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열 감독 밝힌 #엔딩 장면 #검정색으로 염색 안 한 이유[인터뷰③]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9.12.17 18: 36

 (인터뷰②에 이어) 공부는 이미 물 건너 갔고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에 무료함을 느낀 고택일(박정민 분)은 배구선수 출신 엄마 윤정혜(염정아 분)에게 맞는 게 두려워 용기 있게 집을 나간다. 외출이라고 포장하지만 누가 봐도 가출한 택일은 만 원 한 장 달랑 들고 지겨운 서울 바닥을 뜬다. 
우연찮게 도착한 군산의 한 중국집에서 단발머리 주방장 이거석(마동석 분)을 만난 택일. 두 사람은 기 싸움 형식의 말다툼을 벌이지만, 승자는 핵주먹을 가진 거석이 형이다. 그의 장난감이 돼 손아귀에서 노닐던 택일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월급 봉투를 손에 쥔다.
올 겨울 시즌을 대표할 ‘빅3’로 꼽힌 한국 영화 ‘시동’(감독 최정열, 제공배급 NEW, 제작 외유내강)은 정체불명 단발머리 주방장 거석이 형을 만난 택일과 무작정 사회로 뛰어든 반항아 상필(정해인 분)이 진짜 세상을 맛 보는 유쾌한 이야기를 그린다. 팩션 사극 ‘천문’(감독 허진호), 액션 드라마 ‘백두산’(감독 이해준・김병서)과 함께 서로 다른 장르를 표방하며 12월 극장가를 점령할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 스틸사진

내일(18일) 개봉하는 ‘시동’의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대로 배우 박정민과 마동석의 코믹 연기가 초중반 극의 흐름을 이끌어간다. 이들이 티격태격 하는 모습을 보면 웃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웹툰보다 코믹함이 배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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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과 코믹에 정통한 마동석의 얼굴에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표정, 말투가 돋보여 예상을 뒤엎는다. 연기파 염정아, 박정민은 말할 것도 없고 스위트한 이미지를 가진 정해인이 욕을 하고 폭력을 일삼는 모습은 그의 연기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을 입증한다.
최정열 감독은 개봉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정해인이 상필 캐릭터를 잘 소화해줬다. 너무 열심히 했고.(웃음) 뛰어난 집중력과 감정을 갖고 있어 놀랐다”며 “드라마 ‘봄밤’ 촬영과 동시에 진행됐는데, 배우로서 다른 캐릭터를 오가는 게 힘들 텐데, 그걸 넘나들며 완벽히 소화했다. 저희 현장에 올 때 마다 우상필로 나타나주셔서 너무 감동을 했다”고 칭찬했다.
장풍반점의 사장을 연기한 배우 김종수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았다. “김종수 선배를 꼭 얘기하고 싶은데, 대사가 많지도 않은데 눈빛과 표정으로 캐릭터를 표현하셨다. 존재감을 많이 드러내 주셨다”고 말했다.
영화 스틸사진
이어 최 감독은 “박정민, 정해인 등 대한민국의 청춘 배우들이 출연을 해줘서 '청춘 영화’의 느낌이 있지만 이 영화는 새롭게 출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다시 출발하려는 사람들이 딜레마 속에서도 선택을 하는 걸 담고 싶었다”며 “단순히 청춘 영화라기보다 고교 및 대학 졸업생, 사회초년생, 이직자, 은퇴자 등 현재와 다른 길을 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향후에도 ‘청춘 3부작’이라기보다 이런 비슷한 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경계선에 섰을 때 어떠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사람이 선택과 결정을 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여러 영화에서 거친 액션을 도맡았던 마동석은 ‘시동’에서 신개념 액션 스타일을 선보이며 식상함을 타파했다. 맞는 것에 나름대로 단련이 됐다는 박정민은 맞는 장면마다 각각 차별성을 두고 새로움을 더했다.
원작 웹툰에서는 택일과 경주의 소소한 로맨스도 담겨 있지만 영화에서는 과감하게 삭제했다. “웹툰에선 경주의 전사가 어둡고 암울한데, 그런 걸 담으면 동정의 눈길로 바라보게 될 거 같았다. 그 점을 없앴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전사 없이 궁금증을 주는 게 소경주 캐릭터를 더 매력적이게 그리는 거라고 믿었다. 택일과의 로맨스는 너무 뻔한 거 같아서 뺐다. (둘 사이에 로맨스가)없을 때 서로를 생각하고 걱정하는 게 영화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택일과 상필이 (엔딩)옥상에서 얘기할 때 처음과 같은 말을 한다. 앞에서 뒤에서 같은 얘기지만 다르게 느껴지길 바랐다. 그들이 앞으로 어디로 갈지 모르지만 그래도 가다 보면, 뭐라도 하다 보면 되겠지,라는 마음이다. 그게 이 영화의 핵심이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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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일과 경주가 검정색으로 염색한 장면을 실제로 찍긴 했다. 하지만 저는 노란색, 빨간색 머리에서 검정색으로 염색한 게 성장인가, 싶었다. 염색 머리를 유지하면서도 건강하고 따뜻한 캐릭터로 표현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어떻게 보면 머리색을 바꾸는 게 꼰대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가르치려고 하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결국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는 걸로 해석했다.”
‘시동’은 가족을 떠나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들 속에서 삶을 고민하는 택일과 상필이 방황을 하면서 현실 세계라는 알을 깨고 나온다. 겉멋만 들었지 내면은 연약한 두 아이는 결국 자신만의 고민을 안고 그렇게 성장해 자신이 있을 곳을 찾는다.
최정열 감독은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누군가는 앞서 나가고, 누군가는 두 걸음 정도 뒤로 밀릴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고 본다. 보통의 영화에선 주인공의 대단한 성취를 다루겠지만, 그런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한 건 아니라고 본다. 제자리를 찾아오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갖고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18일 개봉. 러닝타임 102분./ watc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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