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판타스틱!”.
KIA 맷 윌리엄스(55) 감독에게 ‘대투수’ 양현종(32)에 대해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아직 양현종의 투구를 두 눈으로 직접 보지 못했지만, 캠프에서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이미 벌써 매료됐다.

윌리엄스 감독은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 스프링캠프에서 양현종을 처음 만났다. 지난해 10월 부임 후 함평에서 마무리캠프를 지휘했지만, 당시 양현종은 프리미어12 국제대회에 참가하고 있었다. 윌리엄스 감독과 함께하는 건 이번 캠프가 처음이다.
윌리엄스 감독은 “예전부터 양현종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선수들에게 인정받으면서 존중해주는 모습이 보기 좋다. 기대했던 만큼 선수들을 잘 이끌어주고 있다”며 “판타스틱”이라는 표현으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10년 전 새하얀 피부에 애교 덩어리였던 양현종은 ‘KIA의 막내딸’로 불렸지만 어느새 투수조 최고참으로 훌쩍 자랐다. 세월이 흐른 만큼 의젓하고 성숙해진 모습으로 후배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 KIA 관계자는 “후배들이 정말 잘 따른다. 현종이도 그만큼 후배들에게 자신의 것을 알려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귀띔했다.

이번 캠프에서도 어린 투수들에게 먼저 다가가며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하고 있다. 견제 훈련 때는 같은 좌온 투수인 하준영, 김기훈, 백미카엘에게 세심히 견제 동작을 세심히 가르쳤다. 웨이트 장에서도 바벨과 싸우는 후배들의 자세를 뒤에서 바로 잡아주며 ‘하나 더’를 외쳤다. 쉬는 날에는 후배들을 데리고 나가 식사도 쐈다.
신입 외국인 투수들의 적응을 돕는 것도 양현종이다. 애런 브룩스는 “양현종이 한국에서 크게 성공한 선수란 것을 안다. 그에게 많은 조언을 구하고 있다”며 “한국 타자들을 상대할 때 밸런스를 흔들 수 있는 방법부터 한국만의 방식을 양현종이 알려주고 있다. 앞으로 한국야구에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긴장하지 않게 장난도 많이 쳐주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이처럼 양현종의 존재감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윌리엄스 감독은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모습도 하루빨리 보고 싶다”고 기대했다. 전형적인 ‘슬로스타터’ 양현종은 매년 캠프 초반 공을 거의 던지지 않는다. 2015년부터 이어진 캠프 루틴으로 윌리엄스 감독 체제에서도 변함 없다.

수년간 많은 이닝을 던져온 양현종은 캠프 초반 어깨에 무리를 주지 않는 ‘슬로 트레이닝’으로 몸 상태를 끌어올린다. 매년 2월20일 이후 첫 불펜 피칭에 들어갔는데 올해도 오는 24일로 예정됐다. 그 후 캠프 막판 연습경기에서 실전 마운드에 오르는 일정이다. 윌리엄스 감독이 양현종의 진가를 제대로 확인할 시기다. /waw@osen.co.kr