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완쾌해서 다시 운동장에 서겠다."
유상철 감독이 이끄는 인천 유나이티드는 24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서 열린 상주 상무와 '하나원큐 K리그1 2019’ 파이널B 37라운드 홈 경기서 후반 30분 문창진의 선제 결승골과 후반 43분 케힌데의 쐐기골을 묶어 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인천은 승점 33을 기록, 11위 경남(승점 32)과 격차를 유지하며 10위 자리를 지켰다. 12위 제주(승점 27)가 37라운드를 치르지 않은 가운데 오는 30일 경남과 최종전서 비기기만 해도 잔류를 확정할 수 있게 됐다.

부임 후 감격적인 홈 첫 승을 지휘한 유상철 감독은 “전반에 조금 답답했는데 득점이 안 나왔다. 루즈한 경기를 한 것 같아 후반에 변화를 줘야겠다 생각했다. 변화가 잘 맞아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유상철 감독은 처음부터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를 향한 뜨거운 격려와 응원 목소리가 이어졌다. 인천 홈 팬들은 ‘유상철 감독님의 쾌유를 간절히 빕니다’라는 걸개를 내걸었다. 경기 도중엔 “유상철! 유상철! 유상철!”을 연호하며 힘을 불어넣기도 했다. 구단은 영상을 통해 유상철 감독이 걸어온 발자취를 돌아보며 희망을 전했다.
췌장암 4기에도 생사를 초월한 투혼과 열정을 보여준 유상철 감독은 “앉아서 지시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답답하다. 선수들도 비를 맞고 경기를 하는데 태풍이 오는 것도 아닌데 그 정도 비는 충분히 이겨낼 만했다"며 "후반 문창진과 케힌데의 몸 상태가 좋아 어떻게 기용할 지 고민을 많이 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기술적인 문창진을 투입했는데 주효했다"고 승인을 전했다.
올 시즌 13경기 만에 K리그 마수걸이 골을 기록한 케힌데에 대해서는 “문창진과 케힌데를 기용하려고 했다. 케힌데의 움직임과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 오늘 같은 날씨에 적합했다. 몸놀림과 컨디션을 보고 기대하고 있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득점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현실로 일어났다. 창진이의 득점도 좋았지만 케힌데 득점은 나뿐 아니라 팬들도 기다렸을 골이다. 본인에게도 자신감이 붙을 만한 골이다. 남은 경기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세삼창을 외친 유상철 감독은 “홈에서 계속 했어야 했는데"라고 농을 던지며 "홈에서 계속 안 좋았는데 마지막 홈 경기를 승리하면서 팬들에게 좋은 선물을 안겨줘서 정말 기분이 좋다"고 했다.
췌장암 4기 진단을 발표한 뒤 수많은 격려 메시지를 받은 유상철 감독은 "혼자서 볼 때는 굉장히 코끝이 찡하고 가슴도 뭉클하고 여러 가지 생각이 났다.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일반인 중에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한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이 되고 싶다. 견뎌내면 완쾌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희망을 전했다.
홈 팬들의 끊임없는 응원에 대해서도 “많은 힘이 된다. 많은 메시지를 통해 격려해줘서 감사드린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에 찾아와 주셔서 응원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이에 보답할 수 있는 건 운동장에 서서 같이 호흡하고 빨리 완쾌하는 것이다. 잘 이겨내서 빠르게 완쾌해서 운동장에 다시 서겠다"고 다짐했다.
인천은 30일 경남과 최종전서 승점 1만 획득해도 잔류를 확정한다. 유상철 감독은 "경남도 우리도 마지막 1경기에 모든 게 결정된다. 홈이 아닌 원정서 경기를 하는 건 우리가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다. 우선적으로 냉정해야 한다. 경남은 꼭 이겨야 하는 상황, 우리는 비겨도 되는 상황이다. 안도하지 않고 우리 경기력을 통해 득점하면 1골이 아닌 그 이상으로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 준비를 잘하겠다"고 예고했다.
유상철 감독은 마지막으로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거스 히딩크 감독을 떠올렸다. "내 지도자 경력에 가장 큰 영향력을 준 이는 마지막 감독님이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님이다. 대표팀 은퇴를 하고 선수로서 은퇴를 하면서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나도 저런 지도자가 되어야겠다고 롤모델로 삼았다. 히딩크 감독님처럼 되기 위해선 많은 경험이 필요하고 이 순간 순간이 큰 경험이고 도움이 된다.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선 몸이 건강해야 한다. 빨리 완쾌되어서 선수들과 함께 뛰어다니고 힘들 때나 좋을 때나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최대한 빨라질 수 있도록 치료를 잘하겠다."/dolyng@osen.co.kr

[사진] 인천=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