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사를 위해 어떤 위험도 불사하는 용기와 포용력,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표정, 혼자서도 옳은 일을 위해 나아가는 의지의 노래 '더 넥스트 라이트 띵(The Next Right Thing)'까지. '겨울왕국2' 안나의 뒤에는 슈퍼바이저 이현민이 있었다.
영화 '겨울왕국2'(감독 크리스 벅・제니퍼 리)의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26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당주동 포시즌스 호텔에서 내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앞선 '겨울왕국2'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안나의 포용력도 초능력"이라고 자신 있게 말해 시리즈 팬들의 감동을 자아낸 인물이다. 그는 자신있게 "안나는 가족 같은 존재"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안나의 탄생 전반에 깊게 관여했다. "'겨울왕국2'에 6명의 슈퍼바이저가 각자의 캐릭터를 맡고 있다. 저는 그 중에서 안나를 맡았다"고 밝힌 그는 "안나를 애니메이션 할 때마다 누구든지 제가 옆에서 도와줬다. '이건 안나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이 표정은 다르게 하는 게 좋겠다'는 식으로 조언하는 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사진=디즈니 제공] '겨울왕국2'에서 안나를 맡은 이현민 슈퍼바이저가 내한 인터뷰에 임했다.](https://file.osen.co.kr/article/2019/11/26/201911261536771504_5ddcd6ffea710.jpg)
![[사진=디즈니 제공] '겨울왕국2'의 공주 안나(왼쪽)가 눈사람 올라프를 안아든 장면.](https://file.osen.co.kr/article/2019/11/26/201911261536771504_5ddcd70069c12.jpg)
이를 위해 그는 일상의 모든 부분에서 안나를 생각하고 영감을 받았다. 두 감독들의 지시에 맞춰 안나에 대한 틀을 잡은 뒤 주위에서 만나는 사람, 캐릭터 등 모든 인물에게서 안나와 비슷한 면을 찾으려 애썼단다. 그는 "하다 못해 슈퍼에 장보러 가서도 어떤 분이 안나 같은 모습을 보여줄 때 기억하고 있다가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안나 목소리를 연기한 크리스틴 벨 배우가 녹음할 때 모든 모습을 비디오로 찍어서 저희한테 제공해줬다. 그러면 그의 표정이나 입 모양, 움직임을 보고 복합적으로 참고했다. 최대한 '안나'라는 존재가 혼자서 생각하고 느끼는 캐릭터로 표현하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팀의 협업이 이뤄지기도 했다. 안나만 해도 캐릭터 디자인 팀, 의상 디자인 팀, 스토리 보드 담당자가 다 따로 있다고. 이에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디즈니 안에 애니메이터, 슈퍼바이저, 헤드업 애니메이션들이 있는데 각각이 어떤 직급은 아니다. 8~90명의 애니메이터들이 모두 뛰어나고 각자 잘하는 면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애니메이터들이 매 작품마다 슈퍼바이저, 헤드업을 지원할 수 있다. 감독들이 인터뷰를 해서 각각의 특징에 적격인 사람을 뽑는 식이다. 모두가 작품이 끝나면 애니메이터로 돌아간다"고 겸손을 표현했다.
![[사진=디즈니 제공] '겨울왕국2'의 이현민 슈퍼바이저.](https://file.osen.co.kr/article/2019/11/26/201911261536771504_5ddcd700a357c.jpg)
그는 "슈퍼바이저나 헤드업들은 관리하는 게 많아서 정작 애니메이션 작업 시간은 매우 줄어든다. 평소에 애니메이터 한 명이 1~2분 작업할 수 있다면 슈퍼바이저일 때는 1~2개 장면을 간신히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작업을 더 많이 하고 싶은 마음에 일부러 슈퍼바이저나 헤드업에 지원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현민이 슈퍼바이저가 된 데에는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애착이 크게 작용했다. 2007년 디즈니에 입사해 '공주와 개구리'로 처음 작업한 이래, 그는 '페이퍼 맨', '피스트' 등의 단편 애니메이션에서 슈퍼바이저를 맡며 각각의 캐릭터에 얼마나 깊이 관여할 수 있는지를 체험했다. 이에 '겨울왕국'에서 애니메이터로 작업한 뒤 시리즈 2에서 보다 큰 역할을 하고 싶은 마음에 슈퍼바이저로 자원했고 감독들의 선택에 안나를 맡게됐다.
![[사진=디즈니 제공] '겨울왕국2'에 등장하는 공주 안나(왼쪽)와 눈사람 올라프. 이현민 씨는 안나의 슈퍼바이저로 활약했다.](https://file.osen.co.kr/article/2019/11/26/201911261536771504_5ddcd7011119f.jpg)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실제 안나처럼 밝고 쾌활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기쁜 일에는 아이처럼 손뼉치며 기뻐하고 다채로운 제스처로 감정을 표현할 줄 알았다. 그의 모습이 '겨울왕국2'에서 성숙해졌음에도 유쾌함을 잃지 않고, 시련에도 굴복하지 않는 안나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실제 이현민 슈퍼바이저의 생애도 안나와 닮은 부분이 있었다. 대입 수능시험을 치른 뒤 모친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가족들과 떨어져 미국에서 홀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며 삶을 홀로 해쳐나가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는 것. 이와 관련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안나가 '더 넥스트 라이트 띵'을 부르며 엘사와 올라프 없이 홀로 위기를 해쳐나갈 때 그때의 제 모습이 생각났다.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들이 있지 않나"라며 안나를 통해 관객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고 싶었던 점을 강조했다.
![[사진=디즈니 제공] '겨울왕국2'의 이현민 슈퍼바이저.](https://file.osen.co.kr/article/2019/11/26/201911261536771504_5ddcd701450e5.jpg)
그렇기에 이현민 슈퍼바이저에게 안나는 단순한 캐릭터를 넘어 가족같은 존재였다.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많은 애니메이터들이 한 작품을 할 때마다 오직 그 캐릭터만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작품이 끝날 때면 캐릭터가 가족이고 친구 같다 심지어 작품이 끝날 때는 집에서 내보내는 느낌이라 섭섭한 기분도 든다. '가서 잘해야 돼'라면서 손 흔들고 싶은 느낌"이라며 "'겨울왕국'을 하면서 내보냈던 안나라는 캐릭터가 '겨울왕국2'를 하면서 다시 돌아온 기분이었다"고 웃었다.
이어 그는 "애니메이터라는 존재가 최대한 보이지 않고 캐릭터 혼자만 존재할 때 '진짜 성공했다'는 느낌을 받는데 안나는 엘사와 함께 그런 식으로 엄청난 응원과 사랑을 받는 캐릭터라 더 뿌듯하고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 monami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