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양준일이 약 18년 만에 '탑골 GD'라는 타이틀과 함께 한국에 돌아왔다.
31일 오후 서울시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는 2019 팬미팅 '양준일의 선물-나의 사랑 리베카, 나의 사랑 양준일' 개최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진행은 작사가 김이나가 맡았다.
양준일은 지난 1991년 데뷔한 가수로, 히트곡 '가나다라마바사' 'Dance with me 아가씨' '리베카' 등 다수의 히트곡을 남겼다. 하지만 2집 활동 이후 부득이한 사정으로 한국을 떠났다. 그리고 2001년 V2라는 그룹으로 가요계에 복귀했으나, 전과 같은 인기를 누리지 못했다.

양준일은 최근 뉴트로 열풍과 온라인 탑골 가요의 인기에 힘 입어 화제로 떠올랐다. 지금 봐도 트렌디한 패션 감각과 빅뱅 지드래곤과 흡사한 외모로 재조명되면서 '탑골 GD'라는 별명도 얻게 됐다. 그리고 JTBC 예능 프로그램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에 출연하면서, 그의 인생 제2막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이날 양준일은 현장을 찾은 취재진을 보고 "너무 감사하다. 머릿속에 있는 나에 대한 이미지가 아직 헷갈리는 상태다. 일주일 전만 해도 서버였기 때문에 여러분이 저를 보러왔다는 것 자체가 믿겨지지 않는다. 와주셔서 감사하다. 내 자신에 대한 편견을 버리려 한다. 여러분들이 저를 아티스트로 봐주시기 때문에 내 마음 속으로 받아들이는 중이다. 봐주시는 이미지에 맞춰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양준일은 '슈가맨3' 출연으로 순식간에 스타덤에 올랐다. 대중은 물론, 여러 연예인들도 양준일에 대한 팬심을 고백할 정도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리게 됐다.
양준일은 요즘 인기를 실감하냐는 말에 "어떤 분이 양준일 씨 다니는 가게 맞냐고 전화를 하셨다. 다른 서버가 전화를 받았는데 그분이 '대한민국에서 난리가 났는데 거기서 서빙을 하면 어떡하냐'고 짜증을 내셨다더라. 하지만 실질적으로 와닿지 않았다"며 "그랬는데 제가 비행기 타고 들어오는데 스튜어디스들이 다 알아보더라. 그래서 '이게 무슨 일이지' 했다. 저도 설마 했다. 그냥 매일 적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양준일은 그토록 무대를 원했지만, 당시 호의적이지 않았던 시대적 분위기에 한국을 떠나야만 했다. 그리고 약 18년 만에 한국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한다. 소감이 남다를 듯하다.
양준일은 "대한민국을 굉장히 좋아한다. 가수 활동 하지 않을 때도 영어를 가르치면서 한국에 있었다. 돌아간 것도 돌아가고 싶어서 간 게 아니다. 다시 안 돌아올 거라 생각했다. 대한민국에 있으면서도 대한민국을 좀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었다. 다가가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언제나 다가가고 싶었다. 미국 갈 적에는 몸까지 떠나는 상황이었는데, 한국에서 안 살고 있다는 게 낫다고 스스로 설득했다. 다시 돌아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슈가맨3' 출연도 망설였다"라고 털어놨다.

얼떨떨한 것은 양준일 뿐만 아니라 옆에서 지켜봤던 가족도 마찬가지였을 것. 양준일은 "저와 가까이 있었던 분들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저를 오랫동안 봤었던 분들은 저의 이런 면을 전혀 보지 못했다. 아내도 제가 노래하고 춤추는 걸 '슈가맨'에서 처음 봤다"라고 얘기했다.

양준일은 거듭 현재 상황을 믿기 힘들다고 밝혔다. 양준일은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이제 10대 때 뭘 원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더 이상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20대 때 원했던 것도 지금 원하지 않는다"며 "원치 않으니까 이루어지는 게 너무 신기하다. 그냥 적응하기 힘들다. 이렇게 일이 진행되면서 원하는 게 옳은 걸까 싶기도 했다"고 전했다.
양준일은 온라인 탑골 가요 속 20대 모습으로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 50대의 모습으로 복귀하게 된 만큼 부담감이 따를 법하다. 이에 양준일은 "언제나 현실에 무릎을 꿇는 게 좋다. 대중이 제게 실망하고 필요 없다고 하면 그걸 받아들일 생각이다. '슈가맨'에 나와서 무대에 설 수 있는 상황도 받아들이고 있다. 오히려 제가 걱정했던 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반대로 이루어졌다. 모든 게 지금 내 계획대로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탑골 GD'라는 별명에 대해 "사실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른다. 탑골이 뭔지도 모른다. 누가 저를 마이클 잭슨과 비교하면 그건 마이클 잭슨에게 욕먹이는 느낌이긴 하다. 감히 비교하나 싶을 것 같다. 그래서 GD 팬들이 싫어하면 이해한다. 개인적으로 만나면 마음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양준일은 팬들에게 미안해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양준일은 "그때의 나도 떠날 수밖에 없었고, 그런 팬들이 있는 것도 몰랐지 않나. 좋은 일도 있었고 나쁜 일도 있었고 그런 일을 통과하면서 얻은 게 굉장히 많다. 한순간도 버리고 싶은 것은 없다. 행복으로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팬들을 향한 고마운 마음이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 감히 대한민국을 감싸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양준일은 기자간담회 내내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양준일은 "한국에 들어와서 살고 싶다. 연예 활동을 하지 않아도 한국에서 살고 싶다.대중이 원하시는 동안 활동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끝으로 양준일은 향후 계획에 대해 "책을 준비하고 있다. 제가 많은 집중을 받는 게 머릿속 생각 덕분인 것 같다. 그걸 조금 더 글로 표현을 하고, 나눌 수 있으면 좋을 거 같다. 현재 제 과거 음반이 고가로 팔린다는 말을 들었다. 음반 재판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라고 밝혔다.
양준일은 이날 오후 4시와 8시, 2회에 걸쳐 2019 팬미팅 '양준일의 선물-나의 사랑 리베카, 나의 사랑 양준일'을 연다. /notglasses@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