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의 연말 가요제가 연이은 논란과 의혹으로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출연자의 부상부터 보복성 갑질 의혹까지, ‘문제아’가 된 지상파 연말 가요제다.
올 한 해 가요계를 결산하는 축제의 자리가 돼야 할 지상파 연말 가요제가 올해에 트러블메이커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는 요즘이다. 지상파 연말 가요제는 특별한 시상이 없이 진행되면서 스페셜 무대로 채워지고 있는 가운데, 미숙한 진행이나 준비로 여러 잡음이 발생하고 있는 것. 의혹과 논란에만 휘말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5일 SBS가 가장 먼저 연말 가요제를 시작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시작도 전부터 사고 발생하며 논란이 일었다. 걸그룹 레드벨벳 멤버 웬디가 ‘가요대전’ 개인 무대 리허설 중 무대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며 골절상을 입게된 것. 결국 웬디는 ‘가요대전’ 본방송 무대에 참석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제 막 컴백을 했음에도 팀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


문제는 사고 발생 이후 SBS의 대응이었다. SBS는 웬디의 사고에 대해 “레드벨벳이 가요대전 생방송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돼 팬 여러분, 시청자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입장을 밝히며 웬디의 빠른 쾌유를 기원했다.
이에 대해서 팬들은 부상을 입은 웬디가 아닌 시청자에게 사과한 SBS의 무성의함을 지적했다. 특히 사고 당시 어둡고 좁은 무대에 마킹 테이프도 없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파장이 커졌고,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또 레드벨벳 웬디 뿐만 아니라 다른 출연자들 역시 같은 위험에 노출돼 있던 상황이 파장이 더욱 커졌다.
결국 SBS 측은 26일 오후 “웬디는 물론 가족, 레드벨벳 멤버, 팬 여러분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재차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사과와 관련해 정확한 진상 파악을 위해 내부 조사에 착수해 철저한 원인 규명을 하겠다고 밝혔다.

SBS ‘가요대전’이 시작과 함께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지난 27일에는 KBS ‘가요대축제’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에이핑크가 ‘%%(응응)’ 무대를 소화하던 중, 댄스 브레이크가 남아 있던 상황에서 화면이 전환되면서 앞선 무대들의 하이라트가 방송된 것. 에이핑크가 준비한 무대를 모두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홀대 논란’이 불거졌다.
방송 이후 에이핑크 멤버 손나은은 자신의 SNS에 “모두 함께 수고했다는 마음으로 기분 좋게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해 모인 자리인 만큼 모든 가수들이 열심히 준비한 무대 앞으로는 안전하게, 공평하게, 만족스럽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가요대축제’ 측의 실수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것.
또 리더인 박초롱도 V라이브 방송을 통해 “오늘은 사고였다. 미안하다고 했다”라며, “솔직히 말해서 연말 무대 나가는 건 100% 팬들 덕분이다. 팬들에게 무대 하나라도 더 남겨드리고 싶어서 나가는 거다. 그런데 주어진 시간이 굉장히 짧다. 그 시간 안에 우리 무대를 보여드려야 하고 하지만 완곡을 할 수는 없고, 이것 저것 해보려고 노력했다. 회사, 댄서들, 우리도 노력했는데 아쉽다”라고 심경을 전했다.
이에 대해서 ‘가요대축제’ 측은 “에이핑크의 공연이 예정과 달리 끝을 맺지 못한 것에 대해 에이핑크와 팬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연말 빡빡한 일정속에서 팬들을 위해 밤낮없이 열심히 준비한 공연이 저희의 실수로 빛이 바래진 데 대해 멤버들과 팬들의 다친 마음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 멋진 부대를 위해 애쓴 에이핑크의 스태프들에게도 사과드린다”라고 공식 사과했다.
연말 가요제를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에이핑크 뿐만 아니라 팬들에게도 상처가 되는 상황이 발생하며, ‘가요대축제’ 측이 에이핑크를 홀대했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결국 제작진의 실수, 미흡한 준비와 진행으로 사과하며 논란이 일단락되긴 했지만 한 해를 정리하는 자리라고 하기엔 큰 아쉬움이 남았다.


MBC ‘가요대제전’은 출연 가수 섭외 문제부터 도마 위에 올랐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예정된 일정으로 불참하게 되면서 같은 소속사 후배 그룹인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레이블 쏘스뮤직 소속 여자친구가 라인업에서 제외됐기 때문. 이에 대해서 MBC 측이 방탄소년단의 불참으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여자친구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경우 올해 가장 활약한 신인 보이그룹으로 꼽히며 연말 가요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휩쓸고 있고, 여자친구도 ‘해야’와 ‘열대야’로 좋은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가요대제전’ 라인업에 이름이 없는 것에 의문이 쏠린 것. 이에 ‘보복성 갑질’ 의혹이 불거졌고, 가요계 관계자들은 “업계에선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귀뜸했다. 결국 MBC도 연말 가요제 시작 전부터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MBC 측은 출연자 섭외는 제작진의 권한이며 ‘보복성 갑질’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미흡했던 제작진의 무대 준비로 발생한 출연자의 부상부터 제작진의 실수로 무대도 끝마치지 못한 에이핑크, 또 시작 전부터 ‘갑질 의혹’이 불거진 출연자 섭외 문제까지 시청자들의 외면이 당연해 보인다. 연이은 의혹, 논란과 함께 시청자들에게 점점 외면받고 있는 만큼,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seo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