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이대호, 그리고 타격 코치로 있으면서 타격관과 가치관이 확실하게 정립되어 있는 허문회 감독이 방망이 하나로 통했고 교감을 했다.
6일 롯데의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호주 애들레이드 웨스트 비치 파크. 10시 20분에 시작되는 본 훈련 전 미팅을 앞두고 허문회 감독과 이대호가 나란히 앉았다.
이대호는 미팅에 앞서 실내 훈련장에서 티배팅으로 가볍게 몸을 풀었다. 이를 본 허문회 감독은 “타고난 선수다. 방망이를 끝까지 밀고 나가면서 치는 능력은 최고다. 가까이서 보니 더 좋고 최고인 것 같다”며 이대호의 타격 훈련을 보며 감탄사를 내뱉았다.

가벼운 티배팅을 끝낸 뒤 허문회 감독은 이대호를 향해 “쉬엄쉬엄해도 되지 않냐”고 미소를 지었고, 이를 들은 이대호는 “감독님께서 제 루틴을 바꾸려고 하신다”며 웃으며 맞받았다. 허문회 감독도 활짝 웃으며 이대호의 철저한 루틴에 혀를 내둘렀다.
이후 허 감독과 이대호는 훈련 시작 전까지 타격 이론에 관해서 가벼우면서도 진지하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과거의 배팅 이론부터 시작해서 현재의 타격 이론까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었다. 또한 이날 타자들은 타격 분석 장비인 ‘블라스트 모션’을 이용해 발사각과 스윙 속도, 히팅 포인트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를 대화의 주제로 삼아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허 감독은 “과거 다운 스윙으로 많이들 가르쳤는데, 이제 데이터 장비들이 나오고 분석이 되면서 다운 스윙 이론들이 많아 가라앉았다. 이러한 내용을 예전에 파악을 했는데, 과거에는 발사각, 스윙 궤도에 대한 이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대호 역시 “과거에는 그게 옳은 줄 알았고 그렇게 배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허문회 감독은 과거 키움 코치 시절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 연수 기억을 되살리며 “메이저리그에서도 랩소도나 블라스트 모션을 활용한 지는 2년 정도밖에 안됐다”면서 “마이너리그 선수들은 의무인데 메이저리그에서는 연습장에 설치만 해놓고 하고 싶은 선수들만 하게끔 하더라”고 했다. 이대호 역시 허 감독의 얘기에 동조하면서 “시애틀에 있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자신만의 루틴이 있기 때문에 하고 싶은 사람만 랩소도로 측정을 하게 하더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레벨에서 데이터 장비들을 쉽게 사용을 하지 않는 분위기에 대해 그는 허 감독은 부연 설명을 했다. 그는 “학생 선수들이 아니지 않나. 다 개인사업자다. 자신의 루틴이 있고 쉽게 바뀌지 않는다. 성인 선수들은 자신의 것이 있는데 데이터 장비들로 인해 타격 폼 등을 뜯어고치면 과연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라며 자신의 철학을 언급했다.
대화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지만 현대 야구의 핵심을 파고드는 타격 이론 얘기에 선수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동희, 정훈, 김민수, 전준우 등의 선수들이 모여서 허문회 감독과 이대호 주위에 모여 두 사람의 대화 삼매경을 훈련 전 컨디셔닝 시간까지 지켜봤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