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축구대표팀은 오후 17일 오후 7시 30분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숙적’ 일본과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3차전서 분전했으나 0-1로 패하며 역전 우승의 꿈이 무산됐다.
일본과 역대 여자 축구 상대 전적에서 한국은 4승 10무 16패로 절대 열세를 보였지만, 남다른 투지로 강호 일본과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한국은 승점 4점(1승 1무 1패)로 일본(승점 9, 3승)에 이어 2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콜린벨호는 중국과 승점은 동률이나 득실(한국 +2, 중국 -2)에서 앞섰다. 벨 감독 부임 이후 한국은 달라진 모습으로 한줄기 가능성을 내비췄다. 아쉬웠던 경기였다. 한국은 명백히 한 수 위의 일본을 상대로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선전의 배경에는 태극 낭자들의 투지가 있었다. 그들은 시종일관 집중력을 유지하며 일본의 맹공을 막아냈다. 그러나 아쉽게도 후반 43분 심서연의 핸드볼로 페널티킥을 내주며 다음 기회를 기약하게 됐다.
경기 후 대회 부분별 시상식서 장슬기는 대회 최우수 수비수 부분에 선정됐다. 그는 이번 대회 중국전과 일본전에서 풀타임 활약하며 공수에서 활력소가 됐다. 홍콩전에서도 교체 출전하기도 했다.
장슬기를 제외하고는 대회 전승을 거둔 일본판이었다. 대회 최우서 선수로 미나미 모에카가 선정됐고, 득점왕은 부상으로 나서지 못한 이와부치 미나가 차지했다. 인기상인 브레이브 어워드는 모미키 유카가 최우수 골키퍼는 야마시타 아야카가 차지했다.
경기 후 만난 장슬기는 "홈에서 꼭 이기고 싶었는데 아쉽다. 콜린 벨 감독님이 경기 후 라커룸서 이제 우리의 이야기는 시작이다라고 말씀하셨다. 패배는 오늘로 끝내고 우리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싶다"라고 털어놨다.
장슬기는 "사실 최우수 수비수가 있는 줄 몰랐다. 내가 상을 탈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노력해 준 동료들 덕이다. 경기에 출전하지 않아도 지원해준 동료들에게 더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벨 감독 부임 이후 팀의 변화에 대해 장슬기는 "어린 선수도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에 나서게 됐다. 지금 선수들은 누가 나서도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나이든 선수도 어린 선수도 하나로 뭉치게 된다. 차츰 스타일을 알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슬기는 "수비만 해서 힘들기 보다는 점점 발전하는 것 같다. 수비적으로 많이 뛰는 것 같지 않다. 내가 공격에 나가도 동료들이 커버해 줄 믿음이 있다"라면서 "돌아온 언니들도 함께 해왔던 것처럼 하나로 뭉쳤다. 신구 조화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미소를 보였다.
벨 감독은 이날 경기 후 패배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토해냈다. 장슬기는 벨 감독의 스타일에 대해 "감정적인 타입이시다. 그래도 화난 것이 아니라 우리를 아끼신다. 우리를 다룰 줄 아신다. 우리에게 먼저 다가와 스스럼 없이 말을 걸어 주신다"라고 평가했다.
스페인 무대 진출에 대해 장슬기는 "나보단 대표팀을 위해서라도 나선 것"이라며 "내가 발전하면 후배도 이 길을 따라 올 것이다. 기대감과 걱정이 동시에 든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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