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 엄마 이영애 아닌 배우 이영애의 존재감 [Oh!쎈 리뷰]
OSEN 심언경 기자
발행 2019.11.24 10: 46

"진짜 엄마가 되고 나니까, 정연의 감정이 너무 많이 아프고 슬펐어요. 그래서 오히려 절제하려 했어요."
배우 이영애가 '나를 찾아줘'(감독 김승우, 제공 워너브러더스 픽처스, 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작 26컴퍼니)로 14년 만에 관객을 찾는다. '친절한 금자씨'(2005)에 이어 '나를 찾아줘'에서도 아이와 어쩔 수 없이 생이별하게 된 엄마로 분한다. 긴 공백기 동안 진짜 엄마가 된 이영애가 그린 모성애는 과연 더욱 깊어졌을지 궁금하다. 
간호사 정연(이영애)과 수학 교사 명국(박해준)은 6년 전 아들 윤수를 잃어버렸다. 이후 명국은 일을 그만두고 아들 찾기에 전념 중이다. 정연은 명국을 대신해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정연은 희망을 잃지 않는 명국과 어딘가에서 살아 있을 윤수를 위해 하루하루를 덤덤히 버텨낸다. 후배 간호사의 배려 없는 동정에 무너졌다가도, 기어코 두 발로 곧게 일어선다.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윤수를 생각하면, 정연은 그 어떤 것도 포기할 수 없다. 
'나를 찾아줘'의 서사는 이보다 정연에게 가혹할 수 없다. 숨 쉴 틈도 없이 정연을 극한으로 몰아간다. 결국 정연은 혼자 모든 시련을 감내하고,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른다.
정연의 불행은 어떤 이의 제보를 받고 향한 한 바닷가 낚시터에서 극대화된다. 정연은 윤수와 똑 닮은 아이를 보고, 자기 아들이라 확신한다. 그러나 낚시터 사람들은 친절을 뒤집어쓰고선 끊임없이 정연을 배척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홍경장(유재명)이 있다.
그제야 정연은 행동하고 표현하기 시작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참을 수 없게 된다. 그동안 속앓이만 해왔던 정연은 바로 눈앞의 아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행동을 시작한다. 과감하고 거침없다.
묘한 대립을 이어가던 정연과 홍경장은 결국 정면으로 맞서게 된다. 하지만 홍경장은 총을 잘 다루는 현직 경찰이다. 정연이 여러모로 열세다. 하지만 정연은 절대 밀리지 않는다. 수도 없이 죽을 고비를 맞지만, 그럼에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 이는 원초적인 생존 본능이 아닌, 처절한 모성애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연과 홍경장의 액션신은 예상보다 길게 이어진다. 보는 사람도 몸에 힘이 들어갈 정도다. '이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 잔혹함이 바로 정연에게는 세상 그 자체다. 어쩌면 지극히 현실적인 장면일지도 모른다. 
그 극도의 긴장 상황 속에서 정연의 절절한 모성애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 곧이라도 픽 쓰러질 것 같던 정연은 아이러니하게도 홍경장과의 대치에서 생의 의지를 가장 뜨겁게 불태운다. 오로지 아이를 지키기 위함이다. 
이영애는 전작 '친절한 금자씨'에 이어 14년 만 스크린 복귀작 '나를 찾아줘'에서도 엄마 역을 맡았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간 여배우보다 쌍둥이 남매 엄마의 삶에 집중해왔던 이영애가 더욱 공감 가는 엄마 연기를 펼쳐낼지가 기대 포인트 중 하나였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나를 찾아줘'에서 엄마 이영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엄마 정연만이 존재했다. 사적인 감정도, 필요 이상의 이입도 없다. 이영애는 군더더기 없이 영화 속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최적화된 연기를 펼친다. 
그래서 이영애의 존재감은 더욱 빛난다. 아이를 잃은 부모, 세상의 철저한 무관심, 도덕이 통하지 않는 무지의 위험성까지, 이영애는 착실하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다져 나간다. 
11월 2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8분. /notglasses@osen.co.kr
[사진] '나를 찾아줘' 포스터 및 스틸컷, OSEN DB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