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 한석규, 직접 밝힌 캐릭터 #세종 #최민식 #어머니 (종합)[인터뷰]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19.12.23 13: 57

"도대체 세종은 왜 그렇게 바빴을까? 왜 안 해도 될 일을 했을까?". 배우 한석규가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를 통해 다시 한번 세종을 연기한다. 그만의 깊이와 연륜 있는 캐릭터 해석이 기대를 더하기 충분했다.
한석규는 23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천문:하늘에 묻는다'(감독 허진호,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 이하 천문)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천문'은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한석규 분)과 장영실(최민식 분)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신분 차이를 뛰어넘어 함께 천문학에 대해 연구한 세종과 장영실의 우정을 조명한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행복' 등을 선보인 허진호 감독이 '덕혜옹주'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또한 1999년 '쉬리'로 호흡한 최민식과 한석규가 20년 만에 함께 출연하는 영화이며, 한석규가 2011년 출연한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 이후 두 번째로 세종을 연기하는 영화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한석규.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천문'이지만 정작 한석규는 "개봉 앞둔 소감도 생각 안 해봤다"고 너스레를 떨며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인터뷰 내내 세종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접근했는지에 대해 열변을 토하며 배우로서 작품에 접근한 바와 소회들을 털어놨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한석규.
가장 먼저 한석규는 "세종의 어머니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연기를 하게 된 이유와 배우로서 성공한 비화에 대해 어머니의 치성과 부모님의 적극적인 반응이 있었음을 역설하며 세종 역시 부모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으리라 짐작했음을 말했다. 이어 "'뿌리 깊은 나무'에서는 그 중에서도 아버지, 태종 이방원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어머니 민씨에게 영향을 받았으리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세종은 왜 그렇게 바빠? 왜 그렇게 안 해도 될 일을 했어?'라고 생각해봤다. 그는 그게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훈민정음을 반포하고, 천문학에 대해 관심을 갖고,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도록 책을 쓰는 일이 사람을 살리는 길이라고 본 것 같더라"라며 "세종은 제가 아는 한 사람을 죽이기 보다 '살리는 왕'이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석규는 "이번 영화에서 허준호 씨가 연기한 조말생이라는 캐릭터의 경우 실제 존재하는 캐릭터인데 역사적으로 큰 일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한직이라도 직위를 갖고 있다. 세종이 그렇게까지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는 건 '어머니' 때문이라고 봤다"며 "다들 알다시피 아버지 태종 이방원이 어머니 민씨의 형제들을 다 죽이지 않나. 그런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서 나온 네 아들 중 셋째로 세종이 어떤 마음을 갖고 알았을지 상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하며 세종이 '인자한 성군'으로 기억되는 것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밝혔다. 이어 "그래서 제가 이번에 또 세종을 연기한 가장 큰 원동력도 '어머니'에 대한 거였다"고 덧붙였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한석규.
그는 최민식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서도 "세종과 장영실 같은 사이"라고 답했다. 실제 최민식과 한석규는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선후배로 30년 우정을 자랑하는 터다. 이에 한석규는 "민식이 형과 저도 관심사가 같았다. 다른 사람과 연기 얘기 하면 다들 듣기만 하는데 민식이 형과 이야기하면 눈이 반짝반짝한다. 다른 사람은 '이도가 밥 먹여주냐'면서 '돈 얘기 하자'고 하는데, 난 그런 얘기가 별로 재미없다. 그런데 민식이 형이랑 하면 눈이 반짝 반짝 빛난다"며 웃었다.
한석규는 "우린 추억이 많으니까 그렇다. 그리고 관심사가 공동의 관심사다"라며 "그 형님도 내가 떠드는 연기에 대한 것들에 대해서 방법론은 틀리지만 똑같이 몇십년 계속 탐구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내뱉는 말이 '죽어야 끝나는 공부'라고 하는 것"이라고 탄복했다.
이어 "세종과 장영실도 그런 사이다. 세종이 다른 사람에게 천문을 얘기하면 '뭔 얘기를 하는 거냐. 그거 뭐하러 하시냐. 권력 얘기 하자'고 하는데 세종은 그런 얘기가 재미 없었을 거다. 마음의 출발이 그러니까. 좋은 사람이니까. 그렇다 보니 장영실은 세종의 얘기에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실력도 좋으니 얼마나 사이가 좋았겠나"라고 말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한석규.
한석규는 "그런 상상을 해보니 재미있더라"라며 세종과 장영실의 오랜 우정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풀어낸 '천문'에 대해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안여 사건'에 대해서도 "'세종실록'에 장영실에 대한 마지막 기록이 '안여 사건'인데 사실 세종이 장영실을 죽였으리라고 생각이 안 되더라. 그래서 '승정원 일기'를 보고 싶은데 그게 분량이 어마어마해서 번역만 100년이 걸린다고 해서 보지는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한 "이도라는 사람으로는 절대 장영실을 안 죽였을 것 같다. 죽일 수가 없다. 눈이 반짝반짝 했던, 빛나는 사람을 어떻게 죽이나 싶더라. 예를 든다면 내가 민식이 형을 어떻게 죽이나. 그런 상상은 해본 적이 없다"며 "그런 면에서 '안여 사건'이 이도가 장영실을 살리기 위해 했다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며 '천문'의 영화적 상상력을 강조했다. 
이처럼 캐릭터에 대한 깊은 애정과 출연진의 진한 '브로맨스'가 '천문'에서 어떻게 드러날까. 한석규가 보여줄 두 번째 세종에 귀추가 주목된다. 26일 개봉. / monami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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