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만 남았다.
최근 윤석민이 어깨부상을 은퇴하면서 2000년 타이거즈의 간판 투수들이 유니폼을 벗고 있다. 2000년 대에 KIA에 입단한 대표 투수들은 김진우, 윤석민, 양현종, 한기주, 곽정철 등을 꼽을 수 있다. 지금까지 꾸준하게 활약한 투수는 양현종 뿐이다. 양현종의 진가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김진우는 2002년 괴물루키로 삼진왕과 12승을 올렸다. 고졸루키로 무려 188이닝을 소화했다.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에 선발되기도 했다. 강속구와 폭포수 커브를 앞세워 10년 이상을 책임지는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개인적인 문제가 겹치면서 에이스로 자리잡지 못했다. 단 한번도 15승을 거두지 못하며 통산 74승에 그쳤다.

윤석민은 2005년 2차 1번으로 지명받아 필승맨과 소방수로 활약하며 단숨에 주축 투수로 인정받았다. 이후 선발투수로 변신해 2011년 4관왕과 MVP를 수상했다. 2009년 우승의 주역이기도 했다. 탁월한 투구밸런스와 다양한 구종으로 KBO 간판투수로 발돋음했다. 그러나 어깨부상으로 풀타임 시즌은 8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파이어볼러 한기주는 2006년 고졸루키로 입단해 44경기(선발 17경기)에 전천후로 출전해 10승 8홀드, 평균자책점 3.26을 기록하며 팀을 4강으로 이끌었다. KIA는 한기주 덕택에 2005시즌 최하위의 굴욕을 피할 수 있었다. 소방수로 변신해 2007년 25세이브, 2008년 26세이브를 거두었다. 그러나 팔꿈치 통증이 도졌고 2008년을 기점으로 주전투수에서 이탈해 재기에 실패했다.
곽정철은 2005년 1차 지명을 받은 유망주였다. 150km가 넘는 돌직구를 앞세워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선발 에이스로 자리잡지 못했다. 불펜투수로 2009년 41경기를 던지며 필승맨으로 우승에 기여했다. 2010년도 47경기를 소화하며 불펜을 지켰다. 그러나 부상과 군복무로 4년의 공백이 있었고 이렇다할 활약없이 2018시즌을 마치고 유니폼을 벗었다.
양현종은 다르다. 2007년 2차 1번으로 지명을 받아 올해까지 꾸준히 마운드를 지켰다. 선발과 불펜요원으로 2년동안 경험을 쌓았고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선발진에 자리를 잡았다. 2009년 12승, 2010년 16승을 올리며 에이스의 가능성을 보였다. 갑자기 어깨 통증과 옆구리 부상이 찾아와 3년 동안 주춤했다.
그러나 쓰러지지 않았다. 2014년 선발투수로 16승을 거두며 에이스로 돌아왔다. 올해까지 6년 동안 풀타임으로 선발로테이션을 소화했다. 2014년부터 6년동안 KBO리그 최고의 투수였다. 6시즌 최다이닝(1118⅓), 최다선발(180경기), 최다승(90승)을 기록했다. 규정이닝을 소화한 투수 가운데 최저 ERA(3.37)이기도 하다.
6년 연속 풀타임으로 선발로테이션을 소화했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관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방증이다. 거기에 탁월한 성적까지 내고 있다. 타이거즈에 대한 애정을 보이며 대투수라는 칭호도 얻었다. 이강철 KT 감독이 보유한 역대 타이거즈 최다승(152승) 경신도 도전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도전까지 선언했다. 홀로 진격하는 양현종의 존재감이 유난히 빛난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