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내 자신을 믿고 정말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오태곤(28·KT)는 올 시즌을 앞두고 이강철 감독이 꼽은 ‘키플레이어’ 중 한 명이었다. 타격 재능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2017년에는 100안타를 넘겼고, 2018년에는 12홈런을 날리면서 조금씩 가능성을 보여주는 듯 했다. 그러나 올 시즌 타율 2할5푼 6홈런으로 조금은 주춤했다.
2019년 KT는 창단 이후 최하위권에서 벗어나 6위로 시즌을 마쳤다. 시즌 막바지까지 치열한 가을야구 막차 경쟁을 펼치면서 경쟁력도 보여줬다. 오태곤은 "팀은 좋은 성적을 거둬 기분은 좋았지만, 개인 성적이 아쉬웠다. 더 잘할 수 있었고, 좋은 기회도 많이 받았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었는데 아쉬웠다"고 되돌아봤다.

무엇보다 많은 기회를 받았지만 살리지 못한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이강철 감독은 1루와 3루, 외야 등 다양한 포지션으로 오태곤을 기용했다. 그만큼 오태곤의 타격 잠재력이 좋았다.
오태곤은 "감독님께서 내가 가지고 있는 타격 능력을 살리려고 자리를 만들어주셨는데, 부응하지 못해서 죄송했다. 자리를 잡았어야 했는데 쉽지 않더라. 좋을 때도 있었고, 나쁠 때도 있었는데, 무엇보다 시즌이 끝났을 때 성적이 좋지 않아서 아쉬웠다"고 이야기했다.
기대를 완벽하게 채웠던 순간도 있다. 7월 한 달 동안 타율 4할3리를 치면서 맹타를 휘두르면서 팀 타선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황재균(손가락), 강백호(손바닥)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졌던 가운데 나온 활약이라 KT에는 더욱 반가웠다. 이강철 감독도 “올스타전 전후로 오태곤이 맹타를 휘두른 덕분에 시즌 끝까지 좋은 경쟁을 할 수 있었다”고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오태곤도 "나 또한 그 때가 좋았다. 나로 인해 팀이 잘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라며 "어쩄든 그 한 달은 내가 잘했던 부분이다. 그만큼 더 노력한다면 더 야구를 느끼고 시야를 넓히면서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다만, 끝까지 유지했어야 했는데 타격 리듬이 떨어졌다"고 짚었다.

무엇보다 '정신적인 무장'을 다시 한 번 했다. 오태곤은 "7월 한 달간 4할을 치긴 했지만, 이후 조금 페이스가 떨어졌을 때 내 자신을 의심했다. 또 너무 깊게 파고 들어가면서 급속도로 떨어졌다. 또 한 번 배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태곤은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나에게 '키플레이어'라고 이야기하면서 아쉽다고 하는데, 사실 가장 아쉬운 것은 나다. 나 역시 그 부분에 대해 많은 것을 느꼈다"라며 "내년에는 더 보탬이 돼서 KT 위즈라는 팀이 한 단계 올라가 가을 야구를 함께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가을야구에 대한 열망 만큼이나 내년 시즌 활약을 다짐했다. 그는 "올해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또 실수하고 반복할 수 있다. 그래도 이제는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한다. 올 시즌에도 어쨌든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라며"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고 내 자신을 믿고 한 번 해보겠다. 야구는 누가 해주는 것이 아니다. 못해도 내가 하는 것이고 잘해도 내가 하는 것이다. 내 자신에게 의심을 갖지 않고 자신감 갖고 하겠다"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오태곤은 "못하면 내가 집에 가고 유니폼을 벗고 내가 책임되는 것이다. 위축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당당하게 하겠다"라며 "내년 시즌 1루에서 (문)상철이, (박)승욱이 경쟁하고 있는데, 여태까지 많은 경쟁을 해온 만큼 자신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서 그는 "많은 은퇴하신 선배들이 하는 말씀이 있다. '유니폼 입고 있을 때 눈치 안 보고 후회없이 하지 않은 것이 가장 마음에 남았다'는 이야기다. 이제 10년 차다. 나도 그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 내년 시즌에는 내가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해보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