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에 이어) 하정우와 이병헌의 기막힌 연기 호흡은 사소한 장면 하나에서도 빛을 발했다.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독보적인 배우라고 불러도 될 만큼 진심을 더한 열정이 전해졌다.
이병헌, 하정우와 더불어 ‘충무로 대체 불가’ 마동석이 지질학 교수 강봉래를, 가수 겸 배우 배수지가 조인창의 아내 최지영을 맡아 케미스트리를 빚어냈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2013)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는 배우 전혜진이 청와대 민정수석 전유경으로 출연해 완성도를 높였다.
하정우는 최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여러 배우들이 있었는데 제가 수지를 추천했다. 황보라가 수지와 드라마 ‘배가본드’를 찍으면서 친해져서 저도 몇 번 봤었다. 두 감독님에게 물어보니 ‘수지가 너무 새롭다’고 해서 하게 됐다”고 밝혔다.

수지에 대해 그는 “털털하고 거리낌이 없다. 되게 넓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최지영 역에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보내면서 ‘과연 수지가 임산부 설정까지 받아들일까?’ 싶었다. 근데 그것까지 하겠다고 하더라. (부부 역할을 맡은 저희의)겉모습만 보면 나이차가 보이겠지만 촬영장에서 수지가 연기하는 걸 보면 그런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고 배수지의 배포를 칭찬했다.

배수지와 하정우의 집안 애정신(scene)은 ‘백두산’의 웃음 포인트.
“사실 전 ‘큐티쁘띠’라는 단어를 싫어했다(웃음). 감독님들이 귀여운 단어를 써달라고 해서 ‘코코낸내’도 있었고 말도 안 되는 것들도 너무 많았는데 큐티쁘띠로 합의를 봤다. (수지와) 로맨스 장면을 찍을 때 저도 오글거려서 미쳐 버리는 줄 알았다(웃음). 너무 민망했다. 시나리오 지문에 ‘볼을 잡는다’가 있었는데 제가 민망하면 원래 귀부터 빨개지는 스타일이다. 그 장면은 영화의 막바지 단계에 찍었는데도 민망했다. 맨날 남자 배우들과 찍다 보니……”
‘백두산’은 리얼리티를 살린 재난 묘사 속에 가족과 우정이라는 서사의 정서적 호소를 동원해 작품의 비극과 주제를 선명하게 새긴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인 사람들의 절박하고 혼란스러운 상태를 드러내는 장면이 눈물샘을 자극한다.
“주연 배우로서 항상 책임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를 주연배우로서 고용을 해준 게 아닐까 싶다. (단편영화나 독립영화 아닌 이상) 상업 영화의 목적은 흥행을 해야 하는 거다. 영화를 내놓으면서 무덤덤하기보다 항상 새롭게 느껴진다.” / watc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