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참가상! 그러나 다음은 더 높은 곳을 꿈꾼다. 수원 삼성의 수호신 노동건의 포부는 당찼다.
2019년은 노동건에게는 의미 있는 한 해였다. 수원의 주전 수문장으로 성장해 한 시즌 내내 큰 부상 없이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승부차기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며 팀의 5번째 FA컵 우승을 이끌었다.
이러한 활약으로 인해 노동건은 2019 KEB 하나은행 K리그1 베스트 11 GK 부분 후보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으나 노동건 입장에서는 벅찬 경험이었다. 그는 환산점수 100점 만점에 12.25점을 얻어 조현우(대구 FC, 49.41) - 송범근(전북 현대, 31.36점) 뒤를 이어 3위에 위치했다.

2일 시상식에서 만난 노동건은 "사실 수상 가능성이 낮아서 안 와도 되는 자리였다. 그래도 뽑힌 것 자체가 영광이라 참석했다. (홍)철이 형 혼자 보내기도 애매하고..."라며 "상 욕심이 없진 않지만 내려놨다. (조)현우도 (송)범근이도 모두 잘해서 누가 타도 다 납득갈 것이다. 이번에 나는 참석에 만족한다"라고 말했다.
말과 달리 속내까지 편하지는 않았다. 노동건은 "아쉽긴 하다. 이번 참석을 계기 삼아 내년에는 꼭 베스트 11에 뽑히고 싶다"라며 "개인적으로 나도 장점이 있는 GK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프로 데뷔 이후 6년만에 처음 베스트 11 후보로 선정된 노동건은 "첫 후보 선정 자체도 영광이다. 이번 시즌 목표가 시상식 참여였다. 매번 TV로만 지켜보니 뭔가 아쉽더라. 이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노동건은 "사실 작년에 수원 소속으로 철이 형이 혼자 와서 외로웠다고 한다. 룸메이트로 보필하고자 왔는데 내가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다. 시상식이 처음이다 보니 너무 어색하다. 다 아는 선수들인데 양복입으니 못 올아보겠다"라고 털어놨다.
FA컵 우승으로 수원은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로 향한다. 노동건은 "팬들은 FA컵보다 더 높은 것을 원한다"라고 하며 "사실 나도 ACL 조별리그만 뛰었지, 토너먼트 무대 경험이 없다. 개인적으로 부상 없이 더 높은 곳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노동건은 "사실 FA컵 우승을 제외하면 이번 시즌 결과는 좋지 못했다. 리그서 우승하지 못했으면 실패였을 것이다. 다음 시즌은 무조건 상위 스플릿서 순위 경쟁을 펼쳐야 한다"라고 목표를 세웠다.
이번 시즌 활약으로 노동건은 대표팀 입성을 내심 기대했지만 벤투호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는 "사실 내 불씨는 이제 막 커진 것이다. 이 불이 계속 커지면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대표팀이 반짝한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도전자의 입장에서 기다릴 것"이라고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이번 시상식에는 조연이었다. 노동건은 다음 시상식에는 주연으로 떠오르고 싶다며 "사실 상을 타면 컬러풀한 옷을 입고 싶었는데 너무 아쉽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노동건은 "만약 다음 시즌 상을 탄다면 수원 선수답게 파란 정장을 입고 싶다. 정장 색이 다양한데 못 입어서 아쉽다"라며 "팬들이 파란 정장을 추천했는데, 처음이라 참았다. 다음 시즌도 후보에 뽑히면 도전해보겠다"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팬들을 위한 블루 - 블루 스타일을 예고한 노동건은 "사실 내년도 잘하면 뭘 못하겠나. 내년은 40경기 이상 나오고 싶다. 시상식에 우리 팬들이 많이 와서 응원해주셔서 내가 다 뿌듯했다. 그 팬들이 더 큰 자부심을 느끼도록 만들겠다"라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다음 시즌 수원이 호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노동건의 활약이 절실하다. 그가 팬들과 자신의 파란색 정장 패션을 위해서 이번 시즌보다 더 멋진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mcadoo@osen.co.kr
[사진] 가운데는 수원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