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되새김' 88둥이, 조용하지만 깊었던 '친구와 함께'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9.12.21 15: 03

어느덧 서른 중반으로 향해가는 나이. 그러나 12월 20일과 21일은 ’88둥이’가 고등학교 그 시절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2006년 쿠바 청소년야구대회 대표팀(18세 이하)은 결승전에서 미국을 꺾고 6년 만에 세계 정상에 섰다. MVP는 김광현, 좌완 올스타는 양현종이 탔다. 그리고 여기에 굵직한 활약을 펼친 '거포'가 있었다. 타율 3할6푼4리(33타수 12안타 3홈런) 8타점으로 활약한 이두환이었다.
이두환은 2007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전체 10순위)로 두산 베어스의 지명을 받았다. 두산의 차세대 거포로 기대를 모았지만, 끝내 재능을 만개하지 못했다. 2012년 '뼈암'인 대퇴골두육종이 찾아왔고, 그 해 잠들었다.

2017년 일일호프에 모인 88둥이. / rumi@osen.co.kr

2006년 함께 그라운드에서 뛰던 동갑내기들은 다짐했다. 친구를 영원히 새기겠노라고. 각자의 삶의 바쁜 이들이었지만, 12월 20일에는 항상 같은 일정이었다. 이두환을 위한 행사를 하고, 기일인 21일 이두환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이들은 일일호프를 하면서 야구팬들에게 ‘이두환’이라는 선수가 있었다는 것을 알려왔다. 수익금은 전액 소아암 환자에게 이두환의 이름으로 기부됐다. 지난해에는 재능기부를 통한 유소년 선수들에게 야구 레슨을 하며 '미래의 야구 주역'에게 친구의 이름을 기억하게 했다.
올해 '88둥이'는 행사를 내려놓고 쉬어간다. 온전히 ‘친구’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서른을 넘긴 나이에 각자의 상황은 모두 달라졌다. 메이저리거, 에이스, 1군 코치 등 프로야구 타이틀을 달고 뛰는 사람도 있었지만, 프로야구를 떠난 사람도 생겼다.
올해 만큼은 다른 곳에 이름을 알리기보다는 2006년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가며 이야기 꽃을 피우며 ‘친구 이두환'을 가슴 속에 새기는 시간을 갖기도 한 것이다. 이들은 20일 이두환이 잠들어 있는 납골당 근처에 모여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리고 21일. 어김없이 친구가 잠든 앞에서 명복을 빌었다.
비록 그동안과는 다소 달랐던 방식이었지만, 2019년 12월 20일과 21일에도 ‘88둥이’는 이두환과 함께 였다./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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