탬파베이 레이스가 2020시즌 오프너 전략을 버리고 아메리칸리그 최강의 선발진으로 올라설 수 있을까.
탬파베이는 메이저리그에서 처음으로 오프너 전략을 구사한 팀이다. 2018년 탬파베이는 불펜투수를 선발등판 시키는 독특한 투수 운영을 선보였다. 선발투수들의 잇따른 부상에서 시작한 이 특이한 전략은 어느새 메이저리그에서 인정받는 전략이 됐다.
오프너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불펜데이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불펜데이가 선발 로테이션에 잠시 공백이 생겼을 때 불펜투수들을 활용해 한 경기를 막아내는 전략이라면, 오프너는 선발투수보다 불펜투수가 먼저 등판하는 것일 뿐이다. 오프너 투수가 1~2이닝 정도를 소화하면 선발투수가 등판해 4~6이닝을 맡는다.
![[사진] 탬파베이 레이스 요니 치리노스(왼쪽), 라이언 야브로.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0/01/18/202001180148775834_5e21e65e81f4b.png)
오프너를 사용하는 이유는 첫 번째로 1회 등장하는 상위 타선을 강력한 불펜투수로 막아내기 위함이고, 두 번째로 선발투수가 힘이 떨어지고 타순이 2~3바퀴 돌은 시점에서 상위타선이 아닌 하위타선을 상대하게 하기 위해서다.
탬파베이는 오프너 전략으로 요니 치리노스, 라이언 야브로 같은 젊은 투수들을 성공적으로 선발투수로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치리노스와 야브로는 2018년 각각 18경기(7선발)와 38경기(6선발)에 등판하며 경험을 쌓았다. 선발등판은 많지 않았지만 오프너가 상위타선을 상대한 뒤 비교적 편한 하위타선을 상대하면서 긴 이닝을 운영하는 노하우를 익혔다.
지난 시즌에도 탬파베이는 치리노스와 야브로를 오프너용 선발투수로 기용했다. 치리노스는 26경기 중 선발등판이 18경기, 야브로는 28경기 중 14경기였다. 하지만 후반기부터는 점차 전통적인 선발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치리노스는 시즌 마지막 16경기 중 14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나섰고 야브로 역시 시즌 마지막 9경기에서 모두 선발등판했다.
치리노스는 선발투수로 등판한 18경기(104⅓이닝)에서 6승 5패 평균자책점 3.54로 오히려 불펜등판(8경기 3승 ERA 4.97)을 할 때보다 더 좋았다. 야브로는 선발등판 14경기(85⅔이닝)에서 3승 5패 평균자책점 4.31로 불펜등판(14경기 8승 1패 ERA 3.86)보다는 좋지 않았지만 충분히 선발투수로 나설만한 성적을 거뒀다.
만약 치리노스와 야브로가 풀타임 선발투수가 된다면 탬파베이는 찰리 모튼(33G 16승 6패 ERA 3.05)-블레이크 스넬(23G 6승 8패 ERA 4.29)-타일러 글래스노(12G 6승 1패 ERA 1.78)-치리노스(26G 9승 5패 ERA 3.85)-야브로(28G 11승 6패 ERA 4.13)로 이어지는 탄탄한 선발진을 갖추게 된다. 여기에 이도류 신인선수 브렌든 맥케이(13G 2승 4패 ERA 5.14), 지난 시즌 트레이드로 영입한 트레버 리차드(30G 6승 12패 ERA 4.06) 등 백업 선발자원도 풍부하다. 오프너 전략을 사용하지 않고 전통적인 5인 선발 로테이션을 운영할 수 있는 전력이 마련됐다.
탬파베이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저스틴 벌랜더-잭 그레인키)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마이크 클레빈저-셰인 비버)와 달리 원투펀치의 무게감은 조금 떨어진다. 하지만 선발진의 양과 질에서는 모두 아메리칸리그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부상으로 고전했던 스넬과 글래스노가 건강하게 시즌의 뛰어준다면 아메리칸리그 선발 평균자책점 1위도 노려볼만하다. 탬파베이는 오프너로 나선 불펜투수들의 성적이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지난 시즌에도 아메리칸리그 선발 평균자책점 2위(3.64)에 올랐다.
메이저리그에서 재정 상황이 가장 열악한 탬파베이는 수비 시프트, 포수 프레이밍, 오프너 등 다른 팀들이 주목하지 않는 점을 빠르게 간파하고 늘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 신개념 전략 오프너로 선발투수를 키워낸 탬파베이는 2020시즌에도 골리앗을 잡는 다윗이 될 수 있을까.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