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양준일이 팬미팅 이후 활동 계획부터 남다른 한국 사랑까지, 숨김 없이 밝혔다.
31일 서울시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는 2019 팬미팅 '양준일의 선물-나의 사랑 리베카, 나의 사랑 양준일' 개최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진행은 작사가 김이나가 맡았다.
이날 양준일은 셔츠와 슬랙스에 베스트를 챙겨입고 등장했다.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이하 '슈가맨')에 출연할 당시를 연상케 하는 옷차림이었다.

양준일은 지난 6일 '슈가맨'을 통해 약 18년 만에 국내 팬들을 만났다. 양준일은 히트곡 'Fantasy' '가나다라마바사' 등으로 무대를 꾸며, 시청자들을 향수에 젖게 했다.
대중은 양준일이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연에 분노했고, 그의 순수한 면모와 울림 있는 고백에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양준일의 강제 소환(?)은 그의 계획과는 무관하게 진행됐다.

생애 첫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양준일은 취재진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양준일은 "이런 게 처음이다. 너무 감사하다. 머릿속에 있는 나에 대한 이미지가 아직 헷갈리는 상태다. 일주일 전만 해도 서버였기 때문에 여러분이 저를 보러왔다는 것 자체가 믿겨지지 않는다. 와주셔서 감사하다"며 "내 자신에 대한 편견을 버리려 한다. 여러분들이 저를 아티스트로 봐주시기 때문에 내 마음 속으로 받아들이는 중이다. 봐주시는 이미지에 맞춰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양준일은 '슈가맨' 출연 후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양준일은 미국으로 돌아갔을 당시, 전혀 국내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그는 여전히 높아진 인기를 믿을 수 없다며, "매일 적응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양준일이 주목받는 이유는 연령을 불문한 팬층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 양준일은 폭 넓은 팬덤을 구축한 비결을 묻는 질문에 "저 스스로에게 물어보지 않았다. 감히 파악하지 않으려 했고, 파악하려고 하면 뭔가 공식이 나올 것 같았다. 그럼 그걸 따라가려고 하고 제가 그 공식을 죽일 것 같았다. 난 오히려 여러분들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왜 나를 보러 왔냐'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양준일은 50대가 돼서야 가수로서 인생 최대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그는 정작 가수로 활발하게 활동했던 시절, 보수적인 국내 정서 등 여러 난관에 부딪혔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한국을 떠난 이유다.

하지만 양준일의 한국 사랑은 여전히 유효했다. 양준일은 좋지 않은 기억에도 한국을 그리워한 이유에 대해 "힘든 일이 있었지만 힘든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나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대해주는 분들이 많았다. 대부분이 여자분들이었다. 노사연 누나도 잘해주셨고, 민해경 누나도 잘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을 굉장히 좋아한다. 가수 활동 하지 않을 때도 영어를 가르치면서 한국에 있었다. 돌아간 것도 돌아가고 싶어서 간 게 아니다. 다시 안 돌아올 거라 생각했다. 대한민국에 있으면서도 대한민국을 좀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었다. 다가가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언제나 다가가고 싶었다"고 밝혔다.
양준일은 '슈가맨'에서 20대의 자신에게 "네 뜻대로 아무 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내가 안다. 하지만 걱정하지마. 모든 것은 완벽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어"라고 말해, 깊은 여운을 선사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양준일은 "이렇게 될 거란 뜻이 아니었다. '네가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내려놓으면 마무리가 된다'라는 뜻이었다"며 "이제 10대 때 뭘 원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더 이상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20대 때 원했던 것도 지금 원하지 않는다. 그때 원한 걸 10년, 20년 후에도 원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내려놓으면 마음 고생도 덜하다는 것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치 않으니까 이루어지는 게 너무 신기하다. 그냥 적응하기 힘들다. 이렇게 일이 진행되면서 원하는 게 옳은 걸까 싶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양준일은 20대의 모습으로 사랑받고, 50대에 복귀하게 된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냐는 질문에 "언제나 현실에 무릎을 꿇는 게 좋다. 대중이 실망하고 필요 없다고 하면 그걸 받아들일 생각이다. '슈가맨'에 나와서 무대에 설 수 있는 상황도 받아들이고 있다. 오히려 제가 걱정했던 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반대로 이루어졌다. 모든 게 지금 내 계획대로 안되고 있다"고 답했다.
팬들은 뛰어난 재능에도 뒤늦게 재조명받은 양준일에게 일종의 부채감을 느끼기도 했다. 양준일은 팬들에게 "그때의 나도 떠날 수밖에 없었고, 그런 팬들이 있는 것도 몰랐지 않나. 좋은 일도 있었고 나쁜 일도 있었고 그런 일을 통과하면서 얻은 게 굉장히 많다. 한순간도 버리고 싶은 것은 없다. 행복으로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팬들을 향한 고마운 마음이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 감히 대한민국을 감싸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다"라고 당부했다.
양준일은 팬미팅 이후에도 열일 행보를 이어간다. 양준일은 팬들의 요청이 있다면, 얼마든지 활동을 이어갈 생각이다. 양준일은 "한국에 들어와서 살고 싶다. 연예 활동을 하지 않아도 한국에서 살고 싶다.대중이 원하시는 동안 활동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양준일은 구체적인 활동 계획으로 "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가 많은 집중을 받는 게 머릿속 생각 덕분인 것 같다. 그걸 조금 더 글로 표현을 하고, 나눌 수 있으면 좋을 거 같다. 현재 제 과거 음반이 고가로 팔린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음반 재판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예전 곡들을 편곡해서 팬들이 앨범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새 앨범 발매 여부에 대해서는 "지금은 새로운 가사를 쓰고 싶지는 않고 그걸 다시 무대에서 표현하고 싶다. '슈가맨3'에서 말했듯이 목소리는 10%고 나머지는 몸으로 표현한다. 그 가사와 노래들을 충분히 표현한 다음에 새로운 노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양준일 하면 별명 '탑골 GD'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양준일은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른다. 탑골이 뭔지도 모른다. GD가 어떻게 느끼는지는 모르겠다. 팬들이 싫어한다면 이해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만나면 마음이 바뀔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양준일은 이날 오후 4시와 8시, 2회에 걸쳐 2019 팬미팅 '양준일의 선물-나의 사랑 리베카, 나의 사랑 양준일'을 연다. /notglasses@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