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누구야?”라는 질문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박정민은 충무로에서 인정받는 배우가 됐다. 특히 올 한 해 영화 ‘개봉-촬영-개봉’을 반복하며 한결같이 부지런하고 끈기가 있는 태도를 보여줬다.
평상시에는 순하디 순하게만 보이는 마스크가 스크린 안에서는 귀엽기도 하고, 날카롭기도 하다. 어떨 땐 진심으로 지질하다. 겸손하지만 자신의 방식대로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강렬한 에너지가 ‘배우 박정민’을 움직이는 모멘텀이다.


2011년 데뷔해 햇수로 9년차를 맞이한 올해, 박정민을 평가하는 단연 1순위는 연기력이었다. 데뷔 초반기 또래 배우들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던 그는 어떤 역할을 맡겨도 연기를 잘 해낼 것이라는 믿음을 안겨줬기에 이제는 30대 충무로 대표 배우로 거듭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흥행작도 하나씩 ‘적립’하는 중.
요즘 연예계에서는 배우가 연기로만 평가받는 게 오히려 신기한 세상이 됐는데, (예능에서 맹활약해 반대로 작품에 캐스팅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박정민은 단연코 연기력만 내세우고 나선 배우다. 물론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보여준 꾸밈없는 일상이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안긴 건 예상 밖 선전이다.

“죽으십시오”라고 차갑게 말하는 ‘사바하’(감독 장재현) 속 정비공 나한이었다가, 나지막이 “올인!”이라고 외치는 ‘타짜: 원 아이드 잭’(감독 권오광)의 최후의 승부사 도일출이 됐다.
단무지처럼 노~오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고물 오토바이를 탄 ‘시동’(감독 최정열) 속 반항아 고택일은 정제되지 않은 거친 에너지를 내뿜었다.

공시생일 때는 고달프지만 해맑은 청춘의 얼굴이, 엄마를 위해 월급봉투를 갖다줄 땐 효심 깊은 아들의 얼굴이 박정민에게서 풍겨 나왔다. 오컬트, 범죄, 코믹 등 장르가 다른 세 영화에서 극적이면서도 화려하고, 정교하게 캐릭터를 구축해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는 재미를 안겼다.
올해 박정민은 성장과 발전이라는 또 다른 키워드를 얻었다. 2020년 개봉할 액션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를 촬영하고 있다는 박정민의 새 이미지를 섣부르게 판단하지 말 것. / watc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