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배번 99번’ 류현진, 토론토의 상징이자 자존심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9.12.28 17: 00

이제 류현진(32)은 토론토의 상징이자 자존심이 됐다. 엄청난 무게를 어깨에 짊어지고 향후 4년 간 토론토의 에이스로 활약한다. 단순히 계약 금액 때문만은 아니다. 구단이 그에게 안겨준 등번호 99번의 무게감 때문이다.
류현진은 28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공식 입단식을 겸한 기자회션에 나서며 토론토 선수로서 첫 발을 내딛었다. 
4년 8000만 달러라는 거액을 받고 둥지를 옮긴 토론토 에이스로서의 첫 행보다. 류현진은 마크 샤피로 사장, 로스 앳킨스 단장, 그리고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함께 기자회견 자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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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이날 등번호 99번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이 곳의 일원이 되어 기쁘고 자랑스럽다”면서 “좋은 팀이고 어린 선수들과 훌륭한 선수들이 많다. 좋은 투수들도 많이 영입해서 계속 올라갈 수 있는 팀인 것 같다”며 “팀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고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어느 위치에서든지 변하는 것은 없다”며 다부지게 각오를 전했다.
사실 류현진의 등번호는 현지 언론에서도 관심이었다. 2006년 KBO리그 한화 시절부터 LA 다저스로 넘어와서까지 99번을 달았던 류현진이었지만 캐나다 스포츠계에서 99번이 갖는 상징성은 남다르기 때문이다.
캐나다 최고의 인기 스포츠는 사실 야구가 아닌 아이스하키다. 북미아이스하키(NHL)를 지탱하는 축은 캐나다 출신 선수들이다. 그리고 이 중 웨인 그레츠키는 캐나다 아이스하키를 넘어 캐나다 스포츠계의 영웅이자 아이콘이다.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는 최종 성화봉송 주자이기도 했다.
NHL에서 1978년부터 1999년까지 20년 간 활약하며 894골 1963어시스트 등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고 NHL의 흥행에 절대적인 기여를 한 그의 족적은 NHL과 캐나다 스포츠 전체의 역사였다. 그레츠키의 등번호가 바로 99번이다. 99번은 NHL 전 구단의 영구결번이기도 하다.
종목은 다르지만 그레츠키를 향한 예우는 야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977년 창단한 토론토 구단에서 등번호 99번을 준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흔한 등번호는 아니지만 짧지 않은 역사에서도 99번은 토론토의 사실상 영구결번이었다. 하지만 구단은 류현진에게 최초로 99번을 안기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그만큼 구단이 류현진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캐나다에서 뛴 최고의 야구 선수가 되고 싶은 생각이 있을 것이다. 캐나다가 99번을 로스앤젤레스에 빌려줬는데, 이번에 류현진이 99번을 다시 캐나다로 가져왔다”고 전했다. 그레츠키가 캐나다 에드먼튼 오일러스에서 활약하다 1988년 로스앤젤레스 킹스로 트레이드 된 바 있고 1996년까지 활약한 것에 연관시켜 답을 한 것.
구단 최초의 역사를 장식한 류현진은 이제 그에 걸맞는 활약을 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앳킨스 단장은 류현진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윈터미팅부터 가장 적극적으로 구애를 펼친 앳킨스 단장은 “류현진의 경기를 보는 것은 재미있다. 토론토에 가져 올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특출난 제구력을 바탕으로 4가지 구종을 스트라이크 존 곳곳을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면서 류현진에 거는 기대감을 전했다. 
과연 류현진은 토론토 야구의 에이스이자 상징이 되는 활약을 펼칠 수 있을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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