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동차 역사에서 언제 이랬던 적이 있었던가? 기아자동차 K5 디자인이 3세대까지 진화하며 뚜렷한 맥을 이어가고 있다. 21일 미디어를 대상으로 실물이 공개 된 ‘K5 3세대’의 디자인 테마는 ‘새로움’과 ‘신뢰감’을 거쳐 ‘즐거움’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요즘 같이 SUV가 득세하는 분위기에서 ‘즐거움’은 세단의 생존 키워드가 됐다. 즐거움은 ‘스포티’라는 영어 표현을 우리말로 해석한 낱말이다. ‘펀 투 드라이브’라는 운전의 재미를 잃지 않기 위해 디자인에서부터 ‘즐거운’ 분위기를 담아 냈다.
21일 기아자동차가 3세대 K5를 공개한 장소인 용인 ‘비전스퀘어’는 지난 달 개관한 기아차의 연수원이다. 학교 같았던 종래의 연수원 건물과는 달리 비전스퀘어도 한층 멋을 낸 디자인을 하고 있었다. 디자인에서 자신 있는 건물이 아니었다면 3세대 K5와 덜 어울렸을 지도 모른다.

‘즐거운’ 테마의 K5는 헤드라이트에서 가장 강렬하게 뿜어져 나온다.
K5 디자인을 담당한 카림 하비브 기아차 디자인센터장은 이 디자인을 ‘바이탈 사인(Vital Sign)’이라고 묘사했다. 언뜻 상위 모델인 K7의 헤드-리어 라이트에서 영감을 얻은 듯하다. 이것이 K5에서는 심장 박동을 연상하는 의미로 해석됐다. 역동성을 달리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두 개의 미등을 점선으로 이어붙인 리어 라이트도 마찬가지다. 점점이 뛰는 심장 박동을 형상화 하고 있다.
‘즐거움’을 표현한 또 하나의 요소는 패스트백으로 처리한 후측면 디자인이다. 패스트백 디자인은 정통 세단에서 멋쟁이 쿠페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로 볼 수 있다. 정통 세단의 미덕을 완전히 내던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패스트백으로 뒤를 처리하면 차체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야 멋도 챙기도 실내 공간도 유지할 수 있다.

역시나 전장은 2세대 대비 50mm 늘어난 4,905mm, 전폭은 25mm 커진 1,860mm, 전고는 20mm 낮아진 1,445mm의 제원을 보였다. 휠베이스는 2,850mm다. 이쯤 되면 스포티 세단이라는 표현이 살짝살짝 등장해도 무방하다.
‘즐거움’으로 진화한 이전 세대의 테마는 ‘새로움’과 ‘신뢰감’이었다. 기아자동차 중형총괄 1PM 허재호 상무는 “1세대 K5의 테마가 파격적 스타일을 제시한 ‘새로움’이었고, 2세대는 업그레이드 된 성능을 보여준 ‘신뢰감’이었다면 3세대는 ‘즐거움’이다”고 말했다.
새로움으로 시작한 K5의 디자인이 신뢰감을 거쳐 즐거움으로 가고 있는 진화 단계가 도표를 보듯 또렷하다. 3세대 K5에서 1세대 K5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는 것도 놀랍다. 말이 세대 구분이지 매번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제시하던 종래의 현대기아차 디자인과는 개념 자체가 달랐다.
3세대에 남아 있는 1세대의 흔적은 그릴 디자인이다. ‘타이거 노즈(Tiger Nose)’로 불리던 라디에이터 그릴이 헤드램프와의 경계를 허물고 헤드라이트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형태로 변모했지만 타이거 노즈를 부인하는 새로운 이름은 적시되지 않았다. ‘샤크 스킨(Shark Skin)’이라 불리는 그릴 패턴이 새로웠지만 전체 분위기에는 타이거 노즈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1세대 K5는 3세대를 디자인 한 카림 하비브 디자인센터장의 기억에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카림 하비브의 디자인 발표는 1세대 K5의 추억으로 시작됐다. 하비브 센터장은 “독일에 있을 때 접했던 1세대 K5에 대한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기아차는 1세대 K5를 시작으로 글로벌 플레이어의 대열에 뛰어들었다”고 되짚었다.
2010년 ‘새로움’으로 크게 어필한 K5가 2015년 ‘신뢰감’으로 뿌리를 내리고, 2019년 겨울, 마침내 ’즐거움’으로 꽃을 피우려 하는 헤리티지가 엮이고 있었다.

가솔린∙가솔린 터보∙하이브리드 3개 모델로 출시 되는 3세대 K5는 ▲가솔린 2.0 모델이 2,351만원 ~ 3,092만원 ▲가솔린 1.6 터보 모델이 2,430만원 ~ 3,171만원 ▲LPi 일반 모델이 2,636만원 ~ 3,087만원 ▲LPi 2.0 렌터카 모델이 2,090만원 ~ 2,405만원 ▲하이브리드 2.0 모델이 2,749만원 ~ 3,365만원으로 가격이 책정될 예정이며(개별소비세 3.5% 기준) 21일부터 사전 계약을 받기 시작한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