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신뢰보다 중요한 자존심? '유감'은 뉴이스트 몫 (종합)[Oh!쎈 이슈]
OSEN 심언경 기자
발행 2020.01.07 15: 52

 '그것이 알고 싶다'가 편집 실수와 부족한 취재로 선의의 피해자를 만든 가운데, 사과 대신 '유감'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 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조작된 세계-음원 사재기인가? 바이럴 마케팅인가?'라는 주제로 음원 사재기 이슈를 다뤘다. 
음원 사재기는 가요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언급돼왔다. 하지만 이슈가 되더라도 의혹에 그쳤을 뿐, 전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의혹을 사실로 단정 짓기에는 물증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그 가운데 '그알'이 사재기 의혹 특집을 예고했고, 당연히 '그알' 측의 취재 내용에 이목이 쏠렸다.

'그알' 측은 홍보대행업체 관계자, 바이럴 마케팅 제안을 받은 가수들, 엔터테인먼트 대표 등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을 확보했다. 취재 내용에 따르면, 역주행 음원 중 일부는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차트에 진입할 수 있었다. 
명의도용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제보자와의 인터뷰도 공개됐다. 제보자는 한 가수의 특정 곡을 구매했다는 내용의 메일 46통을 받았다고 밝혔다. 제보자는 해당 노래를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때 '그알' 측의 편집 실수가 있었다. 제보자가 직접 받은 메일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은 것. 이에 해당 곡이 뉴이스트W의 'Dejavu(데자부)'라는 것이 밝혀졌고, 뉴이스트는 사재기 의혹에 휘말리게 됐다.
하지만 사재기가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의도적인 명의도용도 아니었다. '뉴이스트 음원총공팀'은 한 팬이 회원 가입 중 아이디를 잘못 기재했고, 그 아이디가 우연히 제보자의 이메일과 동일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본인(해당 팬)은 2018년 7월 9일 지니뮤직 측의 연락을 받아 회원가입 시 사용된 이메일이 타인의 이메일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지하였고, 즉시 본인의 이메일로 정정, 수정하였다"라며, 고의적인 명의도용이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뉴이스트 소속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측도 5일 "사는 음원 사재기와 관련된 어떠한 불법. 부정행위도 하지 않았음을 명확히 밝힌다"라며, 사과와 정정 보도를 요청했다. 이어 "본인들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수년간 노력해온 아티스트가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으로 인해 씻을 수 없는 명예훼손과 억측과 소문이 확산되고 있어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알' 측이 해당 제보를 후속 취재나 확인 없이 그대로 방송한 것도 모자라, 허술한 편집으로 애먼 피해자를 만든 셈이다. 하지만 더욱 문제가 된 지점은 따로 있었다. 바로 '그알' 측의 입장문이었다.
'그알' 측은 6일 "방송을 통해 결재 내역이 찍힌 영상을 모자이크 작업을 진행해 내보냈으나 1프레임(1/30초) 정도가 누락되면서 '뉴이스트 W - 데자부' 음원임이 드러났다. 해당 가수의 음원을 다른 사람의 이메일로 수차례 구입한 일부 팬의 착오와 과실일 뿐 뉴이스트 소속사인 '플래디스'와는 관련이 없다는 뉴이스트 음원총공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제작진의 화면처리 미숙으로 의혹이 불거진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아울러 다른 사람의 이메일 계정을 이용하여 수차례 구매하는 일부 팬의 과실에도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해당 입장문은 사과가 아니었다. 자기방어에 가까운, '그알' 측만의 입장이었다. '뉴이스트 음원총공팀'이 결백을 입증할 증거를 제시했지만, '그알' 측은 '주장이 사실이라면'이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또한 '그알' 측은 제작진의 미숙했던 화면 처리에 '깊은 유감'을 표하면서도, 일부 팬들의 과실을 지적하며 입장문을 마무리했다. 이들의 명백한 실수를 축소하고 팬들에게 교묘히 화살을 돌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그 와중에 '그알' 측은 소속사 '플레디스'를 '플래디스'라고 표기하는, 웃지 못할 실수를 범했다.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뻔한 뉴이스트와 소속사, 정정 보도를 요청한 팬들에게 일말의 성의조차 찾아볼 수 없는 입장문이었다. 
이에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측은 같은 날 OSEN에 "제작진에게 공문을 보내 사과를 요청했다. 제작진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 및 정정 보도를 요구했다. 하지만 제대로 피드백이 되지 않은 것 같아 유감스럽다"라고 전했다. 뉴이스트 팬들 역시 '그알' 측에 메일, 전화, 팩스, 등기 등으로 "'유감문'이 아닌 '사과문'을 요구한다"라며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잘못된 보도로 피해자까지 낳은 상황에서 자존심만 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그알' 측이 즉각 실수를 인정하고 정정 보도나 사과문을 내놓았다면, 충분히 해프닝으로 마무리될 수도 있는 논란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논란에 불을 지피는 '유감문'으로, '그알' 측은 그간 쌓아온 신뢰까지 잃고 있다. /notglasse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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