어막고 전방으로 크로스가 연결되지 않게 만들었다. 또 한국은 적응하지 못한 그라운드 때문에 기대만큼의 성과를 만들지 못했다. 김신욱을 투입했지만 오히려 크로스가 제대로 연결되지 못한 한국은 골을 넣는데 어려움이 따랐다.
결과론적이지만 김신욱을 초반에 투입했다면 상대 수비의 힘을 빼놓을 수 있었다. 물론 김신욱이 벤투 감독의 플랜 A는 아니지만 이겨야 할 상황에서는 투입하는 것이 팀에 보탬이 된다. 후반 22분 김신욱은 황의조의 헤더 슈팅 때 상대 수비 2명을 끌어냈다. 수비 집중력을 흔들어 놓는 순간이었다.
최종예선 진출도 확정짓지 못한 상황이지만 벤투 감독의 자신의 플레이만 고집하고 있다. 압도적인 우위를 선보인다면 벤투 감독의 행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레바논전을 통해 다시 드러난 것은 플랜 A만 고집하는 모양이다.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따놓은 것처럼 보인다. 아직 2차예선을 펼치고 있고 2위와 승점 1점 앞선 1위다. / 10bird@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