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사람 일은 모른다. 박진우(NC)가 확 달라졌다. 지난 시즌까지 만년 기대주에 머물렀으나 올 시즌 NC 마운드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9승 7패 5홀드(평균 자책점 3.14)로 커리어 하이를 완성했다. '도대체 겨우내 무슨 일이 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박진우의 활약은 눈부시다. 이동욱 감독은 올 시즌을 되돌아보며 "양의지도 충분히 잘했지만 박진우가 마음속의 MVP"라며 "박진우는 전반기에는 선발 투수로 후반기에는 중간 투수로 해줬다"라고 호평했다.
박진우는 "정말 올 시즌 이렇게 야구할 수 있을지 상상도 못 했다. 부상 없이 시즌 내내 1군에서 뛰는 게 목표였는데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 나 스스로 믿어지지 않을 만큼 행복한 시즌이었다"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기만성의 또 다른 사례를 보여준 박진우에게 인고의 세월을 이겨낸 비결을 물었다. 그는 "예전의 나는 믿음이 부족했다. 나 스스로 할 수 있을지 의심하는 경우가 많았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나 자신을 믿지 못했다. 돌이켜 보면 내 생각이 정말 잘못됐다는 걸 많이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박진우는 이어 "외동아들인 내가 잘될 수 있도록 한결같은 마음으로 응원해주시는 부모님이 큰 버팀목이 되어주셨다. 세상에 힘든 일이 많은데 지금 포기한다면 또 다른 일을 하더라도 이겨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된 말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할 수 있을 때까지 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먹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예전에는 무작정 열심히 하는 게 최고라고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될까 생각해보니 할 때 하고 쉴 때 쉬면서 효율적으로 해야 효과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변화를 두려워해선 안된다는 걸 깨달았다. 한 걸음씩 나아가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박진우는 2013년 NC의 육성 선수로 입단해 2015시즌 1군 마운드를 처음 밟았다. 11경기에 등판해 1승 1패를 거뒀다. 평균 자책점은 3.14. 그해 11월 2차 드래프트에서 두산의 지명을 받았다. 2016~2017시즌 경찰 야구단에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한 박진우를 2017년 11월 2차 드래프트에서 NC가 다시 데려왔다. 지난 시즌 11경기에서 19⅔이닝을 소화하며 1승 1홀드(평균 자책점 3.66)를 기록했다.
![[사진] OSEN DB](https://file.osen.co.kr/article/2019/11/22/201911221056776146_5dd7468377865_1024x.jpg)
지난해까지 늘 조연 신세에 불과했지만 부모님의 한 마디는 그가 주연으로 우뚝 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잘 알려진 대로 저는 육성 선수 출신이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우리 아들은 내게 1차 지명 선수'라고 늘 말씀하셨다. 어릴 적부터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육성 선수로 입단했을 때 내색하지 않으셨다. 지난해까지 2군 혹은 3군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는데 '우리 아들이 최고의 에이스'라고 감싸 안아주셨다. 그 덕분에 올 시즌 1군 주전 선수가 됐다. 힘들어도 포기할 수 없는, 포기해선 안 되는 힘을 주셨다". 박진우의 눈시울을 붉어져 있었다.
그는 1군 마운드에 선 자신의 모습에 기뻐하는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 "부모님께서 정말 기뻐하시는데 이런 게 행복이라는 걸 느꼈다. 부모님께서 이 기쁨을 계속 느끼실 수 있도록 진짜 잘해야 한다"는 게 박진우의 말이다.
야구계에서 한 시즌 반짝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박진우도 반짝스타가 되지 않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다음 시즌에도 자리가 보장된 건 아니다. 경쟁해서 이겨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나만의 장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컨트롤에 좀 더 신경을 쓰고 몸에 맞는 공 비율을 줄여야 한다. 올 시즌 커브를 던지긴 했는데 좀 더 완벽하게 만들어야 하고 투심 패스트볼을 익혀 땅볼 유도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선발과 중간 모두 소화했던 박진우는 보직에는 욕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선발이든 중간이든 상관없다. 팀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자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진우에게 다음 시즌 목표를 묻자 친구 이재학을 잡는 게 목표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재학이는 7년째 1군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는 뛰어난 선수다. 올 시즌 재학이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고 재학이를 귀찮게 했다. 프로는 경쟁에서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 서로 잘 되면 좋은 일이다. 그래서 내년 목표는 재학이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