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방송 EBS가 창사 이래 최고의 특수를 누리고 있다. 남극에서 건너온 EBS 연습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10살짜리 펭귄, 펭수 덕분이다. 사람도 아닌 펭귄 하나에 대한민국 남녀노소 모두가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다 된 EBS 꽃길에 난데없는 재가 뿌려졌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EBS 예능 프로그램 '생방송 톡! 톡! 보니하니(이하 보니하니)’와 관련된 논란이 퍼져나갔다. 지난 10일 ‘보니하니’ 유튜브 라이브 방송 중 당당맨 최영수가 15살 MC 하니로 활약하고 있는 채연을 때렸다는 것. 실제로 영상을 보면 최영수는 채연이 자신을 잡아당기자 이를 거세게 뿌리폈다. 마침 지나가는 패널 김주철 때문에 가려졌지만 채연이 자신의 어깨를 움켜지며 멋쩍은 표정을 지어 폭행설에 힘이 실렸다.
결국 '보니하니' 측은 “폭력과 접촉은 사실이 아니다. 매일 생방송을 진행하며 출연자들끼리 허물없이 지내다 보니 어제(10일)는 심한 장난으로 이어졌다”고 해명했다. EBS 김명중 사장도 공식 홈페이지에 “사태의 심각성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관련자에 대한 책임을 철저히 묻고 징계 등 후속 조치를 엄격히 진행하겠다.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인을 철저히 파악해 제작 시스템을 정비하고 개선하겠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영수가 ‘보니하니’에서 하차를 알렸지만 또 다른 캐릭터인 먹니의 박동근이 성희롱 및 욕설 논란에 휘말린 이유에서다. 누리꾼들은 공개된 영상을 보며 “박동근이 채연에게 ‘리스테린 소독한 X’이라고 했는데 이는 유흥업소 여성들의 접대 은어”라며 크게 분노했다.
채연이 15살 미성년자인 까닭에 논란은 더욱 커졌다. 게다가 EBS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교육방송이다. 이 점에서 최영수와 박동근의 언행은 분명 질타 받을 일이다. 이들이 그동안 ‘보니하니’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애정을 쏟았는지는 차치하더라도 이번 사안은 웃고 넘길 수 없는 일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EBS 측은 “폭력적인 장면과 언어 성희롱 장면이 가감없이 방송돼 주요 시청자인 어린 학생들을 비롯한 시청자 여러분들에게 심한 불쾌감과 상처를 드렸다”며 “출연자 2명을 즉각 출연 정지 시키고 관련 영상을 삭제 조치했다. 개인의 문제이기에 앞서 EBS 프로그램 관리 책임이 크다. EBS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데 충격과 큰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쯤 되니 펭수가 다 끌어올린 EBS 호감도를 철없는 어른 박동근과 최영수가 다 갉아먹은 꼴이다. 펭수는 EBS를 대표하는 캐릭터인데 지난 4월 '자이언트 펭TV‘로 EBS1TV 와 유튜브에서 데뷔해 전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귀여운 비주얼과 달리 툭툭 내뱉는 센스 있는 코멘트가 남녀노소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자이언트 펭TV’ 유튜브 데이터 (11월 말 기준)에 따르면, 전체 시청자 비율은 여성 65.1%, 남성 34.9%다. 시청 연령층은 만 18세~24세 24.6%, 만 25세~34세 40.2%, 만 35세~44세 21.8%, 만 45세~54세 7.8 %로 전 세대에서 사랑을 받고 있음을 입증했다. 아이들을 위한 캐릭터지만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대세’ 셀럽으로 제대로 자리매김했다.
방송사를 뛰어넘어 맹활약하고 있다. 펭수는 유튜브 외에도 KBS ‘연예가중계’, MBC ‘마리텔’, SBS ‘정글의 법칙’, JTBC ‘아는형님’ 등에 출연했고 잡지 화보 촬영까지 진행하며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한 JTBC 간판 웹채널 룰루랄라의 '스튜디오콜' 2, 3회에 출연하기로 해 뜨거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OSEN 단독 보도). 펭수로서는 웹드라마에까지 진출한 셈이다.
게다가 유튜브 독자 100만 명을 일찌감치 돌파했고 한국 외교부의 홍보 비디오에 등장할 정도다. 이는 펭수 개인의 인기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가 계속 자신을 EBS 소속 연습생이라 소개하고 김명중 사장 이름을 툭툭 내뱉으며 방송사 전체에 대한 호감도와 인지도, 인기가 올라간 상황이다.
이런 때에 논란으로 EBS가 뜨거운 감자가 된 터라 팬들은 안타까울 따름이다. 10살 펭귄보다 철없는 어른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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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E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