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 소금이 33년만에 뭉쳤다. 여기에 고(故) 전태관 1주기를 맞아 새 앨범을 발표해 더 특별한 위로를 건넸다.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더노라 스테이지와이에서 봄여름가을겨울·빛과 소금 새 미니 앨범 'Re:union'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1986년 고(故) 김현식의 밴드 봄여름가을겨울로 가수 인생을 시작한 김종진, 장기호, 박성식은 33년만에 앨범 ‘Re:union’으로 의기투합했다. 이번 앨범에는 함께 출발선을 밟고 달려왔던 세 사람이 시간이 흐른 뒤 다시 한 자리에 모여 자축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무엇보다 이번 앨범은 지난 해 우리 곁을 떠난 봄여름가을겨울의 멤버 고(故) 전태관의 기일인 12월 27일에 발매돼 그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김종진은 "이번 앨범 준비는 1년 정도 했다. 지난 1년 전, 위대한 드러머였던 전태관씨가 세상을 떠난 날부터 뭔가 남길 수 있는 게 있으면 해보기로 했다. 음악밖에 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 결국 음악을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성식은 “만약에 전태관씨가 이 작업에 참여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 점이 굉장히 아쉬웠다. 다른 객원 드러머를 써야했던 것이 아쉬워서 작업하는 내내 마음 한 켠에서 서운함과 그리움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어 박성식은 “이번 앨범 특징이라고 하면 자세히 들어보면 각 악기 음색들이 아주 담백하게 울리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를 들은 김종진과 장기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장기호는 “같이 활동했던 여섯 명 중 이미 세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다 떠날 것 같아서 뭔가를 남겨둬야겠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이미 각자의 분야에서 수십 년간 음악생활을 하면서 쌓아온 자신만의 아이덴티티가 있다. 그걸 서로 배려했다. 나만의 아집에 갇혀 있기 보다는 타인의 의견도 받아들이면서 음악적인 견식을 넓혀가는 생각을 들게 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총 다섯 곡이 수록된 'Re:union' 앨범에는 김종진, 장기호, 박성식 세 사람이 각자 쓴 세 개의 신곡과 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 소금의 명곡을 다시 녹음한 두 개의 리메이크까지, 총 다섯 트랙이 수록됐다. 다섯 곡의 미니 앨범이지만 10곡 이상 수록된 정규 앨범 못지않은 밀도를 자랑한다.

김종진은 "빛과 소금이 동창회를 하듯이 모여 음악을 한 거다. 각 곡 제목 옆에 괄호를 열고 요즘은 피처링이라고 하지 않나. 그러나 저희는 'with 빛과 소금'이라고 적었다. 모든 곡에 그렇게 적혀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가 오전에 고 전태관이 영면해있는 용인에 다녀왔다. 정오에 앨범이 발매됐고, 들으면서 오게 됐다"라며 "5곡이라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돌려들으면 된다. 즐겨들었던 음악들이 듣기 좋은 음악들이다. 연주하기 좋은 음악보다 위에 있는게 듣기 좋은 음악이다"라고 관심을 북돋았다.
특히 이번 앨범은 30년 전 아날로그 레코딩과 가장 최신식의 디지털 녹음 방식을 정교하게 배합해 완성됐다. 여전히 우리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앞선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 세 명의 거장이 자신들이 직접 경험했던 아날로그 방식의 녹음을 그대로 재현해 그 시절의 사운드가 품고 있던 고유의 정서를 고스란히 환기시키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장기호는 "지금 보니까 잘 어우러진 것 같다. 저희가 6~70년대 살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여러 음악적 요소들이 섞여있는 것 같다"고 자부했다. 김종진 역시 "우리가 가진 장점에 대해 생각해봤다. 우리가 살아오고 디뎌왔던 시대의 것들이 오롯이 담겨있다. 황금기의 시대에 들어있던 음악표현과 낭만이 들어있기에 자신있게 선보이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봄여름가을겨울은 1986년 고 김현식이 결성한 밴드다. 장기호, 박성식, 김종진, 전태관, 유재하가 소속됐던 팀이다. 1년간의 짧고 화려한 활동 이후 김종진, 고 전태관이 이름을 이어받았다.
그러다 1988년 2인 밴드 '봄여름가을겨울'로 데뷔했다. 장기호와 박성식은 1990년 빛과소금을 결성, 두 팀이 나란히 활동해왔다. 김종진은 "1986년 이후로 한 스튜디오에 33년 만에 만났다"고 피력했다.
박성식은 33년만에 작업한 것에 대해 "신혼여행을 간 설레는 느낌"이라고 고백했다. 장기호는 "젊었을 때는 티격태격, 아웅다웅 말이 많았다. 지금은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차원으로 관계가 바뀌었다. 너무 행복했다"고 전했다.

이에 힘입어 이번 앨범에는 김종진이 작사 작곡한 타이틀곡 ‘동창회’, 장기호의 ‘난 언제나 널’, 박성식의 ‘행복해야 해요’와 리메이크 된 ‘보고 싶은 친구’ ‘오래된 친구’까지 총 다섯 곡이 담겼다. 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 소금은 '오래된 친구'의 호쾌한 연주와 '보고 싶은 친구'의 침잠하는 무드 등 지난 10년간 누구도 쉽게 제시하지 못했던 사운드의 매력과 중독성을 놀라운 집중력으로 선보인다.
장기호는 앨범에 봄여름가을겨울의 '보고 싶은 친구', 빛과소금의 '오래된 친구'가 실린 것에 대해 "전태관도 그렇고, 우리 모두의 친구, 그리고 김현식, 유재하, 하늘에 있는 우리 친구들에게 우리 아직 너희 생각하고 있어, 음악하고 있어 이런 메시지를 주고 싶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김종진은 "행복도 뺏아가고 친구도 뺏아가는 시대다. 친구가 정말 절실하고 그립다. 그래서 저희도 발표한 곡들 중에서 그 곡에 손이 간 것 같다"라며 "특히 '보고싶은 친구'는 저희 1집에 수록된 곡인데 유재하 군에게 바치는 곡이었다. 이번에 선곡해보니까 또 기호형이 그 곡은 내가 좀 부르자고 하더라. 그래서 장기호씨가 보컬을 하셨다. 지금까지도 얘기를 안 했지만 그 생각이 나서 부르지 않았을까"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활동계획은 어떻게 될까. 김종진은 "지금은 잃어버린 것들, 잊어버린 것들 등 레트로, 아날로그 감성을 전해드리고 싶다"라며 "고 전태관이 물려준 회사로 이 앨범을 제작했다. 방송국에서 저희보고 나와달라고 러브콜이 쏟아졌는데, 빛과 소금이 거절했다. 더 연습해서 제대로 하고 싶다고 하시더라. 이 시대에 음악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하셨다. 이 형님들은 음악 나라의 순혈자들이다"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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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