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서고 싶어요”
오로지 이 간절한 바람 하나 뿐이었다. 그래서 누구는 5년 넘게 연습생으로 지내며 이를 악물었고 또 누군가는 이미 데뷔했지만 무대에 서지 못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그들의 소원은 모두 ‘데뷔’와 ‘무대’로 통일됐다.
하지만 어른들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아이들의 푸른 꿈이 무참히 짓밟혔다. 그저 피 땀 눈물을 흘리며 열심히 노래하고 춤추고, 무대를 구상하고 더 나은 퍼포먼스를 준비했을 뿐인데 하루아침에 다시 기회를 빼앗겼다. 줬다 뺏기, 가장 치사하면서 억울한 일을 겪고 있는 아이즈원과 엑스원 멤버들이다.

지난해 8월 탄생한 Mnet '프로듀스48' 표 걸그룹 아이즈원은 센터 장원영을 중심으로 미야와키 사쿠라, 조유리, 최예나, 안유진, 야부키 나코, 권은비, 강혜원, 혼다 히토미, 김채원, 김민주, 이채연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모두 아이오아이, 워너원에 이어 국민 프로듀서들의 선택을 받아 무대에 서고 싶은 소망을 실현했다.
가장 마지막으로 팀에 합류한 12등 이채연은 “한순간도 소홀하지 않고 노력해왔던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무대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계속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세요”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11등을 차지한 김민주는 “100일간 응원해준 국민 프로듀서님들이 계셔서 최선을 다했다. 앞으로도 보답하겠다”고 소감을 말했고 반전을 쓴 김채원은 “많은 분들의 응원 덕분에 이 자리에 있다. 더 성장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인사했다.
눈물을 터뜨린 이들은 많았다. 9등 혼다 히토미는 “100일 동안 도망치고 싶고 포기하고 싶었는데 끝까지 열심히 하기를 잘한 것 같다. 꿈과 희망으로 가득했는데 지금은 여러분이 주신 사랑으로 가득하다”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F등급의 기적을 쓴 강혜원은 “아직 실력이 부족한데도 많은 사랑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고 재데뷔에 성공한 권은비는 “지금까지 믿고 투표해준 국민 프로듀서님들 감사합니다. 이 자리에 있는 건 여러분 덕분이다. 이렇게 키워주셔서 감사하다”고 허리 숙여 인사했다.
6등 야부키 나코는 “저를 여기까지 데려다 준 국민 프로듀서님들 정말 정말 감사하다. F클래스부터 시작해 데뷔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꿈 같고 아주 기쁘다”며 활짝 웃었고 안유진은 5등 호명과 동시에 오열했지만 “데뷔 시켜주신 만큼 열심히 해서 발전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상위권 멤버들의 감격은 더욱 컸다. 4등 최예나는 “꿈을 이뤄주신 국민 프로듀서님들 감사하다. 가족들이 이 자리에 와 있는데 자랑스러운 딸과 동생이 되겠다”고 했고 3등 조유리는 소리까지 빽 지를 정도로 크게 놀랐다. “이렇게 기적을 선사해주신 국민 프로듀서님 정말 감사하다”며 눈물을 왈칵 쏟았다.
2등에 머무른 사쿠라는 “국민 프로듀서님 진짜 진짜 감사하다”고 강조했고 대망의 센터 장원영은 “높고 값진 데뷔 선물을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항상 응원해주시는 분들과 '프로듀스48' 여러분 감사하다”며 앞으로 최선을 다해 무대를 펼치겠다고 팬들에게 알렸다.

12인조 아이즈원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대세 글로벌 걸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러는 사이 시즌4 격인 Mnet '프로듀스X101’이 시작됐다. 지난 7월, 치열한 경쟁 속에 엑스원 11명이 탄생했고 김요한, 김우석, 한승우, 송형준, 조승연, 손동표, 이한결, 남도현, 차준호, 강민희, 이은상이 기쁨을 만끽했다.
이들 역시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 가장 먼저 10등으로 호명된 강민희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고 9등 차준호 역시 “지금까지 드렸던 것에 비해 과분한 사랑을 주셔서 너무나 행복했고 얻은 게 많다. 데뷔까지 하게 돼 날아갈 것 같다. 더 잘하고 멋진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8등 남도현은 “제가 이 자리에 잘 맞는 사람이 되도록 끝까지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고 이한결은 “포기했는데 막상 되고 나니까 어안이 벙벙하다”며 반전의 7등을 완성했다. 6등 손동표는 꺼이꺼이 울어 보는 이들을 울컥하게 했고 재데뷔 기회를 얻은 조승연은 활짝 웃었다.
송형준은 4등에 호명되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고 “이제 꽃길만 걷게 해주겠다”며 응원해준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맏형 한승우는 3등이라는 높은 순위를 얻자 “국민 프로듀서님들 저를 먼저 알아봐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이 자리에 있는 모든 분들이 감사한 분들”이라고 뭉클한 속내를 밝혔다.
2등을 차지한 김우석은 “항상 다수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은 굉장히 드물고 소중하다고 생각했었다. 사실 제가 많이 드린 게 없는데 앞으로는 웃음만 드릴 수 있는 김우석이 되겠다”고 약속했고 센터에 호명돼 주저앉았던 김요한은 “최종 1등이라는 영광스럽고 과분한 자리에 앉혀주신 국민 프로듀서님들, 정말 감사드린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마지막 X 멤버로 합류한 이은상은 “‘이은상 데뷔하자'라는 플래카드를 봤다. 약속을 못 지킬 것 같아 죄송했는데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멋있는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감격의 소감을 얘기했다. 아쉽게 탈락한 이진혁, 김민규, 구정모는 이은상의 합격을 누구보다 축하해주며 마지막까지 빛나는 우정을 자랑했다.

아이즈원과 엑스원 멤버들 모두 ‘데뷔’와 ‘무대’를 목표로 달려왔고 국민 프로듀서들의 선택을 받아 귀한 기회를 얻었다. 자신들이 열심히 한 결과이기에 팬들을 위해 더 좋은 무대를 약속했고 이를 지켜왔는데 어느날 날벼락이 떨어졌다. 연출을 맡은 안준영 PD의 일부 투표 수 조작 인정.
최근 구속기소된 안준영 PD는 경찰 조사에서 '프로듀스X101'과 '프로듀스48'의 순위 조작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아이즈원과 엑스원은 예정된 컴백 일정을 미루고 약속한 무대에 서지 못하는 등 활동에 적신호가 켜졌다. 아직 경찰 수사 결과가 알려지지 않았고 어떤 식으로 조작돼 멤버 구성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물음표만 떠다니는 상황에서 멤버들 모두가 어른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연대 책임을 지게 됐다.
데뷔 기회를 얻어 무대에 오른다는 소망을 실현한 23명의 청춘들의 꿈이 짓밟혔다. 열심히 꿈을 향해 달렸을 뿐인데 어른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가혹한 가중 책임을 지고 말았다. 여전히 그들의 꿈은 무대다. 그들의 멈춘 시간을 보상할 방법도 무대를 다시 안겨주는 것이다. 무대 위에서 가장 빛나는 23명이기에. 팬들도 하루빨리 이들이 무대 위에서 훨훨 나는 모습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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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엠넷,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