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먹고 다니냐', 따뜻한 국밥처럼 잔잔하게 스며든 힐링X위로 [종영②]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19.12.03 10: 22

국밥집이 오픈했을 때만 해도 쌀쌀했던 날씨가 이제는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워졌다. 그만큼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이 속을 달래주고 몸을 따뜻하게 했는데, 작은 국밥 한 그릇이라고 대수롭게 볼 수 있지만 그 국밥의 따뜻함과 함께 있었던 사람들이 준 위로는 돈으로 평가할 수 없다. 그 위로는 연예인에게도, 일반인들에게도 차별이 없었다. 64일, 10주 동안 ‘수미욕’은 ‘욕’ 한 사발에 정신이 번쩍 들게 하고, ‘국’ 한 그릇에 위로를 선사했다. 국뇌 최초 ‘욕 힐링 국밥집’은 국이 밥에 스며들 듯, 시청자들에게 스며들었다.
지난 9월 30일 그랜드 오픈한 ‘수미욕’이 영업을 마쳤다. 지난 2일 방송된 SBS 플러스 ‘밥은 먹고 다니냐’ 시즌1이 종영한 것.
‘밥은 먹고 다니냐’는 국내 최초 ‘욕 힐링 국밥집’으로, 속 터지는 손님에게는 시원한 욕 한방으로, 세상살이가 고단한 손님에게는 따뜻한 위로국을 선사하는 ‘수미욕’의 이야기를 담았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국민 욕쟁이 할머니’ 김수미 표 ‘욕’으로 소통과 위로를 준다는 점에서 신선한 오픈이었다.

SBS플러스 제공

‘밥은 먹고 다니냐’.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가 한 대사로 더 유명한 말이다. 누군가에게 안부를 묻는 말로 쓰이기도 하는데, 말투에 따라 의미가 조금 바뀌기는 하지만 그 안의 뼈대는 ‘걱정’과 ‘안부’다. 그리고 ‘응원’과 ‘위로’다.
‘욕’ 한 사발과 ‘국’ 한 그릇을 선사하는 ‘수미욕’은 걱정과 안부, 응원과 위로가 기초가 돼 만들어진 국밥집이다. ‘국민 욕쟁이 할머니’ 김수미가 국밥집 사장님으로 변신해 정성을 담은 국밥 한 그릇과 위로, 충고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싶다. 혼자 살고 혼자 밥 먹으니 밥상에서 이야기를 들어줄 부모님이 없는 분들이 많지 않느냐. 충고도 해주고, 야단도 쳐주겠다. 원한다면 욕도 해주겠다.”
김수미가 ‘밥은 먹고 다니냐’ 제작발표회 당시 한 말이다. 과거에는 밥을 같이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자연스럽게 고민도 나누고 조언도 받는 게 일상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이제는 혼자 밥을 먹는 일상이 자연스러워졌다. ‘혼밥’ 등의 단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점이 이를 증명하는 대목이다. 때문에 이야기를 나누고, 조언을 받고, 위로를 해주고, 응원을 받는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
‘수미욕’에서는 이런 모습은 자연스럽지 않다. ‘혼밥’은 없었다. 혼자 왔어도 직원들이 옆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충고를 해주고, 응원을 해줬다. 회장님 김수미부터 솔선수범하니 최양락, 조재윤, 서효림, 신나리 등 ‘수미욕’ 직원들도 움직였다.
이들은 즐거운 식탁에서는 기쁨을 두 배로 높였고, 슬픔이나 사연이 있는 식탁에서는 이를 반으로 나눴다. 특별한 이야기, 충고, 응원이 없이 말 없이 앉아만 있어도 힘이 됐다. 어색함, 불편함 없이 ‘수미욕’ 식구들은 우여곡절을 겪은 연예인, 사연이 있는 시청자들의 ‘가족’이 됐다.
그 중심에는 김수미가 있었다. 단순히 ‘국민 욕쟁이 할머니’로 김수미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욕’ 안에는 기본적으로 상대가 걱정되는 마음이 담겨 있었고, ‘욕’을 듣는 상대도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특히 김수미의 ‘국밥’은 체온을 높여주는 것을 넘어 마음까지 따뜻하게 어루만졌다.
“요즘은 고민이 있어도 잘 털어놓지 못한다고 들었다. 평범한 사람들은 물론, 연예계 후배들이 상처 받고, 일이 있어서 못 나오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끌어 내겠다.”
제작발표회 당시 이렇게 이야기했던 김수미는 ‘수미욕’을 찾아와 위로를 얻고, 조언을 받고, 앞으로를 살아갈 지혜를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 ‘멘토’가 됐다. ‘멘토’라는 말이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김수미는 적어도 ‘밥은 먹고 다니냐’가 방송된 10주 동안은 시청자들의 ‘멘토’임에 틀림 없었다.
김수미의 경험은 조언을 건네고 응원할 수 있는 가장 큰 배경이었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만큼 김수미는 자신의 경험에서 나오는 말로 위로했다. 가끔은 따끔한 충고도 하고, 아무 말 없이 지긋하게 바라보거나 손을 잡아주고, 등을 토닥이는 등 작지만 큰 위로를 선사했다.
누구나 이용 가능한 게 ‘수미욕’을 더 친근하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밥은 먹고 다니냐’ 방송 초반에는 우여곡절을 겪은 연예인들이 기사화되면서 화제가 됐다. 가수 김흥국, ‘불량감자’ 유현철, 방송인 김정민, 가수 인순이, 션, 김장훈, 아이비, 김재중, 백지영, 개그맨 임하룡, 배우 성현아, 김정태, 김규리, 김성은 등이 ‘수미욕’을 찾았다.
우여곡절을 겪은 연예인들이 출연해 이에 대해 해명하고 심정을 밝히면서 당시 상황을 잘 몰랐던 이들은 오해를 풀고 정확한 시선에서 그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선입견, 편견 등을 깨는데 ‘밥은 먹고 다니냐’는 큰 공헌을 한 셈이다.
그렇다고 연예인들만 ‘수미욕’을 찾은 건 아니었다. 누구나 이용 가능했기에 일반인 시청자들도 ‘수미욕’을 찾아 위로를 얻었다. 이는 ‘밥은 먹고 다니냐’가 방송 횟수를 거듭하면서 시청자들의 사연이 각종 커뮤니티에서 공감을 얻었다. 임신을 했지만 남편과 사별한 아내, 다둥이 엄마 등의 사연이 화제가 됐다.
10주 동안 ‘수미욕’의 위로와 힐링은 차별 없이 모두에게 동등하게 다가갔다. 국밥에서 밥에 국의 맛이 맛있게 스며들 듯, ‘수미욕’의 힐링은 시청자들에게 스며들었다. ‘수미욕’이 다시 오픈하는 날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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