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를 과학으로 이끄는 길잡이, 태평양 건넌 데이터 분석 귀인 [오!쎈 애들레이드]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0.02.06 05: 40

롯데 자이언츠가 이제 단순히 경험과 감에 의존하는 야구가 아닌 과학과 첨단의 길로 서서히 들어서고 있다. 데이터 분석의 귀인이 태평양을 건너서 롯데에 힘을 보태고 있다. 
롯데의 오프시즌 동안 과학과 데이터 야구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R&D(Research&Development)팀을 개편했고 마무리 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김해 상동구장에 랩소도, 블라스트모션, 엣지트로닉, 핵어택 등 첨단 데이터 측정 장비 및 훈련 장비들을 대거 구입해 배치했다. 하지만 데이터 측정을 하더라도 이를 제대로 해석하고 올바른 길로 이끌어 줄 전문가가 필요했다. 데이터가 나와도 이를 잘못 분석하고 해석한다면 데이터의 효용가치가 떨어진다. 그렇기에 롯데는 LA 다저스 투수 코치와 스카우트를 역임하고 미국 통계분석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의 필진이기도 했던 조쉬 헤르젠버그를 영입했다. 보직은 어퍼레벨 투수 코디네이터다. 투수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어떤 방향으로 선수를 가꿔나갈지를 정하는 중책을 맡았다. 
헤르젠버그는 현재 롯데의 호주 애들레이드 스프링캠프에도 참가하고 있고, 데이터 측정과 분석을 하면서 이를 선수들에게 알려주는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데이터 분석 장비의 활용 이유, 제대로 된 적용법 등을 교육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투수 파트, 5일에는 야수 파트에 강의를 했다. 현재 롯데는 스프링캠프에 투수용 랩소도 2대, 타자용 랩소도 2대, 블라스트 모션 24대, 엣지트로닉(초고속카메라) 1대의 데이터 장비를 투입했다. 
투수 랩소도 장비 /jhrae@osen.co.kr
일단 헤르젠버그는 투수들에게 최적의 구종과 볼배합을 만들어주는 ‘피치 디자인’에 능통한 인물이다. 지난 5일 만난 헤르젠버그는 “피치 디자인이란 쉽게 말해서 투수들의 공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을 하고 투수들의 가장 강력한 구종을 데이터 장비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어떤 구종을 어떻게 같이 활용할 지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투수의 최적화 된 투구 패턴과 구종을 선택해서 타자와 승부에서 이길 수 있도록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선수와 코치 경험도 있는만큼 현장과 데이터의 조화가 얼마나 중요한 지 알고 있다. 롯데 선수들 개개인의 발전을 위해서 분명 필요한 부분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헤르젠버그는 “롯데가 갖고 있는 랩소도, 트랙맨 장비 등을 통해서 선수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 할 예정이다”면서 “만약 내가 선수 때 이런 데이터 장비들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최대한 많은 선수들을 도와주고 싶고, 데이터 분석 장비들이 선수들의 능력을 발전시켜줄 수 있는 장비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도 이제 데이터가 현장의 감보다 중요하고 힘이 있다고 받아들이는 추세다. 롯데도 조직 개편을 하고 허문회 감독이 부임을 하면서 데이터를 받아들이는 거부감이 사라졌다. 그는 “롯데에 처음 왔을 때 구단 구성원들이 오픈 마인드로 나를 정말 잘 받아줬다. 허문회 감독님께서도 언제든지 의견을 제안하라고 말씀해주시고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스타일이시다. 새로운 장비들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다”면서 “한국의 전통적인 야구 스타일과 데이터 야구를 융합시켜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랩소도 데이터 분석하는 윤윤덕 코치, 조쉬 헤르젠버그 코디네이터 /jhrae@osen.co.kr
헤르젠버그가 말하는 데이터 분석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그는 “데이터의 트렌드가 수시로 많이 바뀐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따라가는 것이 힘들다”면서 “데이터의 종류가 많고 빠르게 흘러가기 때문에 코치들이 방대한 데이터 가운데 어떤 데이터를 집중적으로 분석해야 할 지를 선별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단 롯데가 추구하려는 데이터 활용의 방향은 헤르젠버그와 어느 정도 일치한다. 그는 “롯데의 R&D팀에는 유능한 인재들이 많으시고 서로 같은 생각을 갖고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과 큰 차이점은 없고, 코치 및 분석팀 직원들과 어떻게 협업해서 앞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선수들 역시 더 집중하고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의 목표는 단순하다. 데이터 분석이 야구를 발전시킬 수 있는 힘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롯데 선수들의 능력치를 데이터를 활용해서 더 끌어올리게 하는 것이 목표다”면서 “팬들, 혹은 다른 구단 선수들도 데이터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배운다면 야구의 이해도가 높아질 수 있고 이 역시 내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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