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렵꾼들이 코끼리 척추를 끊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고, 톱으로 코끼리 얼굴을 자릅니다. 코끼리가 살아있는 동안에요".
'휴머니멀'이 첫 방송부터 참혹한 동물들의 생태계를 낱낱이 보여줬다. 이익을 위해 한없이 잔인해진 인간의 이면에 배우 박신혜가 충격의 눈물을 흘렸고 김우빈이 담담한 목소리로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었다.
6일 밤 MBC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휴머니멀(HUMANIMAL)'이 첫 방송됐다. '휴머니멀'은 자신의 쾌락과 이권을 위해 동물을 살해하는 인간과 그들로부터 동물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지난 1년 여의 시간 동안 4개 대륙 10개국에서 촬영됐다. 이에 첫 방송에서는 프롤로그와 함께 1부 '코끼리 죽이기'라는 소제목 아래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야생 코끼리들을 살펴보는 프레젠터 박신혜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사진=MBC 방송화면] '휴머니멀' 첫 방송에서 배우 박신혜, 김우빈 등이 출연했다.](https://file.osen.co.kr/article/2020/01/07/202001070758779806_5e13c248493c9.jpg)
박신혜는 등장부터 국경없는 코끼리회 마이크 체이스 박사와 함께 헬기를 타고 이동했다. 마이크 체이스 박사가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고 박신혜와 '휴머니멀' 제작진을 이끈 것. 헬기 2대를 타고 초원 깊숙이 들어간 이들 앞에 나타난 것은 코끼리 사체였다. 죽은 코끼리는 척추가 끊어진 채 턱 하관만 남고 얼굴이 모두 도려져 있어 충격을 자아냈다. 모두 밀렵꾼들의 짓이었다.
마이크 체이스 박사는 "밀렵꾼들이 총을 쓰지 않고 사냥한다. 총소리가 멀리 퍼지는 걸 막기 위해서다", "척추를 끊으면 코끼리가 그대로 쓰러져 움직일 수 없다. 그 상태에서 톱으로 얼굴을 자른다. 상아를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서인데 그때까지 코끼리는 살아있다"고 설명했다. 충격적인 현장 앞에 박신혜는 말을 잃었다. 그는 얼굴을 감싼 채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고 잔인한 밀렵꾼들의 행태에 눈물을 흘렸다.
박신혜는 '휴머니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도 손수건을 만지작 거리며 눈물을 흘릴 뿐 잠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동물을 좋아하고 사자를 좋아하고 관심을 갖고 있던 시기에 들어온 '휴머니멀' 섭외에 순순히 응했던 만큼 코끼리의 죽음에 박신혜가 받은 충격은 상당했다. 그가 받은 충격은 시청자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사진=MBC 방송화면] '휴머니멀' 첫 방송에서 배우 박신혜가 밀렵꾼에게 당한 코끼리 사체를 보고 충격받았다.](https://file.osen.co.kr/article/2020/01/07/202001070758779806_5e13c248be3ea.jpg)
그렇다고 '휴머니멀' 제작진과 박신혜가 주저앉아 있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마이크 체이스 박사가 남은 코끼리 개체수를 보전하기 위해 보살피는 코끼리 중 상아가 큰 수컷 코끼리들에게 GPS(위치추적기)를 장착하는 일을 도왔다. 국경없는 코끼리회의 수의사가 마취총을 쏘고 코끼리가 쓰러진 30여분 동안 사람이 달려가 GPS 목걸이를 부착하는 방식이었다.
박신혜는 마이크 체이스 박사의 지시에 따라 침착하고 빠르게 움직였다. 건장한 성인 남성인 제작진도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코끼리 앞에서 그는 두려움 없이 움직였다. 코끼리가 성장할 것을 대비해 장치에 여분의 길이를 남겨두는가 하면, 쓰러진 코끼리의 체온이 급격히 높아지지 않도록 귀와 몸에 물을 뿌려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밀렵당한 코끼리 사체를 가까이서 목격하고 충격받은 만큼 작은 것 하나라도 도와주고픈 박신혜의 진정성이 담긴 행동이었다.
방송은 프레젠터 박신혜의 시선을 따라 움직이며 동물과 인간의 공존에 대해 생각하는 화두를 던졌다. 한쪽에서는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이 누구보다 잔인하게 코끼리와 같은 동물들을 죽이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동물을 보호하고자 실천적인 움직임을 하는 마이크 체이스 박사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이에서 박신혜는 마이크 체이스 박사와 동행하며 일반 시민들의 시선으로 그들의 움직임을 담아냈다.
![[사진=MBC 방송화면] 배우 김우빈과 유해진이 '휴머니멀' 첫 방송에 등장했다.](https://file.osen.co.kr/article/2020/01/07/202001070758779806_5e13c24925e73.jpg)
방송 말미에는 아프리카가 아닌 태국 치앙마이에서 코끼리 생태 공원을 찾은 또 다른 프레젠터 배우 유해진의 이야기도 짧게나마 예고됐다. 치앙마이 코끼리 생태공원에서 아시아 코끼리 80여 마리와 가족처럼 생활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유해진에겐 생경하게 다가왔던 터. 이 역시 시청자들의 눈높이와 다르지 않았다.
이처럼 '휴머니멀'은 시청자들에게 프레젠터인 배우들의 눈과 행동을 통해 동물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강조했다. 박신혜와 유해진 등 소위 '믿고 보는 배우'들이 등장한 만큼 방송이 지구 반대편, 먼 해외의 이야기라고 할지라도 보다 깊은 몰입감과 공감을 선사했다.
내레이터로 배우 김우빈이 등장한 것도 또 다른 들을 거리를 선사했다. 비인두암 투병으로 휴식기를 가졌던 그가 지상파에 복귀하는 첫 작품으로 인간과 또 다른 생물의 공존에 대해 이야기하는 '휴머니멀'을 선택했다는 점이 시사점을 남겼다. '동물을 좋아하는 것'에 대해 "내가 동물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거부감이 없다는 것만으로 동물을 좋아한다고 할 수 있나?"라고 의문을 제시하는 김우빈의 성찰도 또 다른 생각할 거리를 던졌다.
이제 막 프롤로그가 오른 가운데 '휴머니멀'이 또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생각할 여지를 남길까. MBC 창사특집 다큐멘터리로 손색 없는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 monami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