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드래프트에서 LG의 선택을 받은 정근우(37)는 이적 소식이 전해지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2루수’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 자체만으로 마음이 울컥했기 때문이다.
정근우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주역 중 하나로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2015 프리미어12 ’국가대표 2루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2루 자리는 젊은 후배에게 넘겨줘야 했다.
정근우는 한화에서 2루수로 선발 출장한 것은 2018년 5월 31일 대전 NC전이 마지막이다. 그해 4~5월 2루수로 39경기(303이닝)를 뛰면서 실책을 9개 기록했다. 강경학, 정은원 등 젊은 2루수들이 출장 기회를 가져갔다. 이후 정근우는 1루수와 지명타자로 출장했고, 2019시즌에는 본격적으로 중견수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올해 2루수로는 단 한 번도 뛴 적이 없다.

류중일 감독은 2차 드래프트 직후 정근우의 활용도에 대해 "국가대표 2루수 출신 아닌가. 다시 2루수로 기용할 생각이다. 정주현과 경쟁을 시키겠다"고 말했다.
정근우는 류중일 감독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는 "2차 드래프트에서 LG로 이적했다는 기사를 보고 얼떨떨했다. 눈물이 조금 나더라. 2루수로 기용할 수 있다는 류중일 감독님의 기사를 보고, 아쉽게 물러난 2루 자리에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돼 울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숨 죽어 있던 느낌이 다시 솟아오르는 것 같다. 다시 열정을 불태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18년 2루 자리에서 실책이 잦았다. 수비 범위에 아쉬움도 있었고 송구에서 문제도 있었다. 정근우는 "2루수 준비를 위해 예년보다 빨리 개인 훈련에 들어갈 생각이다. 풋워크, 민첩성을 강화하는 훈련을 많이 할 것이다. 캠프에서 많이 뛰고 다이빙도 많이 하겠다"고 각오를 보였다.
올해 LG 주전 2루수는 정주현이었다. 군에서 제대한 최재원도 있다. 내년이면 만38세의 정근우가 2루수로 뛰기 위해서는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정근우는 2018년 타율 3할4리(375타수 114안타), 올해는 타율 2할7푼8리(277타수 77안타)를 기록했다. 아직 타격은 괜찮다.
류 감독은 "정주현과 정근우를 경합시켜보고 싶다. 2루 움직임을 보고, 정주현이 보다 낫다고 보면 주전으로 쓸 것이다. 만약 정주현이보다 덜 하다 싶으면 외야 백업, 오른손 대타로 활용할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감격의 눈물을 훔친 정근우가 잠실구장 2루에서 다이빙캐치를 하는 모습을 보여줄 지, 경쟁은 벌써부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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