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현장 만들고파"..라하나 PD, 입봉작 '루왁인간'에 녹인 사랑 [직격인터뷰] 
OSEN 심언경 기자
발행 2020.01.05 08: 48

"드라마는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행복이 앞서는 현장을 만들고 싶어요. 마법 같은 ‘사랑의 힘’을 믿거든요."
지난달 30일 JTBC 드라마 페스타의 첫 번째 작품 '루왁인간'(연출 라하나, 극본 이보람)이 방영됐다. '드라마 페스타'는 드라마(DRAMA)와 축제(FESTA)의 합성어로, JTBC의 단막극 브랜드다. '루왁인간'은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은퇴 위기에 처한 50대 고졸 세일즈맨에게 벌어진 기적 같은 사건을 그렸다.
'루왁인간'은 소시민의 삶을 섬세하고 따뜻하게 풀어냈다. 정차식(안내상 분)의 가족은 극 중 캐릭터에만 그치지 않는다. 야속한 세월에 벼랑 끝으로 내몰린 가장 정차식부터 돈을 벌기 위해 창업에 뛰어든 청년 정지현(김미수 분)까지, 주변을 돌아보면 금세라도 발견할 수 있을 '우리'였다. 인물 설정부터 이미 공감을 확보한 셈이다.

이와 관련, 라하나 PD는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원작의 신선한 설정에 솔깃했지만 그대로 드라마를 만들자니 그 신선한 소재가 발목을 잡더라. 하지만 대중과 정서적으로 가까운 아버지와 딸, 회사원을 다룬 이야기를 만들어주신 작가님 덕에 이 작품을 택하게 됐다. 신선한 설정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정말 하고 싶던 휴먼 드라마가 됐다"고 밝혔다.
'루왁인간'은 별다를 것 없는 일상 이야기에 판타지적 요소를 더해,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정차식이 사향 고양이처럼 커피 생두를 낳는다는 설정은 독특하고 낯설었다. 이에 일부 시청자들은 "괴상하다"라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라하나 PD는 "당연히 예상했던 평가다. 이 드라마를 하려고 마음먹었을 때부터 제가 짊어지고 갈 과제라고 생각했다. 다만 괴상한 설정을 이겨내는 드라마의 의미를 찾아내주시기를 바랐다"라고 전했다.
라하나 PD의 바람대로, '루왁인간'의 메시지는 대부분의 시청자에게 올곧게 전달됐다. 특히 정차식이 생두를 만들면서 자존감을 되찾아가는 과정은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가치가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이는 라하나 PD와 스태프들이 기획 단계부터 섬세한 연출을 위해 노력한 덕분이었다.
라하나 PD는 "장소 섭외에 시간과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 작가님과 대본 기획 단계에서 배경에 대한 이미지를 공유한 부분이 있었다. 대본의 동선을 해치지 않는 장소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며 "로케이션 매니저가 더운 여름에 고생을 많이 했다. 로케이션 매니저의 드라마 해석력과 노력 덕을 봤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특히 라하나 PD가 신경 쓴 부분은 캐스팅이었다. 라 PD는 "캐스팅이 정말 중요했다. 안내상은 이견이 없는 캐스팅 1번이었다. 장혜진, 최덕문, 윤경호도 던져본다는 생각으로 캐스팅 제의를 드렸다. 한편으로는 배우들이 대본에 공감한다면 승산이 있을 거라 기대도 했다. 결과적으로 다들 승낙해주셨고, 싱크로율 100%인 캐스팅이 탄생했다. 김미수는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다. 신인인데 대본에 대한 이해력이 굉장히 높았고, 연기력도 독보적이었다"라고 말했다. 
호평의 비결을 묻는 말에는 "'루왁인간'을 사랑하는 모든 스태프의 마음이 드라마에 녹아든 것 같다. 스태프들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냈고,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드라마는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품에 녹아든 많은 이의 노력과 사랑이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느낌으로 전해지는 것 같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마법 같은 ‘사랑의 힘’(?)을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루왁인간'은 라하나 PD의 첫 입봉작이다. 드라마 ‘순정에 반하다’ ‘뷰티 인사이드’ ‘으라차차 와이키키2’ 등에서 공동 연출을 맡아온 라 PD는 6년 만에 메인 연출자의 자리에 올랐다. 라하나 PD는 "2012년 말에 입사해 6년 반 정도 조연출 생활을 했다. 기쁜 마음보다는 부담감과 두려움이 크다. '열심히 잘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마음속에 새기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입봉작을 하며 정말 행복했다. 괴로움보다 행복함이 앞설 수 있는 현장을 만들어내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라하나 PD의 다짐은 말로만 그치지 않았던 듯하다. 안내상은 '루왁인간' 제작발표회에서 "대한민국에 천재 연출가 한 명이 나왔다. 한순간에 배우를 반하게 만드는 감독은 없는데 대단하다. 매일 웃고 즐겁게 촬영했다"며 라 PD를 치켜세웠다.
라하나 PD는 안내상의 칭찬에 대해 "대부분 인정하지 못하겠다. 부끄러울 뿐이다. 이제 막 시작하는 신인 연출가에게 힘을 실어주시기 위해 아예 마음을 먹고 나오신 것 같았다. 마음을 써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칭찬들이 실제가 되도록, 칭찬에 당당한 사람이 되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라고 밝혔다.
'루왁인간'은 끝났지만, '드라마 페스타'는 계속된다. 라하나 PD는 "스태프 전원부터 제작 총괄, CP까지 열정을 쏟아부어 줘서 감사했다. 앞으로 방영될 작품들도 이와 같은 사랑 속에 만들어졌다. 다음 주자는 동기 김다예 PD의 작품 ‘안녕 드라큘라’이다. 잘 찍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밀도 있는 애정과 관심, 노력과 고민이 들어가 있는 '드라마 페스타'의 작품들을 끝까지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notglasses@osen.co.kr
[사진]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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