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살아있는 레전드’ 김태균(38)이 배수진을 치고 캠프를 간다. 실망한 팬들에게 다시 한 번 ‘김태균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실력으로 증명하겠다는 각오가 단단하다.
김태균은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화 선수단과 함께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를 떠났다. 어느새 팀 내 최고참이 된 김태균은 지난 23일 1년짜리 FA 단기계약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계약금 5억원, 연봉 5억원 등 총액 10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구단에서 2년 다년계약을 제시했지만 김태균은 스스로 1년 계약을 요청하며 배수진을 쳤다. 출국 전 취재진을 만난 김태균은 “지난 몇 년 동안 부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마음으로 하고 싶었다. 팀도 그렇고, 나도 재도전이 필요해서 결정했다. 새로 시작하는 마음이다”고 활짝 웃어보였다.

지난 2년간 크고 작은 부상 악재가 있었고, 30대 후반으로 향하는 나이로 인해 ‘에이징 커브’ 우려가 현실이 되는 분위기. 이에 김태균도 스스로에게 채찍질 하며 독한 마음으로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내게 실망하신 팬들도 많으실 것이다. 좋았을 때 모습, 예전 김태균의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다. 지난해 팀 성적도 떨어졌기 때문에 여러모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며 “비시즌 개인 훈련을 하면서 지난 2년간 놓쳤던 것을 찾은 게 있다. 좋을 때 느낌, 폼을 최대한 찾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개인 최소 6홈런에 그친 만큼 장타력 향상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김태균은 “방망이에 정확히 맞히면 장타가 나온다. (반발력이 떨어진) 공인구 영향도 있었지만 핑계밖에 되지 않는다. 거기에 맞춰 변화를 주는 게 중요하다. 정확성이나 타율은 자신 있으니 장타력을 끌어올리도록 하겠다. 그것도 도전이다”고 말했다.
정근우(LG)가 지난해 2차 드래프트에서 팀을 떠났고, 김태균은 이제 홀로 한화 팀 내 최고참이 됐다. 또 다른 친구 이대호(롯데)도 지난해 부진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야구계 1982년생 황금세대들의 시대가 저물어 간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이에 김태균은 “82년생 화이팅 한 번 할까요?”라며 웃은 뒤 “우리 동기 친구들이 프로야구에서 모범이 되고, 아직까지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동지애를 보이며 “어린 후배들을 도와주면서 경쟁하다보면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