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성공의 이면엔 독과점이라는 찜찜한 물량공세가 있다. 비록 관객 동원에는 성공했을지언정 체감 화제성은 1편만 못하다. ‘겨울왕국2’의 이야기다.
2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겨울왕국2’(감독 크리스 벅・제니퍼 리, 수입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는 누적관객수 599만 7491명을 기록했다. 지난 21일 개봉해 상영 내내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덕분이다.
천만 관객 돌파는 시간 문제다. 개봉 첫 주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각각 166만 1856명, 153만 5575명의 관객을 불러모은 만큼 연말 시즌으로 갈수록 더 많은 영화 팬들이 ‘겨울왕국2’를 택할 전망이다. ‘겨울왕국2’를 내건 상영관이 비상식적으로 많은 이유도 있다.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해소를 위한 영화인 대책위(이하 반독과점영대위)에 따르면 ‘겨울왕국2’는 국내에서 상영점유율(63.0%)과 좌석점유율(70.0%)을 기록했다. 이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기록한 80.9%(상영점유율), 85.0%(좌석점유율)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독과점 비율이다.
흥행이 불가한 숫자다. 반독과점영대위 측이 “다양한 영화 관람을 원하는 관객들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저해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행태”라고 비판하고 나선 까닭이다. 그동안 꾸준히 문제제기됐던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겨울왕국2’ 때문에 다시 곪아터졌다.

그런데 의아한 점은 흥행 속도는 1편보다 훨씬 빠른데 관객들의 체감 반응이다. 이는 무엇보다 OST 파트에서 두드러진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OST의 인기는 ‘미녀와 야수’, ‘라이온킹’, ‘인어공주’, ‘알라딘’ 등에서 두드러졌지만 어느 순간 주춤했던 게 사실. 이를 2014년 개봉한 ‘겨울왕국’이 ‘Let it Go’로 화려하게 부활시켰다.
전 세계는 ‘Let it Go’ 열풍에 빠졌고 엘사의 목소리 역을 맡은 이디나 멘젤은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게 됐다. 특히 이 곡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 ‘겨울왕국’ 신드롬을 확실하게 입증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이디나 멘젤이 부른 ‘겨울왕국2’ 대표 OST ‘Into the Unknown’은 ‘제2의 ‘Let it Go’가 되기에 역부족이다. 앞다투어 커버 영상이 쏟아졌던 ‘Let it Go’와 달리 ‘Into the Unknown’의 반응은 잠잠하다. 엄청난 관객동원 속도에 비하면 더욱 아쉬운 체감 반응이다.
가온차트에 따르면 47주차 디지털차트에 이 곡은 73위에 머물러 있다. 28일 오후 3시 기준,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에서는 실시간 차트 6위에 머물러 있다. 수록된 대부분의 곡이 사랑 받았던 전편과 비교할 때 '겨울왕국2'의 ‘The Next Right Thing’, ‘When I Am Older’, ‘Lost In The Woods’의 인기는 다소 아쉽다.
심지어 지난 27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KBS 쿨FM ‘박명수의 라디오쇼’에서 박명수는 "겨울왕국’ 1편이 대박난 이유는 ‘렛잇고’ 아닌가. 그런데 이번 ‘겨울왕국2’ OST는 귀에 확 들어오지 않는다"고 꼬집어 말했다. 영화 평론가 스탠리도 "아직 새로운 노래라서 그렇다. 하지만 ‘Let it Go’처럼 파괴력이 있는 노래가 '겨울왕국2'에 더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독과점으로 흥행에는 성공했으나 1편과 달리 세부적인 콘텐츠에서는 성공 신호가 켜지지 않은 '겨울왕국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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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