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한석규가 '음악캠프'에서 대학교 시절 첫만남부터 '쉬리' 이후 20년 만에 재회한 '천문'의 비하인드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공개했다.
27일 오후 방송된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에는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주연 배우 최민식, 한석규가 출연했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감독 허진호,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는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과 장영실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다. 세종과 장영실의 엄청난 신분 차이를 뛰어넘는 특별한 우정은 세종 24년에 일어난 '안여 사건'(임금이 타는 가마 안여(安與)가 부서지는 사건)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는다. 장영실은 '안여 사건' 이후 역사적 기록에서 사라지며 행방이 묘연해지는데, 이러한 실제 역사를 토대로 장영실이 의문만 남긴 채 사라진 이유에 대해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졌다.

최민식은 극 중 조선의 하늘을 연 천재 과학자 장영실을 맡았고, 한석규는 조선의 하늘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을 연기했다. 동국대 연극영화과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1999년 개봉한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시발점 '쉬리' 이후 20년 만에 재회해 호흡을 맞췄다. 성군 세종과 조선의 천재 과학자 장영실의 진한 우정을 진정성 있는 연기로 소화해 큰 울림을 선사한다.
이번 두 사람의 라디오 동반 출연은 처음 성사된 것으로, 30년을 이어온 이들의 각별한 우정과 20년 만에 같은 작품으로 조우하며 가진 영화에 대한 특별한 애정 덕분에 가능했다.

한석규는 "배철수 선배님을 이렇게 가까이서 처음 뵙는데, 살짝 들뜬 기분이다", 최민식은 "청취자 여러분 반갑고, 배철수 선배님은 영광"이라고 했다. 한석규는 이어 "우리 세대에서 배철수 선배님을 뵙는 것은 영광이다. 중학교 시절에 우리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친 분"이라며 반가워했다
배철수는 "요즘 젊은 친구들은 아무리 말해도 믿지 않는다. 그런데 당대 최고의 배우 두 분이 얘기해주니까 믿음이 확 올라간다"며 좋아했다.
한석규는 "배철수 선배님이 84년도에 영화 '갈채'에 출연했는데, 배우 데뷔도 우리보다 먼저 하셨다"고 말했고, 배철수는 "그때 배우 협회 회원이었다. 가입을 안 하면 영화를 못 찍게 해서 가입했었다. 그 영화에서 연기는 원미경 씨와 송승환 씨가 다했다. 아무튼 오늘 배우들한테 인증을 받았다"며 웃었다.
이에 한석규는 "그때 배철수 선배님이 영화에서 병풍처럼 뒤에 서 계셨다. '저 분은 무슨 사연이 있구나' 싶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배철수는 "주차장에서 최민식 씨를 미리 만났는데, 생각보다 체격이 크지 않더라. 화면에서는 정말 크게 보였다. 워낙 연기를 잘하시고 스크린을 꽉 채운다. 그런데 실제로 보니까 그렇게 크지 않았다"고 했다. 최민식은 "(체격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겠는데, 자꾸 줄어드는 기분"이라고 했다.
한석규는 "내가 (동국대 연극영화과) 83학번이고, 민식이 형님이 82학번이다. 가장 친하면서 가장 무서운 선배다. 그래도 엄하다기 보다는 민식이 형님은 가장 멋있었다. 무대에서 더 커보였고, 1학년 들어가자마자 형님 공연하시는 걸 봤다. 참 근사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최민식이 처음 본 한석규는 어땠나?"라는 질문에 최민식은 "이런 얘기하는 게 쑥스러운데, 지금이랑 똑같았다. 항상 낮은 톤에 차분하면서, 머리가 되게 길었다. 노래를 참 잘했다"고 기억했다.
강변가요제 출신인 한석규는 "84년도 강변가요제에 대학교 친구들과 중창단으로 나갔다. 첫 두 소절을 내가 불렀다. 장려상 받아서 상금이 20만원인데 세금 떼고 18만원, 부상으로 오디오를 받았다"고 했다.
배철수가 "가수를 계속 하겠다는 생각은 안 했나?"라고 묻자 한석규는 "전혀 안 했다. 중, 고등학교 때 중창단을 해서 성악가를 꿈꿨다가 연기로 진로를 바꿨다. 만약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음악을 꼭 다시 해보고 싶을 정도로 음악을 좋아한다. 다음 생애는 음악을 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배철수는 "드라마 '서울의 달', 영화 '쉬리' 이후 20년 만에 다시 작품을 했는데, 왜 오랫동안 작품을 같이 안 했나?"라며 궁금해했고, 최민식은 "그게 자연스러운 것 같다. 다른데서 놀다가 가끔씩 봐야 귀한 줄도 안다"며 웃었다.
배철수는 "하늘에 태양은 하나만 있어야 하는데, 두 사람 모두 스타니까 둘이 만나면 피곤해서 안 만난 것 아니냐"라고 농담을 던졌다. 한석규는 "난 정말 기다렸고, 형님과 작업하는 것을 바랐고, 원했다. 형님이 나와 작업하면 보기가 좋다. 나랑 작품을 하면 더 근사해진다"고 했다.
이때 최민식은 "석규야, 네가 말하는 톤을 들으면 잠이 온다"고 했고, 한석규는 "대학교 때도 그런 얘기를 하셨다. 나한테 '영감, 영감'이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배철수는 "한석규 씨는 나보다 말투가 더 느리다. 이렇게 느려지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고, 한석규는 "내가 서울토박이인데, 충청도라고 하시는 분도 있더라. 나이가 먹으니까 더 느려지는 것 같다. 이유는 생각을 안 해봤는데, 말이 뭔가 담겨져 있어야 튀어져 나오니까 잘 전달하고픈 본능이 있는 것 같다. 내 속에 있는 감정과 결과물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되겠다는 마음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민식은 자신과 한석규의 성격이 반대라고 했고, 배철수는 "두 사람의 성격이 달라서 더 친한 것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한석규는 "분명히 그런 점이 있고, 그래서 더 근사하다"고 공감했다.


최민식은 신작 '천문'에 대해 "장영실의 행방이 안여 사건 이후, 그 다음부터는 실록 어디에도 기록이 없다. 그럼 과연 왜 사라졌을까, 그것에 대한 의문점으로 출발한 영화다. 두 분의 업적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그 엄청난 업적을 만들기 위해서 어떤 인간 관계가 있었고, 교류를 했을까 궁금증이 있었다"며 기존 세종과 장영실을 다룬 작품과의 차이점을 언급했다.
앞서 허진호 감독은 두 배우에게 세종과 장영실 캐릭터를 상의해서 고르라고 했다. 한석규는 "기록을 토대로 풍채를 보면 민식이 형님이 세종에 더 잘 어울릴지 모른다. '뿌리 깊은 나무' 때 못했던 상상력, 다른 인물 접근 등 시간이 지나면서 욕심이 생겼다. 원래 동생 놈들이 욕심꾸러기다. 형님이 감사하게 세종 캐릭터를 양보해주셨다"고 고백했다.
최민식은 "난 '천문'이 아니더라도 석규와 하는 것은 하려고 했다. 석규가 세종 캐릭터에 대해 마무리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장영실은 기록이 없으니까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석규와 오랜만에 자유롭게 서로 교감할 수 있는 지점이 많겠구나 싶었다"고 했다.
한석규는 "내가 먼저 세종을 하고 싶다고 운을 띄웠다. 내가 안 그런 척 하면서 욕심이 많은 것 같고, 뭔가 세종 캐릭터를 마무리 짓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최민식은 "전작에서 세종을 했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고, 반복되는 거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는데, 다른 세종을 만들어 보겠다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장영실이 눈에 들어오겠나"라며 웃었다. 이에 한석규는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며 고마워했다.
시사회 반응에 대해 최민식은 "내가 출연한 영화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데 결함만 보인다", 한석규는 "나도 아쉬운 점이 보인다. 늘 잘해보고 싶은 마음에 연기를 하고, 작업을 하는 것 같다. 내 작품에 대한 점수를 3년 후에 매겨보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배철수는 "평소 영화 보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두 분의 연기를 보고 정말 감동을 받았다. 어떻게 대한민국에 이렇게 좋은 배우들이 나타났을까 싶다"며 "그런데 두 분하고 얘기를 하니까 시간이 너무 짧다"며 아쉬워했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의 꿈이나 계획을 물었고, 최민식은 "신구 선생님처럼 다음에 나이를 먹더라도 사지육신 멀쩡하고 대사를 외울 수 있는 머리가 되고, 드라마를 이해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가슴이 되길 바란다. 좋은 작품을 죽는 날까지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한석규는 "사람에 대한 연민, 측은함 등 최민식 형님이 연기란 것은 죽어야 끝나는 공부라고 하셨는데, 나랑 비슷하구나 싶었다. 연기를 하는 이유는 하나다. 사람 때문이다. 날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좋아지고, 남도 알게되는구나 싶었다. 할수만 있다면 사람 탐구를 하고 싶고, 그 일을 쭉 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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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배철수의 음악캠프' 공식 SNS, 영화 포스터 및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