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커리어 처음으로 FA 시장에 나온 류현진은 어디로 향할까.
류현진은 지난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돌아왔다.
류현진이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는 동안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는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가 207점을 얻어 2연패에 성공했다. 류현진은 88점으로 2위에 올랐다.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낸 류현진은 29경기(182⅔이닝)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고 데뷔 시즌인 2013년 이후 처음으로 규정이닝을 돌파했다. 사이영상 투표에서 아시아 투수 최초로 1위표를 받은 것만 보아도 올해 류현진이 얼마나 대단한 활약을 했는지 알 수 있다.
류현진은 귀국 후 인터뷰에서 “이번 시즌 점수는 99점을 주고 싶다.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몸 상태와 평균자책점이다. 건강하기만 하다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류현진은 FA 자격을 얻었다. 다저스와의 계약은 지난해 종료됐지만 다저스의 퀄리파잉 오퍼를 수락해 1년을 더 다저스에서 뛰었다. 이 결정은 다저스와 류현진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 됐다. 다저스는 류현진을 적정한 금액으로 1년 더 함께할 수 있었고 류현진은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며 좋은 조건에서 FA 시장에 나서게 됐다.
이번 FA 시장 선발투수 최대어는 게릿 콜과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다. 두 투수는 모두 2억 달러 이상 계약을 따낼 가능성이 있는 투수들이다. 류현진은 매디슨 범가너, 잭 휠러, 제이크 오도리지 등과 함께 3순위 선발투수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류현진은 범가너, 휠러, 오도리지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이적이 가능하다. 지난해 퀄리파잉 오퍼를 수락해 올해는 자유롭게 이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범가너, 휠러, 오도리지는 모두 소속팀에게서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받았다. 세 투수를 영입하는 팀은 내년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을 잃게 된다.
지명권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쓸 수 있는 슬롯머니가 정해져 있는 현행 규정하에서 드래프트 지명권의 가치는 대단히 높다. 이 때문에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하고 FA 시장에 나왔다가 소속팀을 찾지 못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올해 크렉 킴브럴과 댈러스 카이클이 대표적이다. 두 투수는 신인 드래프트가 끝난 이후에야 계약을 할 수 있었다.

류현진도 약점이 없진 않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선호하는 탈삼진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과 다음 시즌 33세로 적지 않은 나이, 화려한 부상 경력은 장기계약에 걸림돌이다. 류현진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최소한의 목표로 5년 1억 달러를 원한다고 밝혔지만 류현진은 “계약기간은 3~4년 정도가 좋을 것 같다. 이 정도가 나에게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발투수를 영입하고자 하는 팀들의 최우선 목표는 콜과 스트라스버그다. 류현진은 이 두 투수의 계약이 마무리되어야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콜과 스트라스버그를 영입하기 위해 실탄을 장전한 팀들이 영입에 실패한다면 자연스레 류현진에게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최소 6~8년 장기계약이 확정적인 콜과 스트라스버그와 달리 3~4년 정도 계약으로 잡을 수 있는 류현진은 매력적인 카드다.
이번 오프시즌에서 선발투수 보강을 노리는 팀들은 크게 두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탄탄한 전력을 갖추고 있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 콜과 스트라스버그를 노리는 팀들과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선발진 보강을 통해 다시 한 번 가을야구 도전에 나서는 팀들이다.
전자는 LA 다저스, 뉴욕 양키스 등이 있고 후자로는 LA 에인절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텍사스 레인저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등이 있다. 이중 다저스와 양키스는 콜 영입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스트라스버그의 행선지는 원소속팀 워싱턴 내셔널스와 고향팀 샌디에이고가 유력하다.
당연하게도 콜과 스트라스버그를 영입할 수 있는 팀은 2팀뿐이다. 앞서 언급한 7개 팀 중 5개 팀은 목표를 이룰 수 없다는 의미다. 또 선발투수 영입 의지가 강한 에인절스와 필라델피아는 만약 콜이나 스트라스버그 영입에 성공하더라도 추가적인 영입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시장상황은 류현진에게 나쁘지 않다. 초대어 투수가 2명이나 나왔지만 그만큼이나 선발투수 보강을 원하는 팀들이 많다. 특히 에인절스나 필라델피아, 화이트삭스 같이 타선은 어느정도 갖춰졌지만 선발진이 빈약한 팀들이 선발투수 영입 의지를 천명했다.

원소속팀 다저스과의 재계약 가능성도 있다. 류현진은 “원소속팀 우선협상 기간 동안 별 다른 얘기는 나오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류현진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구단이다. 다저스가 영입 후보로 노리고 있는 콜, FA 야수 최대어 앤서니 랜던, 유격수 프란시스코 린도어(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외야수 무키 베츠(보스턴 레드삭스) 등의 영입에 실패한다면 류현진과의 재계약도 고려할 것이다.
류현진은 올해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명실상부한 메이저리그 1선발급 투수로 우뚝섰다. 다음 시즌 류현진을 어느 팀에서 다시 한 번 좋은 활약을 보여주게 될까.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