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2', 스크린 독과점 논란→영화인들의 이유있는 비판 [Oh! 무비]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19.12.01 12: 39

"꼭 그렇게 다른 영화에 피해를 주고, 스크린을 독과점 하면서 단기간 매출을 올려야 하느냐?"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의 개봉 첫날, 영화인들의 우려는 현실이 됐고, 하루 2300개가 훌쩍 넘는 스크린을 독식하면서 국내 극장가를 '기-승-전-겨울왕국2'로 만들었다. 
지난달 21일 개봉한 '겨울왕국2'는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이틀 만에 100만 명을 돌파했고, 10일째 누적관객수 7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30일 하루에도 2,368개 스크린에서 117만 3,992명을 끌어 모아 누적관객수 760만 4,225명을 기록,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현재 박스오피스 2위 '나를 찾아줘'와 3위 '블랙머니'의 스크린 수와 '겨울왕국2'의 스크린 수를 비교하면, 독과점이 얼마나 심각한지 체감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 '나를 찾아줘'의 스크린 수는 776개, '블랙머니'는 719개였으나, '겨울왕국2'는 무려 2,368개를 기록했다. '나를 찾아줘, '블랙머니'보다 3배나 많은 수치다. 
물론 전편 '겨울왕국'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이번 후속편도 자연스럽게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국내에 스크린 독과점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는 '극장에 갔더니 '겨울왕국2' 밖에 없더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앞서 11월 22일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이하 반독과점영대위)는 '겨울왕국2'의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반독과점영대위 고문으로 활동 중인 '블랙머니' 정지영 감독을 중심으로 많은 영화인들이 뜻을 함께 했다. 
반독과점영대위 측은 "'겨울왕국2'가 '어벤져스: 엔드게임' 등에 이어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올해 기준으로 두 번째로 높은 상영점유율(63.0%)과 좌석점유율(70.0%)을 기록했다. 독과점 논란을 빚은 올해의 작품은 '엔드게임' '겨울왕국2' '캡틴 마블' '극한직업' '기생충' 등이 대표적이다. 사실 스크린 독과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반독과점영대위는 2017년 11월 발족한 이래 서울영상미디어센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국회 등에서 영화 향유권, 다양성 증진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수차례 개최하며 국회·문화체육관광부·영화진흥위원회를 향해 '영화법'(영화 및 비디오물의 증진에 관한 법률) 개정 및 바람직한 정책 수립, 시행을 촉구해 왔다. 영화 다양성 증진과 독과점 해소는 법과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특정 영화의 배급사와 극장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겨울왕국2' 등 관객들의 기대가 큰 작품의 제작·배급사와 극장은 공격적 마케팅을 구사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영화 향유권과 영화 다양성이 심각하게 침해받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따라서 규제와 지원을 병행하는 영화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독과점영대위 측은 스크린 독과점의 건강한 해결 방안으로 '영화 강국' 프랑스를 예로 들었다. "프랑스의 경우 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에 해당하는 CNC(국립영화센터)는 영화법과 협약에 의거, 강력한 규제·지원 정책을 영화산업 제 분야에 걸쳐 병행하고 있다. 일례로 15~27개의 스크린을 보유한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한 영화가 점유할 수 있는 최다 스크린은 4개이며, 11~23개 스크린에서는 각기 다른 영화를 상영하고 있는데 이는 바로 CNC의 규제·지원 정책에 기인한다. 시장이 건강한 기능을 상실해 갈 때 국회와 정부는 마땅히 개입해야 한다"며 프랑스 사례를 배워야 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블랙머니' 정지영 감독은 "'겨울왕국2'는 좋은 영화"라며 "어린이와 학부모가 좋아한다. 그런 좋은 영화를 오랫동안, 길게 보면 안 되느냐? 꼭 그렇게 다른 영화에 피해를 주면서, 스크린을 독과점 하면서 단기간에 매출을 올려야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겨울왕국2'가 관객수 신기록을 써내려갈 때, 그 뒷면에는 독과점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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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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