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로펌사에 어렵사리 취직한 태수(안재홍 분)는 이마저 짤릴 위기에 처한 신입 변호사다. 회사와 대표를 위해서라면 빳빳한 양복이 더러워져도 땅에 눕는 일은 아무 것도 아닌 불굴의 청년. JH로펌 황 대표(박혁권 분)는 그런 그의 패기를 높게 사 망해가는 동물원 ‘동산파크’를 맡긴다.(*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동명의 웹툰을 영화화한 ‘해치지 않아’(감독 손재곤, 제공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작 어바웃필름・디씨지플러스)는 망하기 일보 직전의 동물원 동산파크에 야심차게 원장으로 부임하게 된 변호사 태수와 팔려간 동물들 대신 동물로 근무하게 된 직원들의 미션을 그린 코믹 영화다. 영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의 제작진이 2020년 새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복귀작.


동산파크의 새 원장으로 부임한 태수는 전 원장(박영규 분), 수의사 소원(강소라 분), 사육사 건욱(김성오 분)과 해경(전여빈 분)을 설득해 각각의 동물 슈트를 입고 위장 근무를 시작한다. 유치원생부터 대학생, 노인들까지 깜빡 속을 정도로 리얼하다.
폐업 직전의 동산파크가 곧, 로펌에서 살아남고자 고군분투 하는 태수와 동일시 된다. 위기 속에서 동물 연기라는 묘수를 생각해낸 태수는 직원들에게 사람과 동물 모두를 구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 넣는다.
망해가는 판국에 무엇이든 못하겠느냐는 결심이 생긴 전 원장과 사육사, 수의사는 그렇게 동물과 동산파크를 구하기 위한 특별한 여정을 떠난다. ‘해치지않아’는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 비정규직 노동자, 재벌들의 갑질을 유쾌하게 풍자한다.

박영규, 안재홍, 강소라, 김성오, 전여빈 등 배우들이 각각 기린, 북극곰, 사자, 고릴라, 나무늘보 역을 맡아 동물우리에 갇혀 연기하는 모습이 웃음을 터뜨린다. 동물 슈트 역시 실제 동물을 방불케 할 만큼 허섭하지 않다. 동물의 특색을 고려해 털까지 세심하게 신경썼다는 제작진의 설명이다.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으로 중무장한 대기업과 재벌, 로펌에 맞선 동산파크 식구들이 사활을 걸고 맞붙는 클라이맥스 장면은 볼거리를 선사한다. 다만 중후반부에 이르러 황대표와 직원이 동산파크에 나타나는 지점부터 오히려 긴장감이 떨어지고 늘어진다.
그러나 영화가 강조하고자 하는 사람과 동물의 공생이라는 결말에 이르기에 무엇보다 메시지와 주제 만큼은 뚜렷한 코믹 소동극이라 말할 수 있겠다. 개봉은 2020년 1월 15일./ watc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