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했던 주장 민병헌, "정말 달라졌다는 얘기 듣고 싶다" [오!쎈 애들레이드]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0.02.07 06: 00

롯데 자이언츠의 새로운 주장 민병헌(33)은 구단의 모든 구성원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선수들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지난달 28일 열린 신임 이석환 대표이사 취임식 자리에서 주장 자격으로 단상에 오른 그는 “젊은 선수들이 베테랑 선수들처럼 하면 안된다. 자기 발전과 팀을 위해서 꾸준히 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젊은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자신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의 일침이었다. 
민병헌이 롯데에 온 이후 팀은 모두 가을야구권에서 멀어져 있었다. 그리고 지난해 최하위에 머물렀다. 감독은 수시로 바뀌는 상황이고 혼란스러운 구단의 분위기가 이어졌다. 여전히 팬들의 열정과 압박감은 크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이 납득할만한 노력이고 흘리는 땀방울이다. 지금의 민병헌도 끊임없이 흘렸던 땀들이 모여 결정체를 이룬 것이다. 

롯데 민병헌이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sunday@osen.co.kr

호주 애들레이드 스프링캠프는 이러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연장선이다. 민병헌은 당시를 되돌아보면서 “그게 맞다고 생각했고, 나는 그렇게 훈련을 해왔다. 물론 모든 선수들이 똑같은 방법으로 훈련을 한다고 해서 좋아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스스로 최소한의 노력은 하고 그에 대한 생각은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게 저의 신념이라서 그렇게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사장, 단장, 감독 등 구단의 임직원과 코칭스태프도 모두 모인 자리였다. 그는 “당연히 고민은 했다”면서도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신경 썼다면 그런 말을 못했을 것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 롯데 선수들이 누구의 눈치를 보거나 외부의 압박감을 받는다고 생각한다면 똑같이 못할 것이다. 그런 부담을 벗어나게 하고자 얘기를 했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주장 중책을 맡았고 롯데 유니폼을 입은지도 3년 째. 이제는 나서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기에 작심 발언을 했다. 그는 “저도 이 팀에 온 지 3년 째다. 선수들도 이제는 다 알고 있다. 그동안 주장도 아니고 제 할 것에만 치중했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못 썼다. 이제는 감독님과 선수들 사이의 가교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한 번은 선수단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롯데 허문회 감독이 민병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sunday@osen.co.kr
현재 허문회 감독은 선수단에게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 그리고 철학을 훈련 전 미팅에서 10분 가량 말하며 선수단에게 자신의 철학을 주입시키고 있다. 스스로 납득할만한 노력과 자율적인 훈련이라는 상충되는 가치 속에서 허 감독과 주장 민병헌이 끊임없이 소통하며 어떻게 균형을 맞추고 어떻게 접근해야 할 지를 고민하고 있다. 
그는 “감독님의 얘기를 잘 듣고 있다. 방향은 저랑 같은데 그동안 어떻게 접근하는 지에 대한 방법을 못 찾았던 것 같다. 그런 것을 감독님께서 제시해주시고 있고 그것을 이행하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한다”며 “예를 들면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본다. 자기 스스로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힘들었는데 그런 길을 제시해주는 것 같다”고 허문회 감독과 공유한 철학을 귀띔했다.
현재 훈련 분위기도 같은 방향이다. 민병헌은 “많이 바뀌었다. 자유스러운 분위기다”면서도 “그런데 너무 자유스럽다고 하면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고 지적하시즌 팬 분들이 계실 것이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 납득이 되게끔 연습을 가져가라고 하는 뜻에서 하는 것이니까 지금 방향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현재 훈련 진행 상황을 밝혔다. 이 사이에서 민병헌은 선수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면서 훈련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올해 민병헌은 데뷔 이후 가장 큰 도전에 나선다. 방망이를 길게 잡고 장타를 노려보려고 한다. 주장이라는 막중한 책임감에 본인의 변화와 도전이라는 과제까지 짊어지고 그라운드에 나서게 된다. 그는 “주장이지만 내가 잘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면서 “저 스스로 목표를 가지고 도전을 하는 것이다. 올 한 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기 때문에 변화에 대해서 쉽게 장담하지는 못한다. 해보고 싶은 것을 도전하는 것이지. 완전히 굳혀야 겠다고 생각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현재도 새행착오를 겪고 있는 단계. “커리어에서 가장 큰 변화다. 야구는 미세한 운동인데 포인트도 달라지고 공이 맞는 스팟도 달라져서 힘들다. 지금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고 현실적인 어려움도 토로했다. 
주장으로서 맞이하는 본격적인 첫 시즌이다. 그동안 모든 선수들이 아픔을 경험했고, 이를 통해서 느낀 부분들도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몇 년 간 선수들이 실패도 많이 경험했고 썰렁한 야구장에서 경기도 많이 해봤다. 선수들 스스로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이 것이 계기가 되고 좋아질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아픔과 반성, 그리고 자율적이고 눈치보지 않는 야구로 올해는 과거의 수모들을 청산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민병헌은 “많이 이기는 것이고 달라졌다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선수들이 재밌고 진짜 즐거워서 하는 야구를 해야지 팬 분들도 같이 즐거울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겨야 즐겁겠지만 잘하는 팀도 5~60번 패한다.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눈치 보지 않고 했으면 좋겠다. 팬 분들도 질타보다는 선수들에게 힘을 더 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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