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링 클럽으로 나설 수 밖에 없는 수원 삼성의 현실. 힘든 상황에서도 이임생 감독은 도전을 외쳤다.
수원 삼성은 지난 7일 오후 11시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로 출국했다. UAE에서 수원은 2020시즌을 위한 담금질에 나선다.
전지 훈련 출국에 앞서 7일 오전 수원의 이임생 감독은 수원 모처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지고 2020 시즌 전력 구상과 각오에 대해 밝혔다.

요즘 들어서는 계속 차가웠던 수원의 겨울이었지만 이번 겨울은 유독 심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 나서지만 보강은 커녕 기존 전력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출혈이 심한 곳은 수비진이다. 신세계(강원 FC)와 구자룡(전북 현대)가 모두 FA로 팀을 떠났다. 특히 구자룡은 전북보다 낮은 연봉이라도 친정팀과 의리를 지킬 마음이 있었지만 막판에 틀어졌다.
구자룡의 이적이 수원 팬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온 가장 큰 이유는 매탄고부터 수원서 성장한 프랜차이즈 스타가 같은 K리그1 구단에 자유 계약으로 이적했다는 점이다.

이임생 감독은 "(우리 선수가) 울산이나 전북으로 가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라며 "지금 나는 주어진 환경서 좌절하기보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이겨내고자 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나간 자리가 큰 수원의 수비진이지만 영입도 확신할 수 없다. 외인 헨리에 대해 이임생 감독은 "신체 조건은 좋으나 민첩성 훈련을 보니 느리다. 상대 선수 중에 빠른 선수가 많을건데"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기존 자원 조성진도 불확실하다. 그는 지난 시즌 내내 시력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임생 감독은 "낮 경기는 괜찮은데, 야간 경기는 힘들다. 전지 훈련 앞두고 알레르기로 고생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력 구상에 대해 언급하던 이임생 감독은 돌연 평소와 다른 작심 발언으로 답답한 속내를 털어냈다. 그는 "구단은 말렸지만 전력 보강 문제에 대해 말하고 싶다"라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이임생 감독은 "구단은 이전과 달리 시스템이 크게 변한 것 같다. 적자라고 한다. 선수를 팔아서 메꿔야 한다. 지난 시즌도 사리치를 팔아 적자를 채웠다"라고 내부 사정에 대해 밝혔다.
꾸준히 이적설이 돌고 있는 타가트에 대해 이임생 감독은 "지켰으면 좋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 저렴하게 데려와서 비싸게 팔 수 있다면 재정 문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 중반까지 상위 스플릿 경쟁을 펼치던 수원은 여름 이적 시장서 사리치의 이적으로 무너졌다. 이임생 감독은 "시즌 중 이탈은 작년에 경험했다. 중간에 나가면 팀 컬러 유지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임생 감독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올해도 메꿔야 하는 것으로 안다. 결국 돈이 나오는 부분은 선수 판매다. 기존 선수들로 그대로 가지는 못할 것이다. 타가트라도 좋은 오퍼가 온다면 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결국 타가트와 같은 포지션인 크르피치는 대체자가 되는 셈이다. 이임생 감독은 "같은 포지션에만 외인 선수를 2명 보유하면 국내 선수를 키울 수 없다. 분명 타가트 이적을 염두에 둔 영입이다"라고 인정했다.
크르피치에 대해 이임생 감독은 "고비용 외인 영입은 어렵다. 리그 득점왕인 선수를 저렴하게 영입할 수 있는 시기라 데려왔다. 시즌 중반 이후 타가트 이적에 대비해 미리 적응시킬 것"이라 목표를 밝혔다.
이임생 감독은 전지 훈련을 앞두고도 여전히 미진한 겨울 나기에 대해 "어떤 감독이라도 전력 보강에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구단이 처한 상황, 예산의 한계 등이 존재한다. 이것이 현실이다"라고 강조했다.
전력 보강이 없지만 수원은 다음 시즌 리그-FA컵에다 ACL까지 나서야 한다. 이임생 감독은 "선수들이 보강을 이야기해서 싫은 소리도 했다. 선수들에게 현실에 안주하라 할 수 없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우리만으로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들이 의심해도 우리는 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지금이 그 상황이다. 그리고 결과는 감독 혼자 다 책임지는 것이 프로의 생리"라고 덧붙였다.

이임생 감독은 다음 시즌 목표에 대해서 "ACL은 국가 대항전이다. K리그를 대표해서 나서는 만큼 최소 16강은 가고 싶다. 리그에서도 지난 시즌 실패한 상위 스플릿 진입부터 도전하겠다"고 제시했다.
차가운 현실이지만 팬들을 실망하게 할 수는 없다. 지금 수원 사령탑은 너무나 외롭고 힘든 자리이다.
한 취재진이 지난 시즌 부진하던 시기와 팬들의 항의에 대해 이야기하자 이임생 감독은 "이 자리 외롭더라"라면서 "하고 싶은 말도 많지만 다 하지 못할 것 같다"고 털어 넘겼다.
이임생 감독은 "우리가 관심을 받는 것은 팬이 있기 때문이다. 부족한 감독이지만, 선수들의 잠재력을 이끌어 내서 그분들을 기쁘게 만드는 것이 내 과제"라고 투지를 불태웠다.
수원 팬들을 향해 이임생 감독은 "팬들을 위해 계속 공부하고 도전할 계획이다. 선수들과 최선을 다해 (험난한 현실을) 극복하겠다"고 약속했다.
과거 '레알' 수원과 큰 차이로 변한 2020년의 '셀링 클럽' 수원. 힘든 현실이지만 명문이란 이름에 걸린 무게는 여전히 무겁다. 이임생 감독의 외로운 도전은 해피 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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