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없는 경제 드라마"
정통 경제 드라마가 온다. 새로운 tvN 장르물이 탄생한 셈.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고수, 이성민, 심은경이 오랜만에 '머니게임'으로 시청자들을 만난다.
8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임피리얼팰리스에서 tvN 새 수목드라마 ‘머니게임(연출 김상호/극본 이영미/제작 제이에스픽쳐스/기획 스튜디오드래곤)’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주연배우 고수, 이성민, 심은경과 함께 김상호 감독이 참석해 첫 방송 전 이야기를 나눴다.

15일 오후 9시 30분 첫 방송을 앞둔 ‘머니게임’은 대한민국 최대의 금융스캔들 속에서 국가적 비극을 막으려는 이들의 숨가쁜 사투와 첨예한 신념 대립을 그린 드라마다. 기존 드라마에서 다루지 않았던 한국 경제를 소재로 삼아 신선하면서도 어떤 재난극보다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할 거로 기대를 모은다.
연출을 맡은 김상호 감독은 “‘머니게임’은 경제 관료들의 이야기다. 돈으로 게임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게임에 좌우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그 사이에 관료가 있다. 대한민국 경제 관료의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다. 드라마에서 기재부가 나온 적 없었던 것 같은데 시기가 적절하고 내용도 리얼하고 재밌을 거라 시청자들에게 많이 와닿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수는 대한민국 최고 경제학자의 아들이자 국가 최대의 경제위기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신파 경제관료 채이헌 역을 맡았다. 오랜만에 한복도 벗고, 의사 가운도 벗고, 슈트를 입고 현대물로 인사드리게 됐다.
고수는 ‘머니게임’ 선택 계기를 묻는 말에 “대본을 받아 보고 기재부가 뭐하는 곳이지? 싶었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뭐하는 곳인지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점점 읽어 가면서 이곳은 뭐하는 곳일까 호기심이 커졌다. 대본 한 부 한 부 읽으며 빠져들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대립하게 되는 이성민과 연기 호흡에 대해서는 “채이현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 없이 현장에 갔다. 감독님도 저와 같은 고민을 하셨다. 현장에서 상대 배우에게 나오는 힘에 대한 리액션을 하려고 한다. 본 촬영 때 보고 받고 나누고 리액션 하면서 촬영하고 있다”고 알렸다.

이성민은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위해 못할 일이 없는 야망가이자 금융위원장 허재로 분한다. tvN ‘기억’ 이후 4년 만의 안방 컴백이다. 그가 ‘머니게임’을 선택한 건 오로지 김상호 감독에 대한 신뢰와 의리였다.
이성민은 “대본을 읽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 감독님이 스토리를 설명해줬고 새로운 이야기인 것 같아서 흥미를 느꼈다. 김상호 감독님과 많은 인연이 있다. 제 인생에 중요한 시점에 옆에 계셨던 연출가라서 마음의 짐이 있었다. 새로운 걸 하게 돼서 좋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그는 “허재는 개혁적인 인물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이다. 혁명적이고 개혁적인 경제관료다. 개혁을 하기 위해서 힘을 길러야 하니 경제부총리까지 되고 더 큰 꿈을 갖게 되는데 그러면서 변형되고 왜곡 되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괴물이 돼 가는 캐릭터다. 본인의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고 결정해야 하는 복합적인 인물이다. 변형, 변화를 찾아내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심은경은 돈도 빽도 없이 근성과 노력만으로 공직에 올라온 흙수저이자 정의감 넘치는 기획재정부 신임 사무관 이혜준을 연기한다. 그 역시도 6년 만의 안방 복귀라 많은 이들의 기대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심은경은 “‘머니게임’을 제안 받고 자연스럽게 내가 해야 될 작품인 것 같더라. 작품과 배우의 연이 있는데 ‘머니게임’은 그 연이 강하게 느껴졌다. 경제에 대해 드라마가 다룬 건 ‘머니게임’이 처음이다. 흥미를 느꼈다. 촬영하면서 경제라는 개념이 굉장히 포괄적이라서 어렵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결국 인간에 대한 성찰을 다루는 작품이라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의감을 가진 인물이지만 정의감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캐릭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른 형식의 캐릭터를 그리고 싶었다. 처음부터 뭘 하고 싶은지, 뭘 해야 하는지 아는 인물이다. 자신과 대립되는 상황이 있으면 소신을 굽히지 않는 성격이라 독설가 면모도 있다. 한 방향성으로만 흘러가는 캐릭터는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머니게임’의 가장 주된 포인트는 어려운 경제 드라마를 얼마나 흥미롭게 풀었을지 여부다. 국제결제은행(BIS), 국내총생산(GDP), 콜옵션, 론스타 등 어려운 경제용어도 그대로 등장한다. 하지만 오히려 김상호 감독은 이를 무기로 내세웠다.
그는 “실제 론스타 사건을 베이스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실제 진행 과정은 다르지만 사건을 가지고서 외국계 펀드, 경제 관료의 위치, 드라마적인 포인트를 잡았다. 보시면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지 않구나 생각하실 듯하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BIS는 이번 수능에도 출제됐다. 영화 ‘블랙머니’에도 나왔다더라. 경제용어 나오긴 하는데 당연히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진입장벽을 피하지 않고 가려고 한다. 제 무기는 제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연기력을 따라가다 보면 어려웠던 경제용어도 이해가 되는 일석이조가 된다”고 배우들을 향한 넘치는 신뢰를 자랑했다.
이성민 역시 “앞서 의학드라마를 찍을 때에도 어려운 용어가 많았다. 암기하고 깔끔하게 말하는 건 배우의 몫인데 어려운 용어들이 드라마에 집중하는 것에 방해 요소는 아니었다. 우리 경제가 죽느냐 사느냐를 두고 다투는 이야기니까 용어들은 부담없이 들릴 수 있을 거다. 물론 배우들도 공부했다. 드라마를 통해 알게 된 점도 많다”고 강조했다.
김상호 감독이 자신할 만큼 연기력 만랩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벌써부터 ‘믿고 본다’는 기대평이 쏟아지고 있는 것. 그는 “연기적으로 봤을 때 ‘이성민을 뼈대로 하고 꿈틀거리는 고수의 근육, 신선한 심은경의 피’ 이렇게 구성된 게 ‘머니게임’이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성민도 "무조건 보는 게 시청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웰메이드 드라마 '머니게임'이 시청자들에게 어떤 변화를 이끌지 오는 15일 뚜껑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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